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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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한나 아렌트가 답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Why Read Hannah Arendt Now)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한나 아렌트가 답하는 책이다. 아렌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72년부터 학문적 교류를 이어온 뉴욕 뉴스쿨의 리처드 J. 번스타인(Richard J. Bernstein, 1932~ ) 교수가 썼다. 그는 정치인들의 거짓말(트럼프의 트위터), 난민과 인종차별 문제(멕시코 장벽, Black Lives Matter 운동), 시민혁명(한국의 촛불시민혁명) 등을 예로 들며 아렌트 정치사상에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어두운 시대를 밝힐 불빛을 찾는다. 책을 옮긴 숭실대학교 김선욱 교수(한국아렌트학회 회장)는 이 책에서 번스타인이 다루는 아렌트 정치사상이 전 지구적인 적실성을 갖췄다며 21세기의 한국인들에게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렌트 정치사상을 ‘난민’ ‘악의 평범성’ ‘혁명정신’이라는 큰 주제 아래 9개의 키워드로 나눠 각 꼭지를 구성했다. 쉽게 써 아렌트 정치사상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입문서로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 지구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담론의 폭이 넓다.
저자

리처드J.번스타인

지은이:리처드J.번스타인(RichardJ.Bernstein)
미국뉴욕의뉴스쿨(TheNewSchoolforSocialResearch)에서강의하는철학자다.한나아렌트가세상을떠나기3년전인1972년에그녀와처음만난이후계속관계를이어나가다가뉴스쿨로자리를옮기게된다.상이한철학학파와전통들의접점을찾아철학적지평을융합하는것으로유명하다.사회과학방법론,행위이론,미국실용주의철학,하버마스의철학등과관련된저술을여러권썼다.오늘날의사회적·정치적·문화적쟁점들을적극적으로다루는대중적지식인으로도활동하고있다.악의문제를다룬『근본악』을쓰고얼마지나지않아9·11테러가발생했는데,이후미국에서‘악’의개념이남용되자곧바로『악의남용』을써냈다.아렌트와관련된대표적인저서로는『한나아렌트와유대인문제』(HannahArendtandJewishQuestion)가있고,최근에는폭력문제를다룬『폭력』(Violence)을썼다.  

옮긴이:김선욱
숭실대학교철학과교수로가치와윤리연구소소장과한국아렌트학회회장을맡고있다.주요관심사는정치철학,윤리학,정치와종교의관계등이다.지은책으로는『한나아렌트의생각』『아모르문디에서레스푸블리카로』『행복과인간적삶의조건』등이있으며그외여러권의공저가있다.옮긴책으로는『칸트정치철학강의』『예루살렘의아이히만』『정치의약속』『공화국의위기』등이있으며그외여러권을공역했다.  

목차

한국독자를위하여

서론
무국적상태와난민
권리를가질권리
충성에근거한반대│아렌트의시온주의비판
인종주의와분리
악의평범성
진리,정치그리고거짓말
복수성,정치그리고공적자유
미국혁명과혁명정신
개인의책임과정치적책임

혁명정신과한나아렌트│옮긴이의말

주註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20세기대표난민한나아렌트

책의서두에서번스타인은아렌트의삶을개괄한다.아렌트의삶에서그녀의사상을형성한주요한국면이있다고보기때문이다.무엇보다아렌트가난민이었다는점을강조한다.독일에서나고자란아렌트는나치의집권에저항해시온주의자친구들을돕다가구속당한다.8일간조사받고풀려난아렌트는체코슬로바키아를거쳐파리로도망한다.이후미국시민권을얻기까지18년간아렌트는무국적상태로존재한다.이것이“아렌트가무국적자의곤경과난민들의어려운상태에민감했던가장중요한이유”이자,번스타인이보기에그녀의주요한정치사상이‘난민’또는‘무국적상태’라는주제에서비롯하는이유다.
아렌트의곡절은우리에게도그리낯설지않다.우리나라에서도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을겪으며수많은난민이발생했다.최근에는제2차이라크전쟁과시리아내전으로집을잃은난민들이전세계를떠돌고있다.우리나라를포함한전세계가난민문제를둘러싸고찬반으로분열되는형국이다.

유럽계유대인들이경험했던이카프카적곤경과오늘날합법적미국입국을시도하려는시리아무슬림들이직면한끔찍한난관사이에는불편한대칭이존재한다._22쪽

1939년에나치를피해영국으로입국한유대인들이‘적국출신’이라는이유로연행되고있다(왼쪽).2015년에시리아와이라크난민들이그리스레스보스섬에도착했다.이둘사이에는아렌트의말처럼‘불편한대칭’이존재한다.

