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에서단하나의질문만남기고싶다”
다산은왜오십에『논어』를다시꺼냈을까?
다산은어떻게『논어』를새롭게해석했을까?
“모든공부는자기자신에게질문하는데에서시작한다.
그리고모든공부는자기자신을사랑하는데에서끝난다.”
다산이오십에이르러새로쓴오래된지혜.
나를이해하고,타인에게경청하기위한깊은질문,『논어』
한국인이가장사랑하는고전,『논어』
『논어』는공자와제자들의문답을엮은경전으로,연속된흐름으로전개되지않기에맥락을살피기가쉽지않아글자체만봐서는온전한해석이불가능하다.일상의대화로구성되었기에재미있는이야기도많고온고지신溫故知新부터과유불급過猶不及에이르기까지익숙한구절들도쉽게찾을수있다.
『논어』가동양고전가운데한국인들에게유독사랑받는까닭은이처럼가장쉬우면서도가장어렵다는특성에서비롯된다.경전을안내하는이가맥락을잡아주면서행간에개입할수있는여지또한많아지기때문이다.
이러한특성때문에『논어』는막성인이된청년부터인생을정리하는노년에이르기까지저마다의변곡점에놓인다양한사람들이곁에두고참고하는책이되었다.동양고전에익숙한독자들이이십대,삼십대,사십대그리고오십대에이르기까지삶이전환될때마다반복해서『논어』를읽고또그때마다새로움을느끼는까닭이다.
다산은이렇게『논어』를다르게읽었다
그많은『논어』해설가운데한국인들에게가장큰영향을미친것은주자가정리한『논어집주』다.『논어집주』는오늘까지도『논어』를읽는기준으로받아들여지며,현재서점가에서유통되는『논어』관련도서의상당수또한주자의해설을바탕으로삼고있다.
그러나다산정약용은오십에이르러이러한『논어집주』의권위에의문을제기했다.그는『논어』를다시읽으며훈고학적주해인고주와성리학적주해인신주는물론이토진사이와같은일본유학자들의주장까지아우르는등당대모든학설을망라했다.그리고『논어고금주』를집필하면서과감하게주자의심성론적인설과는다른의견을냈다.
『논어』에서가장유명한‘삼우행’고사에서주자는“세사람이길을걸으면한사람에게서는선함을배우고,한사람에게서는악함을보며스스로를살피니모두가나의스승이될수있다”고풀었다.오늘날우리에게도익숙한해설이다.
그러나다산은“사람들은자신이물들것만우려할뿐자신또한타인을물들일수있다는데대해서는걱정하지않는다.함께하는이들이모두나의스승이되듯나또한누군가의스승이된다”고주장하며,자기성찰을강조하는주자의해석에서한걸음더나아가고자했다.
『다산의마지막질문』은이러한다산만의독창적인해석을오늘날의감각에맞게친절하게정리한결과다.『심경』(다산의마지막공부)과『소학』(다산의마지막습관)에이어다산이새롭게해석한고전을소개해온베스트셀러‘다산의마지막’시리즈의완결편이기도하다.구체적으로는한국인이가장사랑하는동양텍스트인『논어』를다산의『논어고금주』를중심으로재배열해그가운데에서현대인들이공감할수있는65구절을선정,소개했다.
다산이오십에이르러마주한질문,“어떻게나를사랑할것인가?”
『논어고금주』를집필하기전다산은삶에서가장극적인순간을지나고있었다.이가셋이나빠지고뼈에구멍이뚫리는고통을겪으면서도다산이『논어』를새삼재해석한까닭은,내일을기약할수없었기때문이다.그에게있어『논어고금주』는일찍이정점에올랐다가모든것을잃고추락해골방에갇힌스스로에대한위로이자자신의삶이실패하지않았다는증거였으며,그럼에도모든것을감내하고살아남아내일을다시시작하겠다는의지의표현이었다.
이책에서는『논어고금주』를바탕으로삼아그가남긴다양한글들을교차해가며다산이오십에이르러평생의질문에대한답을찾는과정을더듬어간다.그렇게복원한다산의사상을간략하게정리하자면바로실천에대한강조와,자기자신과타인에게귀를기울이는사랑(서恕)이라고할수있다.
그래서『다산의마지막질문』에서정리한다산의‘마지막질문’은다음과같다.“어떻게나를사랑할것인가?”하늘의말을알고싶다면먼저사람을알아야하고,사람을알기위해서는사람을사랑해야하며,사람을사랑하기위해서는자기자신부터사랑해야한다는것이다.
『논어』처럼산다는것
『논어』는‘배우고때때로익히면또한기쁘지않은가?’에서시작해‘천명을알지못하면군자가될수없다’로끝난다.다시말해『논어』의맥락은소소한일상의지점에서출발해높은이치에도달하는과정이라고할수있다.여기서소소한일상이란새벽마다마당을쓸며,가까운사람을아끼고,스스로에게거짓말을하지않는하루하루다.도덕교과서에서도따분하다고타박할만한가르침이지만,평생을바치고도따라잡기힘든삶의태도이기도하다.
일상에담긴위대함을강조했던다산은『논어』를평생곁에두고삶의지침으로삼았다.그가말년에『소학』이라는유학의첫경전과『심경』이라는마지막경전을나란히읽으며나를사랑하듯남을사랑하고,그러기위해스스로부터사랑하라고말한까닭도여기에있다.그는‘남은나와다르지않다’는『논어』의서恕를자신의삶에적용하고자노력했다.
스스로에게질문을던질수없고,스스로를사랑할줄모르는무례한세상에서다산이마지막까지붙잡은‘마지막질문’,나를사랑하는만큼남을사랑하고,남을포기하지않는만큼자기자신을포기하지말라는『논어고금주』의가르침은큰울림이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