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진로에는20세기의역사와21세기라는미확정된궤도가가로놓여있다.
이럴때필요해지는것은지난시기에움터나왔던지성의봉우리에올라서보는일이다.
그지성의항해일지를다시자세히들여다보는작업이다.
그로써얻게되는통찰과오늘의시대를하나로엮어우리지성사를새롭고
주체적으로써나가는과제를감당해야한다.
지금은생각의발원지에대한탐색이절실한시대다.”
-김민웅
인문학,사회과학,신학등에걸친전방위적지식인으로주목받아온김민웅경희대교수가‘김민웅의인문정신’시리즈를새롭게펴낸다.
제1권『시대와지성을탐험하다』에수록한57편의에세이는고전,문학,역사,정치,경제에이르는다양한주제를60여명의인물과그들의책,사상,활동을중심으로다루었다.저자김민웅은이책에서우리가잃어버린것이무엇인지에대한근원적질문과상상력을회복하고,이로써‘생명의역사를펼쳐낼수있는’새로운문명을구상할것을제안한다.
제2권『인간을위한정치』에서는세월호사건,국정원댓글사건등그때마다의시사적현안들을중심으로정치의본질에대한질문을던지는에세이24편을엮었다.그로써우리가앞으로어떤정치공동체를만들어가야할지모색하고,‘사회적망각’을극복하는‘인문정치’를제안한다.저자김민웅은최근인문학에대한대중적인관심이높아졌지만,아직도‘어떤인문학’이어야하는가에대한성찰은부족하다고지적해왔다.그는이책에서무엇보다“인문학은우리삶,우리사회와만나야한다”고강조하면서,우리사회의내면적깊이를다시한번돌아볼것을요청한다.
인류문명사의모험적탐색자들
“인류문명사에진전이이루어질때마다발견되는것은‘모험적탐색자’(pathfinder)들의존재다.이들의지적도발은당대의몰이해와적대적시선에의해궁지에몰리기도하지만,새로운시대의지평을여는위대한디딤돌이된다.무솔리니의감옥에서그빛나는뇌가소멸위기에처했던그람시의노트조각들은20여년간세상에알려지지않았지만결국사라지지않는목소리로자신을드러냈다.생식기를절단당하는궁형(宮刑)으로치욕과좌절의시간을보냈던사마천이피땀으로죽간에써내려간『사기』는또어떠한가?”
인간의지성이끊임없이그영토를확장해온것은‘근원적질문’을던지는이들이있었기때문이다.‘김민웅의인문정신’제1권『시대와지성을탐험하다』에서는이러한인류문명사의‘모험적탐색자’들을주목한다.한나아렌트,고든차일드,조봉암,함석헌,리영희,에릭홉스봄,하워드진,폴스위지,월터미뇰로등60여명의인물과그들의생각,활동,저서를비평적으로다루었다.역사와현실을새롭게읽어내며,다른세상을꿈꾸고,이를이루기위해움직인인물들은동서고금에있었다.‘막다른골목’에서새로운돌파구를여는지성의힘은바로여기에있다.
“하나의봉우리가이루어지기위해서는언제나끊임없는열정과새로운발상의시도를통한실험이필요하다.그것이지금까지의세계를스스로난도질하는듯해도.“(390쪽)
사유의권리를기본권으로
“질문하는행위란무엇일까?그것은지금당연하게여긴것들을의심의눈초리로날카롭게쏘아보는일이다.물론그의심의눈초리는기분이나빠서거나뭔가속았다고여기고퉁명스러운표정을지으며보내는불쾌한시선이아니다.그건,나도모르게나를가두고있는밧줄을풀기위한‘해방의사건’이다.인류정신사를돌아보면,바로이사건이새로운세상을열어나가는열쇠가되었다.”(444쪽)
‘사유한다’‘생각한다’라는것은곧질문을하는작업이다.질문하지않는생각이나고정관념이개개인의신념과사회의이데올로기가된다면,그것은폭력을불러올뿐이다.저자김민웅은이를역사속에서논증한다.예컨대인종차별이나전쟁,파시즘,종교적독선은모두이폭력의발현이었다.또한기존질서가정해놓은경계선을넘는행위는모두이폭력의목표물이되곤했다.창의적사고를적대시하며새로운질문을탄압하고,생각의진화를불온시하는이러한사회에서인간은노예로전락한다.야만의시대인것이다.
반면“질문할수있는인간은새로운희망을만들어내는출발점”이다.‘생각’과‘질문’은저항과대안,희망으로이어지기때문이다.그렇기에이책에서김민웅은‘사유의권리’를무엇보다중요한기본권으로확정하자고힘주어말한다.그것은인간이인간으로서살아가기위해보장되어야할가장중요한권리이기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저자는오늘날인문학의대중화에도일침을가한다.“인문학이최근들어대중적환호를받게된것은기쁜일이지만,그런현실은지식의무게를가볍게하라는요청은분명아니다.”그렇다면어떤인문학이어야할까?그는우리사회의지적기반을단단하게함으로써생각의지평을넓히고깊이파고들수있는,성찰을포기하지않는미래를열어가는인문학이어야한다고말한다.“현실과교전하지않는사상은우리의인간적가능성을억제할뿐”이다.
