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 가장 느린 것들이 가장 오래 빛난다

식물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 가장 느린 것들이 가장 오래 빛난다

$18.00
저자

이유리

저자:이유리
서울대생명과학부교수.독학사로컴퓨터공학을전공하고고려대에입학했다.2002년포스텍대학원에진학한후스위스로잔대학교에서박사후연구원으로근무했으며,한국에돌아와서울대학교교수로많은학생을가르치며‘식물세포구조와세포의운명간의관계’를규명하는연구를계속하고있다.
저자와식물과의인연은학부시절식물생리수업에서시작되었다.식물의삶과죽음에대해논하라는과제하나가꼬리에꼬리를무는질문으로이어졌다.독립적인개체란무엇인지,조직의얼마만큼이죽어야죽었다고할수있는지그답을찾아가는사이,늘배경으로만존재하던식물이비로소하나의생명체로보이기시작했다.평생식물을공부하겠다는직감이든순간이었다.지금도그의하루는현미경속식물세포들과함께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우리가미처몰랐던식물의세계
삶과죽음은느리게흘러가는연속선상에있다
움직이지않아서더멀리,더오래갈수있는녹색동물의걷는법
식물의청각,그미지의세계
식물에게물었다,너도아프니?
커피한잔에담긴쌉싸래한유혹
연잎우산,식물이건네준설계도

2장°세상의편견에맞서서
경계는마음이그어놓은선일뿐
아름답지않아도꽃이다
한걸음늦은봄도향기롭다
송충이는왜솔잎을먹는가?
아직불리지않은이름들을위하여
식물에게성별을물었더니

3장°불확실한미래가불안할때
가장무거운선택이가장멀리나를밀어올린다
덜어냄의미학
돌아보면돌이되는슬픈전설
고도를기다리며
성장을위한셈법
석양이아름다운이유

4장°삶의무게가버거울때
맹그로브의숨구멍
빛이사라진후시작되는것들
소나기를견디는법
담쟁이는홀로자라지않는다
흙을떠난뿌리가사는법
생명이라면,외롭지않기를

5장°더불어살기
바오밥나무에게배우는느림의미학
깊어지기위해서는넓이가필요하다
언어를넘어선소통의기술
숲에서배우는지속가능한삶의지혜
4억년을이어온협력의원칙
포충낭속작은우주

출판사 서평

씨앗부터뿌리까지,흙아래뻗어나하늘끝을향한꽃잎처럼
“우리는모두자신만의봄에피어난다”

봄보다먼저꽃잎을여는매화가있는가하면,한겨울서리속에서붉게피어나는동백이있고,모두가지고난가을에야비로소꽃을여는소국도있다.식물은한번도남의계절에자신을꽃피운적이없다.저마다의때를알고,자신의자리에서,각자의방식으로피어난다.그것이지구상에서초록식물이수억년동안살아남은방식이었다.

남보다빨리성공하지못했다고조급해하고,남과다른방식으로살아가고있다고불안해하는오늘날의사람들에게이책은조용히묻는다.“당신은지금제대로뿌리를내리고있는가.”저자는꽃이화려하게피어나기위해서는보이지않는곳에서뿌리가먼저움직여야하고,씨앗이싹을틔우기전어두운흙속에서완벽한고립을견뎌야하듯,우리의성장에도보이지않는시간이필요하다고말한다.
현미경너머로평생식물세포를들여다봐온과학자의정밀한시선과,살아온세월의굴곡을온몸으로통과해온한인간의다정한목소리가함께담긴이책은독자에게조용히말을건넨다.“서두르지않아도괜찮다고.당신의뿌리는지금이순간에도자라고있다고.”

보이지않는곳에서도자라온시간들…
독학사에서서울대교수까지,식물의생애를닮은한과학자의이야기

색색의화려한꽃들은우리의눈을사로잡지만,식물세포생물학자의시선은보이지않는곳까지탐구한다.뿌리와씨앗.눈에띄지않아도가장먼저움직이고,어둠속에서도묵묵히방향을찾아가는것들.이유리교수가평생들여다봐온것은바로그보이지않는힘이었다.그리고그힘은그의삶속에서도조용히작동하고있었다.

대학이라는울타리밖에서스스로길을찾아야했던독학사시절,그는깊은땅속에서움틀시기를기다리는씨앗처럼만개할날을꿈꾸었다.학부시절식물의삶과죽음에대해논하라는과제하나가그의인생을바꿔놓은것도그무렵이었다.독립적인개체란무엇인지,얼마만큼죽어야한개체가죽었다고말할수있는지-꼬리에꼬리를무는질문들에답을찾아가는사이,늘배경으로만존재하던식물이비로소하나의생명으로보이기시작했다.그순간이그를평생의길로이끌었다.

컴퓨터공학에서식물세포생물학으로전공을바꾸면서,고려대,포스텍대학원,스위스로잔을거쳐서울대교수로이어지는여정은단순히개인의이력을더하는시간이아니었다.그것은식물이빛을향해끊임없이몸을비틀며나아가는굴광성(屈光性)처럼,자신이사랑하는본질을향해끈질기게나아간성장의기록이었다.지금도그는매일현미경으로식물세포를들여다보며하루를시작하고,세포하나하나에서삶의이야기를읽어낸다.이책은그오랜공부의결실이자,식물과함께살아온한과학자의가장조용한고백이다.

“완벽하지않아도식물은언제나제때꽃을피워내고살아간다”
현미경너머식물세포학자가길어올린가장조용하고단단한위로

좁은연구실현미경너머에서식물의세포를들여다보던저자는문득깨달았다.식물이제자리에멈춰서있는것처럼보이는이유는게을러서가아니라,그자리가삶의최전선이기때문이라는것을.움직이지못하기에더깊이뿌리내리고,말하지못하기에더섬세하게주변을감지해내고있다는사실을.그리하여식물은그렇게우리곁에서수억년을살아남았다.

맹그로브는바닷물속에서도염분을걸러내며숨구멍을찾고,뿌리없는담쟁이는혼자서는대신누군가에게기대며더높이오른다.사막의선인장은잎대신줄기로숨을쉬고,틸란시아는흙없이도공중에서살아가는법을배웠다.완벽하지않아도,주어진자리에서자신이할수있는방식으로하루하루를살아내는것-식물은그것을‘삶’이라고부른다.

책속에등장하는식물들의생애에서저자는자신의삶너머오늘을살아가는‘우리’의삶을찾는다.가을에떨어지는낙엽은포기가아니라다음계절을위한전략적비움이며,겨울의멈춤은다가올봄을위한치밀한준비다.식물에게빛이없는시간은성장이멈추는것이아니다.보이지않는곳에서고유한작동이시작되는또다른시간이다.씨앗은한번도성급한적이없지만,그래도언제나제때꽃을피워냈다.어쩌면식물은지구상에서가장품위있는삶의방식을아는존재일지도모른다.

지구상에서가장오래된,그리고가장오래빛나는식물이라는우주에서저자가배운것은인생의정답이아니라태도였다.비바람에흔들려도꺾이지않고,태양을향해묵묵히이파리를뻗는식물처럼,우리의삶도각자의속도로찬란하게피어날권리가있다.
이책을덮고나면어느순간창밖의나무한그루가달리보일것이다.그리고그순간,식물이오래전부터건네온말이비로소들릴것이다.

“천천히,제자리에뿌리내려도괜찮아.우리는충분히멀리,더오래꽃필수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