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 사이 :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 - 한길그레이트북스 182 (양장)

과거와 미래 사이 :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 - 한길그레이트북스 182 (양장)

$32.58
Description
『과거와 미래 사이』는 역사·전통·권위·자유 등의 전통적인 정치 개념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사유가 담긴 여덟 편의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한나 아렌트가 쓴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편의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아렌트 개념어 사전’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아렌트 사상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자 그의 사상의 발전을 예견하는 중요한 문헌이다. 나아가 서구철학의 이분법에 대한 아렌트의 해체주의적 연구 방법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저작이기도 하다.
왜 책 제목이 ‘과거와 미래 사이’인가. 인간은 자신을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 틈입시키면서 자신의 현재를 창조하고 확장해간다. 이 과정이 사유이며, 인간실존의 조건이다. 이러한 인간의 틈입으로 현재가 시작되는 순간, 즉 탄생(태어남)의 순간은 곧 한 인간실존의 시작이기도 하다.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이 새로운 시작(선택)의 능력, 즉 행위 능력 또한 바로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다. 모든 행위는 새로운 시작을 내포하므로 무수한 예측 불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사유는 무수한 변수들 ‘사이’를 또다시 부유하고 횡단한다. 이곳에 ‘절대적 진실’이 없음은 당연하다.
넘쳐나는 ‘상대적 진실들’ 사이에서 불멸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바로 ‘기억과 전승’에 있다. 아렌트가 여덟 편의 에세이에서 말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전승할 것인가. 세계의 창조자인 동시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호모 데우스’(Homo Deus), 그는 바로 공론장의 ‘시민’이다.

저자

한나아렌트

1906년10월14일독일하노버근교에서무남독녀로태어났다.유년기와청소년기를쾨니히스베르크에서보냈는데,이때어머니를통해유대인의삶을이해하게된다.조숙하고명석했던그녀는고등학교에서교사에게반항하다퇴학당했지만,가정교육과베를린대학교청강을거쳐1924년마부르크대학교에진학했다.그곳에서하이데거에게수학하지만현상학의창시자인후설을거쳐,최종적으로는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실존...

목차

과거와미래사이:정치사상에관한여덟가지철학연습

한나아렌트‘메탁시’정치철학의향연│서유경
제롬콘의서론

서문:과거와미래사이의틈

제1부과거와의단절
1장_전통과현대
2장_역사개념:고대와현대

제2부권위와자유의기원
3장_권위란무엇인가?
4장_자유란무엇인가?

제3부현대사회의위기와해법
5장_교육의위기
6장_문화의위기:그것의사회적·정치적의미
7장_진실과정치
8장_우주정복과인간의위상

21세기의한나아렌트와‘호모데우스’│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과거와미래사이』는역사·전통·권위·자유등의전통적인정치개념에대한한나아렌트의사유가담긴여덟편의철학에세이모음집이다.한나아렌트탄생100주년펭귄기념판으로약20년만에복간되면서아렌트제자제롬콘의서문과2023년에발맞춘옮긴이의해제와후기가추가되었다.이책은‘전체주의’‘사유’‘행위’‘상투어’‘탄생성’‘다수성’등아렌트정치사상의핵심용어를상세하고도집약적으로설명한다.‘아렌트개념어사전’이라부를수있을만큼아렌트사상에대한정확한지침이자그의사상의발전을예견하는중요한문헌이다.나아가서구철학의이분법에대한아렌트의해체주의적연구방법론이가장두드러지게나타나는저작이기도하다.아렌트는이책에서플라톤에서부터마르크스에이르는이분법적서구철학전체에대한통렬한해체주의적비판을통해세계를독해하며,역사의뒤안길로사라졌거나지워진개념들을발굴해새로운현재의용도를발명해낸다.

“자멸(自滅),이것이19세기에일어난전통에대한세가지반란의결과가운데키르케고르·마르크스·니체가공유하는유일하면서도가장피상적인특징일것이다”(124쪽).