자본주의를해부하고,문명의미래를상상하다
“불평등의대물림이세계도처에서지탄받는오늘날이다.불평등은더는인내할수없는현실의고통으로사람들을괴롭히고있다.(…)인간이자본의채찍에길들여지지않으려면,자본을길들여라.사회가시장을주도하지못하면시장은어느새우리에게프랑켄슈타인이만든괴물이되고만다.”(499쪽)
김민웅의사유는자본주의의맨얼굴을분석하고,그한계를넘어서는차원으로자연스레이어진다.그는오늘날‘격차사회’가갈수록심화되고있음을지적하면서,이것의극복은인간됨을묻고성찰하는인문학이반드시물어야할질문이라고말한다.예컨대조지프스티글리츠의주장대로,“중요한것은보통사람들의소득을높이는일”이다.또한세계체제론자군더프랑크의말대로“서민의삶을중심에놓고이들이희생되지않도록보호하면서,자본에대한사회적통제를구축할수있는국가,이를만들어내는과정이바로민생을위한정치의요체다.”
이러한분석은다양한문명권이서로교류하면서문명사발전을촉진했던자본주의이전세계체제에대한주목으로이어진다.저자는지중해를중심으로전개된이슬람권에대한이해,그리고동아시아의근대사를되짚어나간다.그리하여주류문명권의변방에존재하면서,새로운발전의동력을축적해가는문명의역사를발견한다.그로써‘문명의미래’를그려나간다.
“제국의역사는문명권을통합하면서새로운변화를가져오기도했지만,그파괴의진상은참혹하다.지금필요한것은지구적차원의책임의식과이를위한문명사적상상력이다.”(650쪽)
정치는인문학의본령이다
“동과서의고대는인문과정치가분리되지않았다.인간의삶,생명,희망을현실에서이루는정치를염원했던것은오랜전쟁의역사를겪으면서죽음의폭력과맞서는가운데생겨난깨우침이었기때문이다.”(13쪽)
‘김민웅의인문정신’제2권『인간을위한정치』를관통하는주제는“어떤인간이정치의주역이되어야하는가?”다.정치는어느문명,어느시대에서도인문학의근본과제가되어왔다.정치는인간이서로를어떻게대하는가를말하는것이며,사람이사람답게살아가기위해가장중요한요인이된다.그렇다면오늘날현실정치의모습은어떠한가?
제1부‘정치,삶과죽음사이에서비틀거리다’에서는폭력으로작동하는정치,희망을담아내지못하는오늘날현실정치를드러낸다.세월호참사를돌아보면서‘생명의정치’를구현하기위한국가의책임을묻는다.제2부‘망각과의싸움’에서는오늘의관점에서과거를되짚어재조명한다.역사를기억하고성찰하는것은현재의문제를읽고그해결방법과방향을정하는바탕을만들기때문이다.
이어제3부‘특권을폐기하는민주주의’에서는기존질서가강력하게방어하는특권과거기서배제된이들이강요당하는희생과차별을지적하고,이를무너뜨려야한다고강조한다.제4부‘전쟁과평화의문법’에서는북한핵문제,한반도평화운동,패권체제를대체할동북아신질서를구상하며,제5부‘공화국의위기,공화국의기회’에서는이러한‘공화국의위기’를극복하기위한사회적연대,교육,경제민주화,세계시민사회등을제안한다.
정치의품격,망각과의싸움
“희생된이들의기억을다시추스르는것은그들의한을풀어주고정의롭지못한현실을바로잡는첫걸음이다.과거의복기는사실관계에대한격론과함께이념과사상,철학과가치관의투쟁이벌어지는현장이다.”(70쪽)
아무리충격적인사건을겪어도,우리사회는시간이흐르면어느새그일을깨끗이잊곤한다.국정원의댓글공작이나용산참사가그러했고,쌍용차해고노동자들의자살이그러했다.이점을잘알고있는권력은오직시간이흘러그러한사건들이‘망각’되기를기다리며버틴다.그렇기에김민웅은“기억을끊임없이불러들이는일이모든정치행위의중심에놓여야한다”고말한다.“지난일을쉽게망각하는공동체는현재에대해서도,앞으로가는길에대해서도무지해지기”때문이다.
그러고보면,동서양에서고전적정치철학의출발점은지난시기의역사에대한기록과비판적성찰에서비롯되었다.내용이갖춰진품격있는정치는한시대가겪은사건에대한기억이말소되지않도록지켜갈때비로소가능해진다.그처럼격조있는정치는정치공학적발상에서나온기만과술책을거부한다.사회적약자에대한모멸적인정책을받아들이지않고,강자만을위한계급권력의복원과유지,확대에저항한다.그렇기에‘사회적망각과의투쟁’은정치의격을무너뜨리는독선적권력에대한가장중요한철학적사유의출발점이다.
그러한맥락에서김민웅이제안하는것은다름아닌‘인문정치’다.여기에는정치가권부(權府)의전유물이아니라,모두의권리라는생각이바탕이되어야한다.
“인문정치는인간의고통에민감하고생명이갈망하는바에최우선의관심을기울이는정치다.뜨거운피가돌고뼈와살이감지하는세계를담아내려는노력을격려하며,그로써사람다운삶을함께살아가는현실을만드는것이정치의본령이다.”(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