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부한다 (페르 페테르손 장편소설)

나는 거부한다 (페르 페테르손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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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읽기는 쉽지만 잊기는 어려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 나는 타협을 거부한다. 나는 용서를 거부한다. 나는 망각을 거부한다.
우리가 삶에서 거부해야 할 모든 것을 담은 노르웨이 화제작. 『나는 거부한다』는 삶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절친한 친구였던 토미와 짐은 어느 날 다리 위에서 35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여섯 명의 화자가 각자의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 과거의 흉터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한다.
‘거부’라는 것은 단지 소극적인 형태의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부’는 가장 용감하고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삶의 교차로에 서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타협을 거부하고, 용서를 거부하고, 망각을 거부한다. 토미가 무의미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짐이 망각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을 향한 의지를 담은 『나는 거부한다』는 읽기는 쉽지만 잊기는 어려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다.
저자

페르페테르손

PerPetterson,1952-
노르웨이오슬로출생.막노동꾼으로생활하다나중에도서관사서,서점점원으로일하면서소설을쓰기시작했다.1987년단편소설집『내입안에재,내신발속에모래』(AshesinMyMouth,SandinMyShoes)를발표하면서작가로데뷔했다.2003년『말도둑놀이』(OutStealingHorses)로전세계의주목을받으며노르웨이의대표작가가되었다.『말도둑놀이』는현재43개국에서번역출간되어100만부이상판매되었으며『타임』지가선정한‘2007년최고의소설10편’으로선정되는등많은문학상을수상했다.2008년노르웨이비평가상을수상한『나는시간의강을저주한다』(ICursetheRiverofTime)를포함해지금까지모두아홉편의작품을발표했다.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출판사 서평

혜성처럼등장한노르웨이의대표작가페르페테르손
노르웨이의대표작가페르페테르손은막노동꾼으로생활하다가도서관사서,서점점원으로일하면서소설을쓰기시작했다.그는2003년에『말도둑놀이』를발표해세계적인베스트셀러작가로주목받았다.미국『타임』지는“혜성처럼나타나설득력있는이야기로독자와평론가를매혹시켰다”고보도하며그의작품을‘2007년최고의소설10편’으로선정했다.

“몇몇비평가들은내게왜역사소설을쓰느냐고묻는다.나는내소설이지극히현대적이라고대답한다.이시대를통과하는사람들은모두마음에역사를품고살아가기때문이다.현대적인것은지금우리눈에보이는것들로만이루어진것이아니다.”
-페르페테르손,『가디언』지인터뷰중

페테르손이등단초기부터전세계문단의주목을받았던것은아니다.페테르손은그의작품세계에지대한영향을미친사건을경험한후다양한시도를통해노르웨이대표작가반열에올랐다.그는1990년‘MS스칸디나비아스타페리재난’(MSScandinavianStarFerryDisaster)으로아버지,어머니,남동생,조카를잃었다.이사고는배에갑작스럽게화재가나159명의목숨을앗아간큰사건이었다.
페테르손은자신의작품세계를사고전과후로나누지않는다.다만부모님이아직살아계셨다면쓰지못했을이야기가있었을거라고말한다.사고바로전주에페테르손의어머니는그의첫소설을읽고“다음작품은이렇게유치하지않았으면좋겠다”고이야기했다.그는어머니가마지막으로남긴말을되새기며자신의작품세계를더욱발전시키려고노력했고,그결과전세계에노르웨이대표작가로이름을알릴수있었다.
그는앞선여러작품에서가족의상실과과거의트라우마를다뤘다.『나는거부한다』에도그의자전적인경험에영향을받은이야기들이등장한다.토미의어머니티아가배를타고멀리떠나는장면이나도서관사서였던짐이정신질환을앓는이야기는그의경험과겹쳐지며더욱풍부한상상력을불러일으킨다.
페테르손은세세한장치들이서로긴밀하게엮인독특한구조로비평가들의호평을받았다.『나는거부한다』는작품의구조뿐만아니라강렬한소재로우리를사로잡는다.

