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 레이첼 커스크 장편소설)

윤곽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 레이첼 커스크 장편소설)

$15.50
Description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윤곽』은 기존의 소설 양식을 과감하게 탈피한 여성 서사다. 소설은 이혼으로 삶이 무너져내린 작가가 글쓰기 강의를 하러 아테네로 떠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다. 레이첼 커스크는 이 작품에서 화자, 즉 ‘나’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상대의 독백에 가까운 이야기와 화자의 기억이 콜라주 기법처럼 서로 얽혀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형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상대의 독백은 기존 이야기의 중심과 대조를 이루며 감추어져 있던 주인공의 윤곽을 서서히 드러낸다.
소설 속 화자는 특정한 답을 찾지 않고 그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윤곽을 점차 완성해나간다. 이혼으로 인해 상실을 겪은 화자에게 듣는 행위는 파편처럼 부서진 삶 속에서 뒤틀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희망이다. 우리는 레이첼 커스크의 우아한 통찰력과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친숙한 여성들의 자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

레이첼커스크

RachelCusk,1967-
1967년캐나다에서태어난레이첼커스크는어린시절을로스앤젤레스에서보낸후1974년영국으로이주해옥스퍼드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했다.첫소설『아그네스구하기』(SavingAgnes,휘트브레드신인소설가상)를1993년에출간한이후,『어느도시아가씨의아주우아한시골생활』(TheCountryLife,서머싯몸상수상),『알링턴파크여자들의어느완벽한하루』(ArlingtonPark,오렌지상최종후보),『운좋은사람들』(TheLuckyOnes,휘트브레드소설상최종후보),『우리에갇혀』(IntheFold,맨부커상후보)등그녀의소설은주로사회가만들어놓은여성상과이에대한풍자를주제로했다.지금까지모두아홉편의장편소설을발표했고,2003년에는『그란타매거진』이선정하는‘영국최고의젊은소설가’로뽑혔다.루퍼트굴드가연출하고,레이첼커스크가각본을쓴에우리피데스의『메데이아』(Medea,2015)는수잔스미스블랙번상의최종후보로선정되기도했다.특히10년간의결혼생활과이혼의아픈경험을대담하고솔직하게담은그녀의회고록『후유증:결혼과이혼』(Aftermath:OnMarriageandSeparation,2012)은영국문단에큰파장과논쟁을낳았다.긴공백후,커스크는새로운형식의소설적글쓰기를시도한다.주관적이고직관적인견해는피하면서서사적관습에서벗어나개인적경험을표현하는것이다.이새로운프로젝트는‘윤곽3부작’인『윤곽』(Outline,2014),『환승』(Transit,2016),『영광』(Kudos,2018)으로발전했고,해외문단에서높은평가를받고있다.

목차

본문
어긋나는이야기들,혹은가능성
ㆍ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영국가디언선정‘21세기최고의책100권’★
★폴리오문학상최종후보
★골드스미스프라이즈최종후보
★뉴욕타임스선정올해의책
★뉴욕타임스문학비평가가선정한
21세기의읽기와쓰기방식을
새롭게형성한여성작가15인

“레이첼커스크는젠더,권력그리고스토리텔링에대한그녀만의
생각을담은또하나의매혹적인배를만들었다.”
영국_가디언

대담한서사적실험!
새로운글쓰기형식을창조한레이첼커스크
레이첼커스크는영국문단에서가장주목하는작가다.세계언론은커스크를W.G.제발트와비견되는작가라평하면서세련되고우아한작품의형식을높이평가했다.각종사회문제와더불어페미니즘소설이쏟아져나오자그의작품이재평가되고작품과연결된그의인생또한주목받고있다.레이첼커스크의작품속인물들은평범한중산층여성처럼보이지만내면의상처나갈등을간직한인물들이다.『윤곽』에등장하는인물들도그와비슷하다.『윤곽』은‘윤곽3부작’『윤곽』『환승』『영광』가운데첫번째작품으로작가자신의삶이투영된자전소설이다.
『윤곽』을자전소설로분류하는이유는화자인파예와실제작가레이첼커스크의모습이많이닮아있기때문이다.소설에서파예가남편과이혼한후두아들과함께런던에서산다는설정이나글쓰기강의를하러아테네로떠난다는설정은레이첼커스크의실제상황과유사하다.