인간다움을재정의하다

역사와전통,권위와자유등전통적인정치개념에대한논의속에서아렌트는인간실존의존재론적이분법을문제삼는다.즉,그동안분리되어온다수인간의‘정치적삶’과단독자인간의‘철학적삶’의불가분의관계에주목한것이다.아렌트에게인간실존은‘철학적삶’이나타내는사유와‘정치적삶’이나타내는다수성의복합체였다.아렌트가단독자로서의인간만을다루는철학자로불리길스스로거부한이유이기도하다.아렌트가말하는인간다운삶,그것은‘각자’의정신안에서‘서로’를전제하고‘행위’하는삶이다.

“심지어성자들의삶조차도다른이들과더불어사는삶이다”
(Socialisestvitasanctorum,182쪽).

“누군가가사유활동을개시하는순간세계를직면해야한다”(34쪽)는아렌트의주장에서처럼,“인간은고독한사유함에서조차결코혼자일수없다”(36쪽).아렌트에게사유란인간이세계와타인을상대로행위하는것과똑같은구조가다만인간정신내부에서펼쳐지는것이었다.이책에포함된여덟편의에세이는아렌트가말한바로이러한바로서의“사유하는방법상의경험을얻는것을목적”(94쪽)으로한다.아렌트는섣부르게사유의대상을규정하거나처방을내리지않는다.그의목적은우리가이세계에서“어떻게운신할것인가라는문제에집중되어있다”(94쪽).

‘시간’개념과인간실존

왜책제목이‘과거와미래사이’인가.스스로정치사상가임을자처한아렌트이기에‘과거’와‘미래’라는형이상학적시간개념은언뜻어색한주제처럼느껴지기도한다.그러나이제목에서주목해야하는단어는‘사이’다.과거와미래의사이,즉‘현재’에대한이야기속에이책의핵심이들어있다.인간은‘현재’를인식하는유일한존재다.플로티누스는“과거는지금끝나는시간이고,미래는지금시작하는시간”(18쪽)이라는표현을통해과거와미래가만나는‘지점’으로서‘지금’을말했다.즉통일체또는연속체로인식될수있는시간에하나의지점,즉‘공간’을만들어내며균열을일으킨것이다.하나의공간으로서‘현재’는이제물리적으로점유하거나인식할수있는위치가된다.

이로써인간은현재를인식해세계에자신의‘좌표’를찍는다.좌표찍기는그사람이태어날때시작되고,죽을때종결된다.이‘역사적과정’은철저하게개인화된여정으로교환가치로평가받을수없는“독특한비매품”(490쪽)이다.인간은자신을끊임없이‘과거와미래사이’에틈입시키면서자신의현재를창조하고확장해간다.이과정이사유이며,인간실존의조건이다.즉,인간의실존과시간의발생은동시다발적인사건이다.

“오직사람만이시간속틈입이허용되기때문에,
오직사람이자신의위치에서있는한에서만무심한시간의흐름이
[과거·현재·미래의]시제로나뉜다”(88-89쪽).

한나아렌트의‘호모데우스’(HomoDeus)

이러한인간의틈입으로현재가시작되는순간,즉탄생(태어남)의순간은곧한인간실존의시작이기도하다.무수히태어나는다수의인간은탄생과동시에자신만의좌표찍기를‘시작’하게된다.일차적인생물학적탄생이후에도인간은자유로운선택을통해이차적탄생,즉‘정치적탄생성’(politicalnatality)을갖는다.죽을때까지계속되는이새로운시작(선택)의능력,즉행위능력또한바로아렌트가말하는‘인간의조건’이다.아렌트의실존에사유와행위가분리될수없는이유다.

모든개별인간은아렌트의이러한인간실존적조건들,즉최초의탄생에서비롯된행위와사유의능력을갖는다.모든행위는새로운시작을내포하므로무수한예측불가능성을만들어내고,사유는무수한변수들‘사이’를또다시부유하고횡단한다.각자의좌표를찍어가는이곳에‘절대적진실’이없음은당연하다.아렌트에게인간사의영역은다양한‘상대적진실들’로넘쳐나는공간이며이영역의본질은‘증명’이아닌‘설득’에있다.

“그리스인들은[서로를]이해하는법?서로를개별적인사람으로서이해하는것이아니라
같은세계를서로의관점에서바라보는법,즉동일한것을아주다르게,
그리고대개는상반된관점에서바라보는법?을배웠다”(149-150쪽).

