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양장본 Hardcover)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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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에 한길사에서 출간하는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은 아렌트가 1968년 출간한 영어본에 수록된 11편의 에세이뿐 아니라 1989년 독일의 피페르(Piper) 출판사의 독일어 번역본(Menschen in finsteren Zeiten)에 수록된 4편의 에세이를 추가했다. 15편의 에세이 가운데 몇 편만이 논문 형식이며 대부분 전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아렌트가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들은 문맥 속에서 이해되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해설」을 첨가했다.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Men in Dark Times)의 ‘어두운 시대’는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세계대전 전후를 말하는 정치적 은유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75)는 이 책에서 특정 정치체제나 정치적 사건을 다루지 않고 특정 인물이 ‘어두운 시대’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를 다룬다.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1871-1919),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 1892-1940) 등 20세기에 활동했던 시인, 작가, 철학자, 성직자다. 그들이 “시대정신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어두운 시대에 빛을 밝히려고”(17쪽) 했으며 각자의 방법으로 인간의 자유와 인간됨을 조명했다.
하지만 아렌트는 “‘어두운 시대’가 한 시기를 특징짓는 것은 아니며 역사 속에서 드문 현상도 아니다”(62쪽)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어두운 시대’는 언제 어디서나 있었으며 공공영역이 ‘신뢰성을 상실’하고 “빈말이나 허튼소리”(60쪽)가 진실을 은폐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도 밝은 빛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63쪽). 아렌트는 그러한 밝은 빛이 이론이나 개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자신들의 삶과 저작으로 어둠을 밝히려 했던 수많은 행위에서 온다고 말한다.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을 읽다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우리 삶에 비춰보게 된다. 우리 시대가 내재하고 있는 ‘어둠’과 그 ‘어둠’을 밝히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어둠에 길들여져 있는 눈으로는 그들의 불빛이 촛불인지 타오르는 태양인지 알 수 없고, 나아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무사유’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저자

한나 아렌트

1906년 10월 14일 독일 하노버 근교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1941년부터 1975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에서 살았다. 아렌트의 삶은 격동의 20세기에 걸쳐 있었다. 조숙하고 명석했던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반항하다 퇴학당했지만, 가정교육과 베를린 대학교 청강을 거쳐 1924년 마부르크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지만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실존철학자 야스퍼스의 지도 아래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1929)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9년 스테른(Gunter Stern, 1936년 이혼)과 결혼하여 베를린에 정착한다. 1933년 히틀러 정권의 출범으로 생존의 위기를 느낀 그녀는 파리로 이주하여 반나치 운동을 하며 지내던 중, 1940년 프랑스가 독일에 함락되자 미국행을 결심한다. 1941년 5월 두 번째 남편 블뢰허(Heinrich Blucher)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 뉴욕에 정착했다. 이후 노터데임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프린스턴대학교, 시카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생애의 마지막 7년 동안은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의 정치철학 교수로 재직했다. '전체주의의 기원'(1951)을 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인간의 조건'(1958)으로 정치철학자의 입지를 굳혔다. 그 후로도 '과거와 미래 사이'(1961), '혁명론'(1963) 등 많은 글을 발표했으며,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담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유, 의지, 판단을 다룬 '정신의 삶'중 '판단' 원고를 집필하던 1975년 12월 4일,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정신의 삶'은 1978년 아렌트 사후에 출간되었다. 아렌트는 두 명의 위대한 철학자인 카를 야스퍼스, 마르틴 하이데거와 평생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자신을 철학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렌트는 형이상학적 진리가 아니라 현상과 사건의 의미를 찾는 사상가였으며, 대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주로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썼고 정치와 자유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한 가닥 한 가닥 용기 있게 엮어나갔다.

목차

어두운 시대의 세계를 밝히는 빛
우정, 정치적 사유 그리고 후마니타스 | 홍원표
머리말 | 한나 아렌트

제1장 어두운 시대의 인간성: 레싱에 관한 사유
제2장 로자 룩셈부르크
제3장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 1958-63년의 교황
제4장 카를 야스퍼스: 찬사
제5장 카를 야스퍼스: 세계시민
제6장 이자크 디네센
제7장 헤르만 브로흐
제8장 발터 베냐민
제9장 베르톨트 브레히트
제10장 발데마르 구리안
제11장 랜달 자렐
제12장 팔순의 마르틴 하이데거
제13장 로베르트 길벗
제14장 나탈리 사로트
제15장 위스턴 휴 오든

용어해설
한나 아렌트 연보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에는 인간의 다양한 삶을 특징적으로 드러내는 세 가지 은유, ‘어두운 시대’ ‘텅 빈’ ‘붕괴된 기둥’이 나온다. 아렌트는 책의 머리말에서 ‘어두운 시대’를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의 시 「후손들에게」에서 빌려왔다고 밝히는데 브레히트는 1930년대 독일의 암울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후손들에게」

참으로, 나는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 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없는 이마는
무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웃는 사람은
아직 끔찍한 소식을 듣지 못했을 따름이다.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나무들이나 이야기하는 행위가 범죄가 되는 시대
곧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한 침묵을 내포하고 있으니
천천히 길을 건너가는 사람은,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을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아렌트의 표현대로 “이 시는 무질서, 굶주림, 살육, 분노, 종말, 증오 등을 담고 있다.”(36쪽) 시에 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공공영역이 신뢰성을 상실하여 그 빛을 상실한 시대다.

역사상 어두운 시대는 수없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시대에 공공영역은 희미해지고 세계의 상황은 수상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활적 이해나 개인적 자유에 대해 정당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외에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_38쪽.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철저히 비관적이고 무신경적 태도를 견지하게끔 교육받는다. 이렇듯 어두운 시대는 공공영역이 고도로 위축되고 개인의 관심사만 부각되어 공과 사의 구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다. 이때 공공영역은 사람의 숨결을 느끼지 못하는 ‘텅 빈’ 공간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알지 못하며,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또한, 아렌트는 서구 전통을 지탱하던 ‘기둥’이 20세기 어두운 시대에 파괴되었다고 말하며 세계가 “인간적 필요에 우호적이지 못한, 즉 비인간적”(77쪽)일 때 정치질서의 기둥이 무너진다는 의미로 ‘붕괴된 기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렇듯 아렌트는 ‘어두운 시대’ ‘텅 빈’ ‘붕괴된 기둥’으로 당시 서구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