전체주의의간편함이낳은악의평범성

아렌트는난민문제가인기있는주제도아니고,사람들을불편하게한다는점을잘알았다.그런데도그녀는이‘불편함’에서자신의정치사상을시작한다.아렌트는인간으로서지녀야할가장기본적인법적권리를박탈당함으로써난민이생겨나는데,이런과정이법적·제도적으로진행된다는점을문제삼았다.근대유럽에서탄생한국민국가는법의지배를정체(政體)의핵심으로삼았다.신에게권한을위임받은왕아래느슨하게조직돼나름의공동체를형성해살던수많은백성이,정부와의회가들어서며법에따라누가국민이고누가국민이아닌지로나뉘게되었다.이렇게만들어진국민국가는이후에도해체(추방)의과정을지속한다.계속해서국민을국민과비국민으로나누는것이다.이는오늘날의국가들도하는일이다.

우리시대에도수많은주권국민이그와동일한실질적효과가있는정책들을제도화하고있다.……밀입국한부모들과함께미국에들어온……어린아이들이미국에서성장하고교육받고일할수있도록했던프로그램을폐기해,그들이한번도살아본적이없는나라로추방하는것은시민권박탈과실질적으로효과가동일하다._39쪽

아렌트는난민을탄생시키는법적·제도적과정에서나치가운영한강제수용소를떠올린다.나치의강제수용소는철저하게법적·제도적으로,즉‘시스템’을따라설치·운영·관리되었고,법적권리를박탈당한자들을효과적으로‘배제’했다.

비록나치독일이나스탈린의소련같은전체주의체제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고해도,우리는사람들에게서모든권리를빼앗는것과그들에게서생명자체를빼앗는것사이에는아주가느다란경계선만이존재한다는것을인정해야한다._49쪽

강제수용소에도착한유대인중가스실로바로보낼이들을나치장교가‘선별’하고있다.간단한용모검사만으로사람을살릴지죽일지결정해버리는,찰나의사유할여지도허락하지않는전체주의의간편함에아렌트는몸서리쳤다.
아렌트는난민을‘양산’해내는방식에서20세기중반의나치와21세기의국가들이크게다르지않다는충격적인주장을하며이전체주의적간편함에몸서리친다.전체주의는어떤문제가생겼을때,그것을함께사유하고의견을나누고행위하기보다는,또그런공동체를만들고가꾸기보다는일군의문제적사람들자체를배제해버린다.이유령이오늘날에도전세계를배회하고있다.제주도에입국한난민들을향한우리나라국민의반응을보라.그들을당장내쫓으라는국민의요구에“법(제도)에따라심사”하겠다는정부당국자의답변을보라.그리고이는“어떤교훈을요약하고있는듯하다.두려운교훈,즉말과사고를허용하지않는악의평범성을.”

혁명정신으로꽃핀자유의맛

이지점에서아렌트는‘정치의회복’을요구한다.그녀가말하는것은엄밀히말해‘정치영역의회복’이다.그곳에서사람들은생각하고말한다.그렇게설득하고판단한다.이런행위를통해정치는‘권력’을지니게된다.아렌트가말하는권력은구성원‘을’지배하는것이아니고구성원‘이’(현대민주정치에서는누군가에게권력을위임해)지배하는것을뜻한다.너무나이상적이어서자못비현실적이기까지한이런정치공동체는과연존재할수있는가.이에대해아렌트는역사에실존했던각종‘평의회’(council)를좋은모델로소개한다.

이혁명들은“자유의섬”을창출했다.각각의사례에서시민스스로자발적으로평의회를만들었다.그녀는프랑스의혁명자회,1871년의파리코뮌,1905년에만들어지고1917년에다시등장한러시아의소비에트그리고독일의스파르타당이일으킨봉기에등장한래테(Rate)등을혁명정신이드러난사례로인용했다.……아렌트는이처럼드물게나타나는“자유의섬”이프랑스레지스탕스가운데서다시등장했었다고생각했다._157쪽

아렌트는이평의회들이모두혁명과함께태어났다고말한다.이정치적영역에서아렌트가말한혁명정신,즉“시민이그들의목소리가공적으로들려질수있도록하고그들의정치적삶을날카롭게벼리는진정한참여자가되도록하는열망”이분출했다.세계의많은혁명이이열망으로추동되었고성공했다.
번스타인의말처럼최근의가장좋은예는바로한국의2016/2017년겨울을뜨겁게달군촛불시민혁명일것이다.정치인들의거짓말,구성원‘을’지배하려는잘못된권력이해에맞서많은시민이촛불을들었다.광장은물리적공간의차원을넘어혁명정신이분출하는정치적영역이되었다.생각하고말하는,설득하고판단하는영역의회복은어둡게드리워진악의평범성을비추고전체주의의유혹을물리친다.비록그순간이섬광처럼짧더라도자유를맛보기에는충분하다.번스타인이아렌트의정치사상에서길어낸것은어쩌면바로그자유의맛,즉대단한당위나거대담론으로는포착할수없는,사람과사람이직접만나나누는작지만확실한기쁨이아닐까.

만일그녀가계속살아서1980년대에동유럽및중부유럽에서정치운동이일어나확산되는것을보았더라면그녀는그것들을혁명정신의권력,즉개인들이공동으로행위할때발생하는권력의추가적사례로인용했을것이다.이런일들은테이블주위에둘러앉아의견을나누고토론하는사람들로구성된작은집단에서시작되었다._1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