넘쳐나는‘상대적진실들’사이에서불멸성을획득하는방법은바로‘기억과전승’에있다.아렌트가여덟편의에세이에서말하는바는바로이것이다.우리는어떻게기억하고어떻게전승할것인가.인간의사명이란바로끊임없이탄생하는개별인간에게회자되고높이평가받을수있는공통의세계,공통의기억을‘창조’하는것이다.서로를전제한우리각자가모여공동체가공유하는가치를만들어내는것,그렇게‘과거와미래사이’에공통의좌표를찍는것이다.그리하여세계의창조자인동시에영원히기억될수있는자,한나아렌트가말한‘호모데우스’(HomoDeus),그는바로공론장의‘시민’이다.

책속에서

행위가수행된이후에사유함을통한완성과정이없다면,즉기억의도움을받아달성된표현의정교화가아니라면간단히말해서사람들에게들려줄수있는이야깃거리는하나도남지않게될것이기때문이다.
---p.82

인간행위는엄격히정치적인모든현상들처럼인간다수성(多數性,plurality)과함께묶여있다.그인간다수성이인간의탄생성(natality)에서기인하는한,그것은인간삶의근본조건가운데하나다.
---p.162

가령우리가자연적과정들을개시함으로써자연을상대로행동하기시작했다면,우리가이전에엄격한법칙이지배한다고생각했던그[자연의]영역에예측불가능성을명시적으로끌어들인것이나다름없다.
---p.162

인간들은서로를단번에연결하고구분시켜줄공동세계가[그들사이에]부재하다면[스스로]극심하게외로운분리상태로살아가거나어떤대중의형태가되도록강제될것이다.왜냐하면대중사회라는것은,사람들이여전히서로관계를맺고는있지만한때그들에게공통으로존재했던세계가없어진틈새에자동적으로들어서는조직화된삶의형태그이상은아니기때문이다.
---p.204

아니,그보다도인간은기억하는일을통하지않으면깊이라는것에도달할수가없기때문이다.
---p.211

육아와교육은다른어떤분야보다도‘권위’에대한필요가더욱그럴듯해보이고분명한것이사실이기때문이다.심지어이렇듯극히제한적이고정치적적실성도없는형태의권위마저없애버리고싶어하는것이바로우리시대의특색인셈이다.
---p.248

사람은미래로성장해간다는우리의성장개념과대조적으로로마인들은사람이과거를향해성장한다고생각했다.
---p.256

정치의존재이유는자유이며,그것이경험되는장은행위다.
---p.287

자유는단순한해방말고도동일한지위에있는타인들의동석(同席)을필요로했고,또한그들을만날공통의공적영역을필요로했다.
---p.291

교육은우리가아이들을우리의세계로부터축출해그들자신의고안장치들과함께놔두지않을만큼사랑할것인지를,그리고그들로부터무언가새로운일,무언가우리가이전에볼수없었던일을할기회를빼앗지않는대신,그들이모종의공통세계를경신하는임무를감당할수있도록미리준비시킬만큼그들을사랑할것인지를결정하는지점이다.
---p.358

[로마인들이생각하는]정신을잘닦은사람이란과거는물론현재의사람들가운데서,사물들가운데서,사상들가운데서자신의동행을선택하는방법을아는자다.
---p.401

이와대조적으로현대의정치적거짓말들은결코비밀이아닌것들,사실상모두가알고있는것들을효과적으로다룬다.이점은[동시대에사는]목격자들의시선을받으며현대사를재기술하는경우에명백하지만,각종이미지-메이킹과정에서도상황은엇비슷하다.이미지-메이킹과정에서는제아무리잘알려진기성사실이라도이미지에해가될것으로보이면거부되거나무시될수있다.하나의이미지는구식초상화의경우처럼실물보다근사하게그려야하는정도가아니라실물의완전한대체물을제공해야하기때문이다.그리고이대체물은현대적기술과대중매체덕분에원형이결코도달할수없을정도로공중의눈앞에제시된다.
---p.442

이런견지에서기술전체는사실상더이상“인간의물질적능력들을신장하기위한인간의의식적노력의결과가아니라어떤거대한규모를가진생물학적과정”의형태로나타난다.
---p.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