나는런던에살고있다고대답했다.최근에시골집에서이사를했는데,그집에서아이들과지난3년동안살았고,그전에는7년동안남편도함께살았다고했다.말하자면그건가정이었고,그곳에살면서그집이무언가의무덤이되어가는과정을지켜보았다.그무언가가현실이었는지환상이었는지는이제확실히알수없게되어버렸다고했다._14쪽

레이첼커스크는남편과이혼한후심리적상실을겪고가공된인물과인위적인이야기에구역질을느꼈다고한다.그는이혼으로자신의자아가파괴되어다시는그이전으로돌아갈수없음을실감했고,결혼에대한믿음이무너지면서전통적인소설에대한믿음도무너졌다고이야기했다.
레이첼커스크는10년간의결혼생활과이혼의아픈경험을담은에세이『후유증:결혼과이혼』(Aftermath:OnMarriageandSeparation,2012)을발표하고영국문단에큰파장과논란을불러일으켰다.그는이작품에서임신과출산,결혼에대한자신의생각을가감없이드러냈는데,여성을짐승에비유해모성을무자비하고적나라하게묘사했다며수많은사람의질타를받았다.

2012년‘더블린작가페스티벌’에서열린북토크행사를함께한칼오베크나우스고르와레이첼커스크.

이혼과작품논란으로인한마음의상처는이후그의작품관에큰영향을미쳤다.노르웨이의거장칼오베크나우스고르는“직조된플롯속에등장하는직조된인물에대한생각만으로도토할것같았다”라고말했는데레이첼커스크도그와비슷한생각을지니고있다.레이첼커스크와크나우스고르의작품과문체는확연히다르지만비슷한작품관을지니고있다는점에서‘자전소설의결정체’로함께거론되는작가들이다.
작품속기교가생략된자리에는작가의진정성만이남아독자에게더욱강렬한메시지를전달한다.한치앞도알수없는삶을그대로보여주는것만큼더훌륭한소설적장치는없을것이다.

사랑할수없는사람들
이혼으로인한상실과단절을겪은레이첼커스크의인물들
『윤곽』은주인공파예가여름학기글쓰기강의를하러아테네로가면서다양한사람을만나며펼쳐지는이야기다.이작품은특별한사건없이파예가만나는인물들과대화를중심으로흘러간다.잔잔하면서도삶에대한깊이있는성찰은이소설을더욱돋보이게하는요소다.흥미로운점은파예의주변인물들은대부분최소한번의이혼을경험한사람들이라는것이다.이들은똑같이이혼을경험했지만서로다른생각을지니고살아가며독자들은그들이들려주는이야기를자신에게투영해각자의삶을돌아보게된다.
파예가만난사람들가운데가장인상적인인물은비행기에서만난옆자리남자다.그는몇년전남편과이혼했다고말하는파예에게자신의결혼생활에관한이야기를들려준다.남자는첫번째아내와아이둘을낳고재산을늘려가며풍족한생활을했다.그의첫번째결혼은삶에서가장행복하고조화로운시절이었지만한번의말다툼으로산산조각나고말았다.

