모든것을쏟아낸지금,
무엇으로나를다시채울것인가?
다산이육십년공부를비우고
처음부터다시채우고자읽은마지막책,『소학』
내가멈췄을때돌아볼수있는나의바탕.
공부의시작에서접했지만살아가며잊어버렸던어른다움.
기본으로돌아간다는것,『소학』.
지금밟고있는곳이인생의정점임을깨달았을때,우리는성취감보다는불안감을느낀다.익숙해서습관이되어버린일상들을반복하면서서서히인생의하강곡선을그릴것같아서다.‘고인물’이니‘라떼는말이다’라는유행어에는이러한정체감에대한두려움이깔려있다.
『다산의마지막습관』은내가굳어지고텅비게된것은아닐까하는의심이우울함으로번질때펼쳐보고기댈수있도록마련한오래된조언이다.『다산의마지막공부』와『천년의내공』의저자조윤제가다산이학문의마지막에서육십년내공을비우고새롭게시작한공부,『소학』의주요구절57가지를가려뽑아오늘날의감각에맞게풀었다.
다산이처음배운어른의기본,
그리고정점에서다시찾은책『소학』
『소학小學』은유학입문자들을위한교재다.주자의제자유자징이여러고전에서일상을살아가는법과사람을대하는태도,그리고자기수양에대한구절들을가려뽑았다.조선서당에서는『동몽선습』과『명심보감』다음으로가르쳤다.사서삼경에들어가기전에입문단계를마무리지으며기초와심화를잇는역할을수행했다고할수있다.
다산정약용또한『소학』을강조했다.그는자신의말년에모든공부를비우고『소학』과『심경』만을남겼다.두책은사서삼경에서좋은구절을선별한결과이며,사대부들의필독서였다는공통점이있지만그지향은정반대다.『심경』이유학의가장높은경지에서마음을들여다보는심오한구절들을정리했다면『소학』은가장낮은곳에뿌리를내린다음일상에서실천할수있는수양과상대방을대할때의몸가짐을강조한다.『심경』과『소학』각각의핵심을합치면극기와복례가된다.다스린마음을몸으로옮겨행동으로실천하는것이다.
어른답게성장한다는것,
다산은왜처음을되돌아봤는가?
누구나자신의삶을돌아보는순간이찾아온다.귀양살이를마치고집으로돌아온정약용또한그러했다.그는한순간에모든것을잃고추락했고,세상모두가자신에게등을돌렸음을절감했다.20년에가까운세월동안유폐되면서학문은더욱깊어졌지만,그것을알릴기회도끊겼고,전해줄제자도구하지못했다.그러나정약용은실망하지않았다.후회와미련으로가득한삶을부정하지않고기꺼이끌어안았고,평생을공부에바쳐도달한경지에안주하지않고그너머로나아가기위해육십년동안쌓은학문을기꺼이내려놓았다.다시채우기위해한갑자의내공을비운것이다.
정약용이『심경』과함께『소학』을마지막에선택한까닭은이때문이다.그가『소학』에서깨달은공부의핵심은기본으로돌아가라는것이다.누구나알고있지만살아가며감히실행하지못했던당연한이치를새삼스럽게하기에,『소학』은유학경전들가운데가장쉽고동시에가장어렵다.『다산의마지막습관』은이러한『소학』을바탕으로삼아고전연구가조윤제가해설한고전의깊은맛이다.구체적으로『소학』가운데에서도거듭새겨들을명구57가지를선별해핵심을뽑아지금의감각에맞도록새롭게풀었다.
기본으로돌아간다는것,
나를찾기위해나를비우는마지막습관
『소학』에서성장이란너무나당연하기에살아가면서잃어버렸던가르침을되찾아하루를충실히사는자세를몸에길들이는습관이고,그러한습관을들이기위해지금까지몸에배인모든습관을비우고처음으로돌아가는것이다.그래서이책에서꼽는『소학』의핵심가운데대표적인가르침은정리와인사와같은시시한일에대한강조다.매일행해야하는사소한습관은가장난이도가높은가르침이기도하다.
그래서다산이환갑에이르러『심경』으로마음공부를마친다음과정은일상의소소한순간하나하나에최선을다하는것이었다.다산은그동안잊고있었던어렸을때의가르침을그제야삶에적용했다.새벽에일어나면마당에비질을하면서스스로의마음을들여다봤다.『소학』이권한대로이리오래전에내려놓았던글을다시읽으며복사뼈에구멍에세번날정도로글쓰기에매진했다.자신을만들어나간습관들을모두비우고평생동안지켜나갈단하나의습관을새로들이는것,그것이다산이매일새로워지며평생성장해나가기위해택한방식이었다.
다산처럼산다는것,
무례한세상에서어른답게사는법
공감하고공감받는다는복잡다단한과정은일찌감치포기한채적당히설득하고설득당하는척사는것이언젠가부터우리의생존전략이되었다.‘인간에게공감하지못하는인간’은멀리있는사람이아니라어렸을때배웠던당연한가르침을잊어버린어른이될때누구나마주할수있는괴물이다.이렇게무례한세상에서다산이마지막까지들여다본『소학』,처음으로돌아가라는가르침은나또한딱딱하게굳어진사람이된것은아닐까문득의심이드는이들에게스스로를돌아볼수있는계기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