나는타협을거부한다
서로다른삶을살았던두친구의운명적인재회
소설은짐이새벽5시에차를몰고도로를달리던중한남자가차도로뛰어들면서시작한다.짐은남자가범퍼에부딪쳤을거라생각했지만남자는그자리에가만히서있다가조용히자리를떠난다.태어나서아버지를단한번도본적이없는짐은이상하게도그남자가자신의아버지라는생각을떨칠수가없다.
짐은아버지에대한생각을끝맺지못하고울뵈이아섬과육지를연결하는현수교에서낚시를하다가우연히어린시절친구토미를만난다.토미는좋은옷을입고외제차를몰며남부럽지않은삶을사는것처럼보인다.반면짐은원인모를이유로정신과진료를받으며하루하루를힘겹게살아가고있다.과연이두사람은과거에어떤인생을살았던걸까.
교사인어머니와살고있는짐은어디서나눈에띄는아이였다.그는짙은머리에잘생긴얼굴과신비로운분위기로사람들을사로잡았다.체구가크고힘이센토미는환경미화원인아버지와어머니,여동생시리와쌍둥이여동생둘과함께살았다.가정폭력을행사하는토미의아버지를피해어머니가집을나가자,토미는동생들과함께모든상황을감당한다.그러나결국아버지의폭력을참지못한토미가아버지의정강이를야구방망이로내려치고아버지는그다음날연기처럼사라진다.열세살인토미는어린동생들의보호자가될수없기에그들은헤어져살게된다.형제들은아동보호소에서지정해준위탁가정으로뿔뿔이흩어져보살핌을받게되고토미는이웃집아저씨욘센과함께살게되지만토미는자신의환경에타협하기를거부한다.
단짝친구토미와짐은어느날꽁꽁얼어붙은호수위에서스케이트를탄다.갑자기얼음이깨지는소리가나자두사람은호수위를달린다.두려움을느낀짐은토미를밀치고앞으로뛰어나가고토미는그자리에서넘어진다.짐은토미를밀어냈다는죄책감에사로잡혀이때부터정신적인문제를안고살아간다.
고등학생이된토미는학교에다니지않고욘센과함께제재소를운영하고짐은정신병동에입원한다.짐은아무것도정확히기억할수없었다.다만자신이어떤이유로자살을시도해서이곳에오게되었다는것만알수있을뿐이었다.토미는제재소일로바쁜와중에도차를몰고짐을만나러병문안을가지만짐은더이상토미를보고싶지않다는듯밀어낸다.짐이퇴원한후다른동네로이사를가면서결국두친구는헤어지게된다.
어른이된토미는경찰서에서아버지를데려가라는연락을받고혼란스러워한다.볼품없이바싹마른아버지는쓰레기더미같은집에서비정상적인생활을한다.한편짐은원인모를건강악화로정상적인생활을이어나가기힘들어한다.다리위에서우연히만난두사람은앞으로어떤인생을살게될까.이미봉합할수없는상처로얼룩진토미와짐의인생은앞으로어떤방향으로나아가게될까.
나는용서를거부한다
모든것을파괴한아버지의폭력
토미와짐은아버지의부재라는비슷한환경에서성장했다.토미는야구방망이사건으로아버지를잃었고짐은태어나서아버지를단한번도본적이없다.운명은절친한친구였던두사람을전혀다른방향으로이끌었다.이웃집의보호를받던토미는고층빌딩에서일하며외제차를타는반면짐은도서관에서사서로일하다가건강악화로일을그만두어야할지경에이르게된다.두사람의경제적상황은많이다르지만두사람모두정서적으로공허함을느낀다는점은비슷하다.
토미와짐의상처는서로다른양상으로나타난다.토미는어머니가가족을남겨두고떠난후매일밤아버지에게발로얻어맞으며가정폭력을감당해야했다.그러던어느날저녁여느때와마찬가지로토미는여동생들의엉덩이를쓰다듬으면서그들을위로해주다가아랫배부근에서뜨거운기운을느낀다.우리는이장면을통해아버지의폭력과어머니의가출이근친상간의위험으로까지번지는것을목격하게된다.

그어느때보다동생들의엉덩이를쓰다듬어주고싶다는강한욕구가다시한번나를덮쳤다.침대가장자리에앉아그들의엉덩이를쓰다듬어주는내모습을떠올리는순간,이제이일을계속하면안된다는생각을하게되었다.(…)왜냐하면난이미아랫배부근에서스멀스멀생겨나는뜨거운기운을느낀후였고,그날저녁엔벌써몇번이나아이들의엉덩이를쓰다듬어주었기때문이다.이전과는다른기분좋은느낌이내손바닥을스치는것을느꼈을때,나는이미모든것이달라졌다는것을깨달았다.나는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는것도깨닫게되었다.시리가몸을돌려나를바라보았다.나는내가깨달은것을시리도알아차렸다는것을알수있었다.이젠시리와내가서로의엉덩이를쓰다듬어줄수없다는사실을._29~30쪽

