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내 유년의 빛

베이징, 내 유년의 빛

$16.63
Description
중국 대표 시인 베이다오, 그의 자전적 에세이 『베이징, 내 유년의 빛』. 자신의 유년을 18개의 에피소드로 반추한다. 친구들과 폭죽놀이를 하고, 친척 형과 수영 시합을 하며, 같이 소꿉놀이를 하던 사촌누나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기억들은 한없이 일상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지극히 시대적이다. 그는 광기의 시대를 고발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시간과 아들의 시간, 광기의 베이징과 현대의 베이징 사이에 놓여 있는 단절의 성문을 연다.
저자

베이다오

저자베이다오北島는1949년베이징에서출생했으며,본명은자오전카이(趙振開)다.세계각국을떠돌다지금은홍콩에정착하여홍콩중문대학교교수로재직하고있다.1978년친구들과함께시잡지『오늘』(今天)을창간하여지금까지운영하고있으며,1992년노벨문학상후보에오르기도했다.중국신시기‘몽롱시’의대표시인으로,깊이있는자아의식과철학,상징과암시,냉엄하고심오한필치로독자적인시세계를구축하고있다.대표시집으로『태양성찰기』(太陽城札記),『베이다오?구청시선』(北島顧城詩選),『밤을지키다』(守夜),『한밤중의문』(午夜之門),『청등』(靑燈),『시간의장미』(時間的??)등이있고산문집으로『파란집』(藍房子)이있다.

목차

나의베이징머리말

빛과그림자
냄새
소리
장난감과놀이
가구
레코드판
낚시
수영
토끼키우기
싼불라오후퉁1호
첸씨아줌마
독서
상하이에가다
초등학교
베이징제13중학
베이징제4중학
대관련
아버지

두개의베이징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나의베이징을재건하고싶다
지금의베이징을부정하고싶다

나의성장경험은베이징과긴밀히연결되어있다.
하지만이모든것이이도시와함께사라지고있었다.
그순간부터이책을써야겠다는충동을느끼기시작했다.
글로써이도시,나의베이징을재건하고싶었다.
나의베이징으로지금의베이징을부정하고싶었다.(9쪽)

시간은오래됐고,도시는변했다.그래서기억은아스라하고,그래서유년을떠올릴때면어느덧익숙해져버린공간은낯설게,어느순간잃어버린시간은아련하게다가온다.그낯섦과아련함은낯설어서서글프고아련해서따스하다.저너머에서번져오는빛처럼.
1992년노벨문학상후보에올랐던중국의대표시인베이다오(北島)는자전적에세이『베이징,내유년의빛』(원제:성문이열리다城門開)에서자신의유년을18개의에피소드로반추한다.1949년베이징에서태어난그는대약진운동과문화대혁명으로점철된유년기를보냈다.베이다오는그고된기억의문을연다.

빛과그림자
에피소드들은감각적인기억으로시작된다.야간자습실의희미한등불,러시아음식점에서풍겨나오는음식냄새,개발이되지않아시골마을같았던베이징에서아침마다들려오는닭울음소리등.「빛과그림자」「냄새」「소리」로이어지는기억속감각들은유년의에피소드에녹아들며그시절을충실히재현한다.친구들과폭죽놀이를하고,친척형과수영시합을하며,같이소꿉놀이를하던사촌누나에게첫사랑의감정을느낀다.이러한기억들은한없이일상적이면서한편으로는지극히시대적이다.
그시절중국은가난했다.특히1959년부터61년까지3년간마오쩌둥이추진했던대규모경제정책인대약진운동이실패하자전국적으로식량부족현상이발생한다.일명3년곤란시기,그시절의고단함은유년의일상에처연한삶의그림자를드리운다.
「토끼키우기」에서사람먹을풀조차귀하던시절,베이다오는집에서토끼를키운다.그런데“소련큰형님이우리중국에게외채를갚으라고압박하고있다”는친구들의얘기를들으면서베이다오는영화에서본토끼털모자를쓴러시아사람들을떠올린다.그는토끼가외채상환때문에토끼털모자가되어팔려가지나않을까전전긍긍한다.이런베이다오를본아버지는걱정거리를없애기위해토끼를잡아먹자고한다.

아버지가결정을내리셨다.토끼를잡아배를채우는동시에모든걱정을잠재우자는것이었다…….나와동생은울면서격렬하게반대했다.하지만지위가낮은사람의주장은무시되는법이었다…….어머니가솥에먹을것이있다고우리에게조용히귀띔해주었다.토끼에대해서는언급하지않았다…….나는침대에기어올라가이불로머리를감싸쥔채소리없이울었다.(118쪽)

이처럼베이다오의순수한유년기억곳곳에는고된삶의그림자가드리워져있다.이그림자는베이다오가베이징제4중학(중고등학교)에입학할즈음시대와함께더욱짙어진다.