남자는아내와말다툼을한후정박해놓은요트에서생활했다.그는장인의말을따라아내와의공동재산을포기하고이혼을하며자신을가두고있던그릇을깨뜨리고싶은혈기를느꼈다.그는더많은것을얻기위해아내와의삶을무덤덤하게깨뜨릴수있었지만이혼후의삶은그의생각대로흘러가지않았다.
남자의두번째아내는아주우아한미인이었지만책을멀리하고사치품을중요하게생각했다.그는아내를충족시키기위해맹목적으로일에매달려야했고첫번째아내의단정함과그녀와함께나누었던과거의깊이같은것들에그리움을느끼기시작했다.첫번째아내는불행한시기를지난후에스키강사와재혼했고그무렵남자는과거의실수를바로잡기위해그녀와의관계를회복하려노력했다.그러나그는세월이흐른지금까지첫번째아내와정기적으로통화를하면서도1분이넘어가면짜증을느꼈고그녀와다시결합했어도그들의관계는똑같은결말을맺었으리라는결론에도달했다.
남자는자신의두번째아내가첫번째아내와낳은아이를방치했다고이야기한다.그와두번째아내사이에새로운아이가태어나자문제는더욱심각해졌고그의고향섬에서여름을보내던중또한번의이혼을경험하게된다.그러나그는여전히사랑을믿는다고말한다.

그래도저는사랑을믿습니다.사랑이거의모든것을회복시켜주니까요.그리고사랑이그렇게회복시켜주는동안은,아픔도사라지니까요.예를들어,당신이─그는나를보며말했다─지금슬프다고해도,사랑에빠지는순간그슬픔은멈추는겁니다.”_35쪽

파예는객관성이결여된비행기옆자리남자의이야기에의구심을품고아테네에서다시그와만나게된다.남자는두번째아내와는달리순수하고단순하며근검절약이몸에밴세번째아내와의결혼생활에대해이야기한다.원리원칙에기반을둔두사람의가정은평온했지만세번째아내는아이를낳고나서부부관계의필요성을느끼지못했다.결국남자는답답함을이기지못하고이혼을결심한다.세번의결혼과세번의이혼으로남자는삶이라는것을어떤과정으로이해했으며자신이평화와지루함,죽음에대한두려움때문에일부러모든일을망쳐버린것같다고털어놓는다.
파예는남자의이야기를듣다가첫번째아내와이혼하게된결정적인이유가그의외도때문이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녀는그가자극이라는개념에이끌려이미평가된자신의모습에서자유로워지고싶었다는것을깨닫는다.

두아들의삶에서아름다웠던것들은,엄격히말하자면실제로존재한다고할수없는어떤것들을,상대방과함께꿈꾸었던결과라는사실말이다.
나는그것이사랑에대한하나의정의인것같다고말했다.오직두사람만볼수있는무언가를믿는일._97쪽

이혼후아픔을겪고있는파예와세번의이혼을경험한후자신의삶을돌아보게된남자는지금도여전히사랑에대해생각한다.파예는남자의이야기를듣고자신의경험을되새기며자신의윤곽을서서히그려나가기시작한다.

삶의윤곽을그려나가는이야기
“더이상진실은없고있는것은관점뿐이다”

주인공파예는다양한사람을만나그들의이야기를듣고점차자신의삶에대한윤곽을만들어나간다.작품속에서파예는화자인동시에자신의모습을철저하게감춘청자다.우리는화자의이름이‘파예’라는것도작품의후반부에가서야알수있을만큼화자는자신의개인적인정보를독자에게드러내지않는다.
파예가만나는사람들은오직자신의관점에서만이야기한다.작품밖의청자인독자는진실이무엇인지절대알수없다.그러나우리는다른이들의이야기를들을수록스스로에대해서더욱깊이알게되는독특한체험을하게된다.흔히사람들은타인의삶에자신의모습을투영하기때문이다.그렇기에우리는작품을읽을수록“더이상진실은없고있는것은관점뿐”인상태에놓이게된다.

