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등도고록 (양장본 Hardcover)

명등도고록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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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명등도고록』는 동양의 니체라 불리는 탁오(卓吾) 이지(李贄, 1527~1602)의 말년작이다. 동시대 지식인들과 대화하며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을 해설해나가는 형식이다. ‘발분저서’(發憤著書)의 심경을 담아 당시 사회상을 통렬히 비판한 그의 또 다른 책 『분서』(焚書)처럼 『명등도고록』도 유가 사상에 대해 날을 세운다. 하지만 유가 사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가적 가치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했다. 즉 경세가(經世家)로서 세상을 올바로 ‘경영’하는 법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

이지

역자김혜경(金惠經)은대전에서태어나이화여자대학교중문과를졸업하고타이완국립대만사범대학교국문연구소에서석사학위와박사학위를받았다.미국하버드대학교옌칭연구소와영국런던대학교(SOAS)에서연구한바있으며중국무한대학교초빙교수를지내기도했다.지금은국립한밭대학교중국어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명말청초및근대의문학과사상을주로공부하면서이시기의고전을우리말로옮기는작업에관심을기울여왔다.펴낸책으로는한길사에서나온『분서』(전2권),『속분서』가있고,그밖에『요재지이』(전6권)가있다.주요논문으로는「이지와마테오리치의만남과의미」「호적연구」(胡適硏究)등이있다.

목차

이지와『명등도고록』ㅣ김혜경
『도고록』서문ㅣ이지

상권
제1장~제18장

하권
제1장~제24장

『도고록』머리말에붙여ㅣ유동성

道古錄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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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양의니체이지를만나다!”
세상을어떻게올바로‘경영’해야하는가
탁오이지의『명등도고록』,국내최초완역!


『명등도고록』(明燈道古錄)은동양의니체라불리는탁오(卓吾)이지(李贄,1527~1602)의말년작이다.동시대지식인들과대화하며『대학』(大學)과『중용』(中庸)을해설해나가는형식이다.‘발분저서’(發憤著書)의심경을담아당시사회상을통렬히비판한그의또다른책『분서』(焚書)처럼『명등도고록』도유가사상에대해날을세운다.하지만유가사상자체를부정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유가적가치의깊이를더함으로써시공간을초월한보편성을획득했다.즉경세가(經世家)로서세상을올바로‘경영’하는법을담아낸것이다.

공자를밟고넘어선
공자의제자


그러므로성인의뜻은다음과같으니,‘너희는덕성을존중하는사람을이인(異人)으로여기지말라,저들의그런행위는뭇사람들역시가능한바에불과하다.사람들은다만본성에따라움직일뿐이니,성인의행위라해서지나치게높여보진않는게좋겠다’라는것이지요.요·순(堯舜)과길가는행인이같고,성인과범인이다르지않습니다._127쪽

이지의초상.그는공자의도리를밝히기위해공자를밟고넘어서길주저하지않았다.
동양의니체,이지는과연누구인가?그는노장과선종,기독교까지두루섭렵한명대사상가로중국근대남방문화의결정체로평가받는다.26세때과거에합격해하급관료로일하다가54세가되던해퇴직한다.나이가들어불교에심취한이지는62세에정식으로출가해절에서기거하며자신의사상을가다듬는다.
이지는유불선의본질이동일하다고인식했고유가에대한법가의우위를주장했으며소설과희곡같은통속문학의가치를긍정하는등상당히파격적인사상을주창했다.유가의전통관념에도전하는『장서』(藏書)와공자가아닌자신의기준으로경전을해설한『사서평』(四書評)을출간했고당시학자들의관심밖에있던『묵자』(墨子)를새롭게조명하기도했다.
이처럼이지는스스로이단을자처하며유가의말기적폐단을공격하고송명이학(宋明理學)의위선을폭로했다.결국혹세무민의죄를뒤집어쓰고감옥에갇힌그는76세에자살로생을마감한다.그의저작들은명·청대에가장유명한금서가되었고수많은위작이횡행했다.
이지의파란만장한삶을한마디로정리하면‘유가에대한정면도전’이다.지금이야학술적비판과논의가자유롭지만그가살던16세기중국은상황이많이달랐다.이미공자의가르침이유일시·신성시되던때라여기에반론을제기한다는것은목숨을내놓는일이었다.하지만이지가누구인가?맹목적으로공자를추종하는건“개가한마리짖으면다른개들도따라짖는것”과같다고비판한사람아닌가.그는시대적상황에개의치않고자기가깨달은것,자기가옳다고생각하는것을강하게주장했다.
하지만이지의극적인삶과굴복하지않는성품만보고그가공자의가르침자체를부정했다고생각해선안된다.사실“이지만큼충실한공자의제자도아마드물것이다.공자의도리를밝히기위해그공자를밟고넘어서길그는주저하지않았다.”이지는허무맹랑한주장을펼치거나사이비종교를세운게아니다.그의메시지는어디까지나유가에대한변증법적비판의차원에서,즉유가가중시한‘경세’의문제를한층끌어올리는차원에머문다는점을주목해야한다.그리고그정점에있는책이바로『명등도고록』이다.