성문을열다

기억은선택적이고모호하고배타적이다.
게다가장기적인동면상태에빠져있다.
글쓰기란이런기억을불러일으키는과정이다.
기억의미궁에서는하나의길이또다른길을인도하고
하나의문이또다른문으로열려연결된다.(10쪽)

대약진운동실패로입지가좁아진마오쩌둥은자신의과오를덮기위해1966년부터76년까지10년간문화대혁명을전개한다.홍위병으로대표되는학생들이주도한문화대혁명에대해훗날중국공산당은마오쩌둥의극좌적오류라정의했지만,오랫동안문화대혁명은중국에서언급하는것조차금기시되었다.이시기에베이징제4중학을다닌베이다오는굳게잠긴금기의성문을연다.
괴이한폭력으로점철된그시절의기억을베이다오는특별한가치판단없이,경험한그대로담담히써내려간다.그담담함은역설적이게도시대의광기를더욱섬뜩하게드러낸다.
문화대혁명이발발하자학교는수업을중단하고비판투쟁대회에열을올린다.곳곳에는“아비가영웅이면아들은대장부요,아비가반동분자면아들은개자식이다”라는대자보가나붙고,학생들은선생님들을부르주아앞잡이로몰아세우며조리돌림과주먹질,발길질을해댄다.이에충격을받은한여자선생님은자신의목을칼로도려내어자살한다.급식비환불문제를놓고학생과실랑이를벌인급식관리원은비판투쟁을당하자강물에투신자살한다.
베이다오는이처럼“선택적이고모호하고배타적”인기억의성문을,한없이담담한그래서더처연한글쓰기로연다.그렇게열린기억의성문은유년의빛과그림자그리고그것이담긴시절을새로운문으로인도한다.

나의기억,아버지의기억

당신께서저를불러아들이되게하셨기에
저는당신을따라아버지가되었습니다.(289쪽)

“2001년말아버지의병세가위중해져13년동안떠나있던베이징으로다시돌아가게되었다”는문장으로시작되는『베이징,내유년의빛』은베이다오의아버지에대한글로마무리된다.「아버지」에서베이다오는그시절아버지에대한자신의기억과그시절아버지가자신에대해쓴수필을교차적으로서술하며아버지와나,나와아버지를이야기한다.

싼불라오후퉁1호로이사한뒤로부모님의말다툼은더욱더빈번해졌다.나는상처입은작은동물처럼신경이날카로워지고모든감각기관들이극도로민감해졌다…….나는그런내가미웠다.어리고무력해서어머니를보호해줄수없는내가몹시싫었다.(297쪽)

자오전카이(趙振開,베이다오의본명)는노는것을좋아했고학교성적은보통이었다.하지만국어와작문과목에서는종종선생님의칭찬을받곤했다.학부모회에서전카이의결점에관해언급할때면빠지지않는얘기가“공부에별로관심이없고”“사소한장난을잘친다”는것이었다.(298쪽)

베이다오부자는혈육이라기에는어색하고남남이라기에는더어색한,여느평범한아들과아버지사이다.베이다오는이유없이아버지가어려웠고,아버지는그런베이다오를무뚝뚝하게바라봤다.아들의아버지에대한기억과아버지의아들에대한기억은특별한미사여구없이시종일관담담하게흐르면서도어쩔수없는혈육의정을드러낸다.
아버지와정치적으로민감한문제를얘기하다공모자가된느낌을받기도하고,대판싸운후여동생의죽음소식을듣자자기도모르게서로를부둥켜안고통곡한다.세월이흘러나이든아버지가외국여행중외국어가서툴러사람들에게비웃음거리가되었다는얘기를남의얘기하듯툭던져놓기도한다.그렇게흐르던이야기는아버지가돌아가시는마지막순간에서야비로소새로운문을연다.

아버지의혀가입속에서있는힘껏움직이더니뜻밖에도또렷하게몇글자를내뱉었다.“사랑한다.”
나는감정을억제하지못하고아버지를껴안으면서말했다.
“아버지,저도아버지사랑해요.”
내기억이맞다면그때우리부자는처음이자마지막으로서로에게사랑한다고말했다.(331쪽)

유년,그서글픈낯섦과따스한아련함에서
1990년대급격한경제성장이후너무나변해버린베이징을옮긴이는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도시,‘두개의베이징’이라고표현한다.그리고원제‘성문이열리다’(城門開)에서문의열림은곧단절에서소통으로전환함을상징한다고말한다.
베이다오는1978년시잡지『오늘』(今天)을창간하며인권운동에뛰어들었다.그리고1989년중국천안문사건때시위를지지하다해외망명길에오른다.중국최고시인으로손꼽히는그는그렇게중국귀국을거부당한채해외를떠돌다아버지가위독하다는소식을듣고2000년대초반에서야귀국할수있게되었다.그러나그는이책에서정치문제에대해언급하지않는다.『오늘』에대해서도잡지를창간했다고짤막하게언급할뿐이다.
그는광기의시대를고발하려고이글을쓴것이아니다.유년의나를지금의나에게로불러들이기위해이글을썼다.그럼으로써아버지의시간과아들의시간,광기의베이징과현대의베이징사이에놓여있는단절의성문을열어젖힌다.성문너머에서번져오는,그서글픈낯섦과따스한아련함에있는모든시간과사람,내유년의빛을반갑게맞이하기위해.

이도시에시간이거꾸로흘러고목이봄을맞고
사라진냄새와소리,빛이돌아오면
돌아갈집이없는영혼들을반갑게맞이할것이다.
호기심으로가득한모든손님을반갑게맞이할것이다.(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