토미는자신을여동생들과한방에밀어넣은것도,동생들의상처난엉덩이를쓰다듬게된것도다아버지때문이라고생각해아버지를더욱더증오하게되고결국야구방망이를휘두른다.토미에게가해지는아버지의폭력은동네사람들모두가알정도로직접적으로드러나지만그를도와주는이는아무도없다.이웃들은아버지에게맞고힘들게거리를걸어가는토미를보고도외면한다.동네에서문제아로낙인찍힌토미를못마땅하게바라보는이웃들의차가운시선은토미와시리에게또다른폭력이되며이들을용서하기를거부한다.이렇듯아버지에게서시작된폭력은연쇄작용처럼또다른폭력을불러와토미에게치명적인상흔을남긴다.
토미는자신을친아들처럼돌봐주었던이웃집아저씨욘센과함께운영하던제재소를팔아넘겼다는죄책감에시달린다.우연히낚시터에서허름한모습의짐과마주하게되고아버지와경찰서에서극적으로재회하면서삶의공허함은더욱커져만간다.모든것을가졌지만삶의의미를잃어버린사람처럼그의인생은송두리째흔들린다.
나는망각을거부한다
마음깊이새겨진죄책감
토미와달리짐의상처는마음깊숙한곳에숨어있다가전혀예기치못한때에그의일상을철저히무너뜨렸다.편모가정에서자랐지만남들의시선을사로잡을정도로매력적이었던짐의내면에는정상적인생활이불가능할정도로파괴적인힘이잠재해있었던것이다.짐은어른이되고나서도공황장애로보이는정신이상을겪는데이런짐의머릿속을떠도는것은자신이망각했던진실에관한이야기다.작가는짐이정신병동에입원하게된원인을자세히서술하고있지않지만우리는오래전토미와호수에서있었던일이짐의상처가수면으로드러나는결정적인계기였다고추측할수있다.

당시내가어떤면에서미쳤다고할수있는지,시간이흐른지금꼭집어말하기는쉽지않다.하지만내가왜정신병동에머무르게되었는지는말할수있다.그건내가언젠가장작을쌓아둔헛간에서목을매려시도했기때문이다.그건정확히기억하고있다.(…)
하지만나는왜목을매려했는지그이유는기억하지못한다.사실은내가그당시미쳤는지도확신할수없다.아니,아팠다고해야하나.차라리아팠다고하는게듣기에는훨씬좋은것같다.하지만나는어떤면에서아팠던것일까.당시나는내가정상이라고여겼다._193~194쪽

짐은자기자신을용서할수없었다.독실한기독교신자였던짐은담배에손을대고자살을시도해서정신병동에입원하게된다.어른이된그의인생은좀더나아진것처럼보이지만치명적인망각과정신이상으로그의삶은다시급격히변화한다.자신을불안과불면에시달리게하는원인을알수없는짐은망각을거부한다.
페테르손은한인간이트라우마를지니게된과정을견고하게쌓아올리며작품의깊이를한층더했다.과거와현재를넘나드는독특한구조와여섯화자의복잡한내면이맞물리면서견고한퍼즐이완성되었다.

가혹한운명과삶의구원을담은폭발적인이야기
『나는거부한다』는아주미묘한차이와순간의선택으로달라지는우리의인생을섬세하게보여준다.우연히짐과아버지를만난토미는하루종일많은생각에잠겨있다가한카페에들어간다.토미는자신에게친절을베풀고오늘하루를어떻게보냈느냐고다정하게묻는카페종업원베릿에게마음을빼앗긴다.그러나베릿이마음에품은사람은토미가오기전에카페를다녀간짐이다.

“그렇군요.당신자리에서방금한남자가식사를하고갔어요.굉장히슬퍼보였답니다.우리카페에자주오는사람인데웃는모습은한번도못봤어요.항상혼자오곤했죠.기운을북돋아주려고나름대로노력해보았지만도움이되는것같진않았어요.그모습을보니저도슬퍼졌어요.”_260쪽

토미는자신의음식을가져다주는베릿에게이름을물어보면서조심스레그녀에게다가간다.두사람은함께하룻밤을보내고토미는난생처음으로여전히살아있다는안도감을느낀다.미세한차이로빗나간인연으로토미와짐의운명은다시한번엇갈린다.토미는짐을생각하며베릿과함께옷을고르고다시짐과의재회를기대하며다리에서짐을기다린다.
한편짐은토미를만난후절망에빠져집으로들어가다가이웃집남자산뎀과마주친다.산뎀은반갑게인사하면서그에게오늘도낚시를하러가느냐고묻는다.평소친절한산뎀에게호감을느끼고있던짐은그럴생각이전혀없었지만그렇다고대답했고그말은머릿속에서쉽게지워지지않는다.
그날밤짐은천장에나사를박아자살을시도하려다가드릴로나사를박는소리에산뎀의아이들이잠에서깰까봐포기하고잠을청한다.잠에서깬그는이제정말마지막이라고생각하면서낚시도구를챙겨다리로간다.짐은알수없는운명에이끌리는느낌을받는다.

갑자기불안해졌다.라디오를켜니클래식음악이흘러나왔다.베토벤의현악사중주곡이라생각했다.매우아름다운곡이었지만,그의어머니말에따르면지금같은상황에선긴장감을유발하는곡이틀림없었기에,그는얼른라디오를껐다.늦을것같다는걱정에안절부절못하던그는갑자기생각을바꾸었다.
‘젠장,무엇에늦는다는거지?목적지에도착하기까지는시간이충분해.’_314쪽

자신의존재가희미하게지워지려할때삶의끝에서마주한사소한사건은인생의전환점이된다.결국모든것은우리의선택에달렸고우리가우리스스로를구원한다.『나는거부한다』는삶의정체를거부하고진실과대면하게하는도발적인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