유가의거의모든주제를다룬
『명등도고록』


공자의사당인공묘(孔廟).이곳과공자가거주했던공부(孔俯),공씨일가의공동묘지인공림(孔林)을합쳐서삼공(三孔)이라고한다.
『명등도고록』은유가경전인『대학』과『중용』의요지를해설하며유가의거의모든주제를다룬다.이것만봐도이지가얼마나공자의가르침을소중히생각했는지,계승·발전시키려노력했는지알수있다.무엇보다『명등도고록』에는유가의도리에관한이지나름의해석이도처에널려있다.단순히“『대학』에서는이러라하니이래라”나“『중용』에서는저러라하니저래라”가아니라“내생각에는저텍스트이면에있는진짜뜻은이것이다”라고새롭게해석해낸것이다.가히이지가유가의텍스트를닫힌텍스트에서열린텍스트로한차원승화시켰다고도할수있을것이다.
‘도’(道)에대한해석이좋은예다.유가는가치판단의기준인‘리’(理)를깨닫는마음을‘도심’(道心)이라하고욕구를깨닫는마음을‘인심’(人心)이라하는데,전통적인유가의시각으로는도심으로인심을적절히조율해야인간의모든행위가이치에어긋나지않고적합해진다.즉도심이인심위에있다는것인데,당연히범인은이를이루기매우어렵고매우극소수의성인만이도심을제대로발휘할수있다.이에대해이지는무어라했을까?

마음은온전히하나이다.다만그움직임을자각하는순간부터각개인에의해운용되는바는‘인심’이라일컫고,이런지각운동을주재하여하늘·땅·사람·만물의크나큰바탕이되는그것은‘도심’이라부른다._66쪽

이지는도심과인심이다른것이아니라상황에따라느끼는지각(운동)의차이일뿐이라고했다.인심은도심이될수있고도심은인심이될수있다는것이다.도심과인심의위계를뒤집는차원을넘어아예상하관계라는틀자체를부순것이다.틀이없어지니성인과범인을나누던경계도사라진다.이제누구나노력하면성인이될수있게된것이다.이지는당당히“나와성인과천지만물은본래아무차이가없다”고말한다.
‘예’(禮)에대한해석도눈여겨볼만하다.이지는인간의자율성을상당히강조한사상가인데,도심과인심이차이가없다고주장한것도이런맥락에서이해해야한다.즉도가사람밖에서사람을이끄는것이아니라“사람이곧도이고도가곧사람”이라는것이다.이지는이를“사람은본디스스로다스리는존재”[人本自治]라고표현한다.그렇다면군자조차도“감히자신의기준으로사람을다스리지못한다.”단지조용히모범을보일뿐이다.바로이지점에서이지사상은시공간을뛰어넘는보편성을확보한다.바로인간의존엄성이다.

4세기전동양에뿌려진
인간존엄성의씨앗


결국이지는“인간이라면누구나삶의의미가동등”하다는것을말하고자했다.그는억압이나속박이없는자유로운상태야말로만물의가장바람직한모습이고여기에서부터발전이이뤄진다고역설했다.이것이바로이지가내놓은제대로된경세다.사회의지배적시스템으로자리잡은신분제와봉건제그리고효와충을강조하는유가가깊게뿌리내린16세기중국에서그가미친사람으로취급받은이유다.
이런이지가살아돌아온다면뭐라말할까?400년이나지난오늘날그가꿈꾸던세상이왔다고기뻐할까?아니면이번생에도그는미친사람으로몰려쓸쓸한죽음을맞이할까?

“당신이사는곳이당신이누구인지말해줍니다.”국내한건설회사의아파트브랜드광고.오늘날우리는아파트브랜드가곧사람인시대에살고있는지도모른다.

이지는누구도감히비판의대상으로상정하지못했던경전과성인에대해날을세우고의문점을파헤쳤다.그리하여2,000년세월동안누적된유가의폐해가낱낱이까발려지면서그내함(內涵)을살리는길을다시한번모색할수있었다.우리도이지의이런비판정신을본받아우리가사는세상그리고이세상을지배하며인간의존엄성을해치는가치들을비판해야한다.그래야만우리가사는세상을살릴수있다.이것이바로『명등도고록』이400년의세월을뛰어넘어우리에게주는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