두아들이무엇보다원했던것은자신이옳고,상대가틀렸다는판정을받는일이었지만,어느한쪽이일방적으로잘못했다고비난하는것은불가능했다.
시간이지나면서나는,그싸움은절대해결될수없는것임을깨달았다.사실을밝히는게목표인이상해결은불가능했는데,왜냐하면이제더이상하나의진실은없었기때문이었다.그게요점이었다.이제둘은꿈을공유하지않았고,심지어현실도공유하지않았다.두아들은각각자신의관점에서만세상을보았다.있는것은관점뿐이었다._99쪽

우리는다른사람을묘사하면서우리자신에대해많은것을드러낸다.다양한인물은파예라는필터를거쳐독자들에게다가온다.파예는그들에대한이야기를우리에게전달하는과정에서자신의주관을드러낸다.우리는파예가한인물의말을직접인용할때조차파예의말을객관적으로신뢰할수없다.이는『윤곽』뿐만아니라모든소설이주관적이라는것을증명하고있기도하다.
독자들이이사실을인지했다면파예는더이상자신에대해설명할필요가없다.파예는여러인물이들려주는이야기를자신만의방식으로받아들이고흡수하며이미자신에대한모든이야기를하고있기때문이다.이작품에서파예는자신의모든것을감추는동시에모든것을드러내고있는셈이다.
동료글쓰기강사라이언은파예에게‘생략’(ellipsis)이라는단어의그리스어원에대해이야기한다.이단어의어원은‘침묵속에무언가를감추다’라는뜻이다.화자인파예는작품속에서자신의모습을철저히감추는청자이고,이혼후자신의삶에서많은부분이지워진것같은느낌을받기도했다는점에서이단어는상징적인의미를지닌다.이혼의상실로지워지고생략된파예의윤곽을상징한다고볼수도있다.또한어떠한형태에서나의모습이아닌것을제외하고나면윤곽만이남는데,그것이내삶과내자아의본질일수있다는소설의메시지를더욱선명하게드러내는장치이기도하다.

고대도시아고라의여신상들(왼쪽)과전쟁으로부서진건축물이재건된모습(오른쪽).

우리는소설맨마지막에등장하는앤과의대화를통해파예의모습이수면위로떠오르는것을느끼게된다.앤은이혼과괴한의습격을당한후송두리째흔들리는삶을경험한여성이다.그런점에서앤은등장인물가운데파예와심리적으로가장가까운인물이다.앤이가볼만한장소를추천해달라고이야기하자파예는“아고라에가서기둥들에있는머리잘린여신상”을보고오라고말한다.

옆자리남자가이야기를하는동안그녀는자신이라는하나의형태,윤곽을그려볼수있었다.그윤곽을둘러싼바깥의세부적인면들은모두채워졌는데,정작윤곽자체는텅비어있었다.그형태덕분에,비록그내용물은알지못했지만,사고이후처음으로그녀자신의현재모습을인지할수있었다._281쪽

아고라는전쟁과파괴,재건이무한히반복되며그로인한상처가표면에드러난건축물이다.무수히상처를입었지만재건을통해자신의자리를굳건히지키며여전히자신만의형상을유지하고있는아고라는파예의자아와도연결된다.즉아고라는부서지고재건된것의존엄성과불완전한이미지로점철된파예자신을상징한다.흐릿하기만했던파예의존재는다양한사람의이야기속에서서서히드러나며,우리는이마지막장면을통해파예가자신만의윤곽을완성했다는것을깨닫게된다.

‘답’을주지않는소설
삶과예술안에서타협을거부하는여성의자화상

옮긴이김현우는『윤곽』이“‘듣기’에관한작품”이라고이야기한다.심지어“‘답’을철저하게부정하는소설”이라고말하며과거의답이나다른답을받아들이기보다“그저다른이야기에귀기울여보라고권하는작품”이라고한다.
『윤곽』은삶과글쓰기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다.파예의글쓰기강좌의제목은‘어떻게쓸것인가’인데그의글쓰기수업을자세히들여다보면‘어떻게살것인가’에따라글쓰기의방향이달라지는것을포착할수있다.파예가강의실에오기까지있었던일을차례대로이야기해보자고하자수강생들은자신이보고들은것들에대해말하기시작한다.수강생들의대화는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