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 그의 사상과 만나다  (양장)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 그의 사상과 만나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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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는 ‘정치’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인간 실존을 면밀히 밝힌다.
오고 가는 말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행위는 설명과 공감이 주된 요소이며, 그 목적은 설득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증명이 아닌 스토리텔링이다.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서사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이며, 인간의 인간됨을 만들어내는 조건이다.

저자 김선욱은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에서 시대를 통찰한 한나 아렌트의 주요한 학문적 논의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이 책을 계기로 향후 아렌트의 원저서를 접할 때 그와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다.

저자

김선욱

저자:김선욱
숭실대학교철학과교수이자학사부총장,가치와윤리연구소소장및한국아렌트학회회장을맡고있다.뉴스쿨에서풀브라이트주니어연구교수를,UCI에서풀브라이트시니어연구교수를지냈다.숭실대학교에서학사및석사학위를,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대학에서철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한국철학회및세계철학회한국조직위원회사무총장과숭실대학교베어드학부대학학장과인문대학학장을역임했다.주요관심사는정치철학,윤리학,정치와종교의관계등이다.지은책으로는『정치와진리』『한나아렌트정치판단이론』『행복의철학』『아모르문디에서레스푸블리카로』『행복과인간적삶의조건』『한나아렌트의생각』등이있으며그외여러권의공저가있다.옮긴책으로는『칸트정치철학강의』『예루살렘의아이히만』『정치의약속』『공화국의위기』『우리는왜한나아렌트를읽는가』등이있으며그외여러권을공역했다.또한마이클샌델저서번역본대부분을감수하거나공역했다.

목차

서문

제1장정치란무엇인가
1.정치개념
2.정치와언어
3.정치와경제
4.정치와철학

제2장정치와정치공간
1.정치공간과시민
2.정치와공공리더십
3.정치와일상언어
4.정치와진리

제3장자유와권력
1.정치적자유
2.혁명과자유
3.자유의구성
4.법과시민불복종
5.권력과폭력

제4장정치와시민의행복
1.인간의활동과행복의조건
2.촛불집회와혁명
3.팩트와정치
4.프라이버시와공공성
5.정치적용서

제5장정치적판단력
1.정치적판단의조건
2.정치적판단의특성
3.정치판단론의성격

제6장유대인과유대인문제
1.유대인아렌트
2.유대인과반셈주의
3.반셈주의와그문제점
4.아렌트와시온주의

제7장유대인과의식적파리아
1.의식적파리아유대인
2.드레퓌스사건
3.난민유대인과팔레스타인

제8장인종주의와전체주의
1.유럽의인종사상과인종주의
2.제국주의와인종주의
3.인권개념의한계

제9장전체주의의이해
1.전체주의개념
2.전체주의의대중
3.전체주의운동
4.전체주의국가와경찰
5.총체적지배
6.테러와이데올로기
7.전체주의시대의고독과자유

제10장아이히만재판
1.아이히만재판
2.악의평범성
3.악의평범성과사유
4.논란들

제11장대화
1.리처드J.번스타인인터뷰
2.제롬콘인터뷰

부록
사랑개념과성아우구스티누스

미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논리가아닌설득의대화로성립되는인간성>

오고가는말로이루어지는대화의행위는설명과공감이주된요소이며,그목적은설득에있다.이과정에서중요한것은논리적증명이아닌스토리텔링이다.말하는사람의인격과개성이드러나는서사속에서전혀다른삶을살아온개별인간은서로를이해하고생각의차이를조율할수있다.바로이과정이한나아렌트가말한‘정치’이며,인간의인간됨을만들어내는조건이다.
이때논리적증명이아니라는점이거짓정보를사용한기만을정당화하는것은아니다.

“기만은결코이성과갈등을일으키지않는다.…거짓말은종종현실보다더그럴듯하며이성에더호소력을갖는다.왜냐하면거짓말쟁이는자신의거짓말을듣게될사람들이듣고싶어하는것이나기대하는것이무엇인지를사전에알고있다는큰장점이있기때문이다.거짓말쟁이는자기의이야기를대중이받아들이도록그럴듯하게만들기위해조심스러운눈으로준비하는반면,현실은우리가미처준비하지못한예상치않은일을대면하게하는당혹스러운습성을갖고있다.”_145쪽

아렌트는거짓정보의기만이정치적대화를근간에서부터뒤흔든다는위험성을알았기에더더욱사실에대한중요성과시민의책무를강조한다.

<“정치행위는곧언어행위다.”>
그행위가언어를매개로이루어진다는점에서정치는늘소란스럽게마련이다.정치적사안에대해쏟아지는말과글속에서현대인은피로를호소하기도하지만,“소란의중지는곧정치의중지”(30쪽)를의미하며이는곧인간의자유가상실되는결과로나타난다.

언어의마비가정치의중단을일으키고,이것이자유상실로까지이어지는이유는인간의태생적‘불평등성’에있다.

인권에대한통념가운데하나는하늘로부터부여받은인권에의해만인이평등하다는사상(천부인권사상)이다.그러나아렌트는“인간은자연적으로는불평등하게태어났기때문에인간이인위적으로만들어생활하는공동체안에서법을세우고그법이적용되는한에서의도적으로”(79쪽)평등이이루어진다고지적했다.

“평등,즉이소노미아는인간의속성이아니라폴리스의속성이며,인간은출생에의해서가아니라시민권(citizenship)을통해자신의평등을얻었다.평등이나자유는인간본성에내재된특성으로이해되지않았으며,…그것은노모스,즉관습적이고인위적인것이며,인간의노력의산물이고,인간이만든세계의특성이다.”_80쪽

즉,가치는그것이언어로표현되고성문법으로권위를인정받았을때에야생성되는것이다.이때가치생성수단인언어가시도부터좌절된다면새로운가치의창출은물론,기존가치의검증또한불가능해진다.그결과인간의권리주장의가능성은소멸하고,자유또한사라진다.
바로이지점에서인권개념의맹점또한드러났다.인간은스스로의노력을통해인간적가치를만들어낼수있지만,그것은동시에그가치를언제든지퇴색시킬수도있었다.독일나치의전체주의는이맹점을이용했고,범민족운동을통해총체적인인간지배를자행하기에이른다.
독일계유대인으로서제2차세계대전을겪은아렌트는나치를피해18년동안무국적상태의난민으로살았다.이과정에서성문화된법제도바깥의삶을경험했고,법으로인정받는주권과인권의불가분의관계를직시하게되었다.

“인권선언에서인간은오직추상적인간으로만생각되었을뿐이다.이런추상적인간은어디에도실존하지않는다.그어떤개인도구체적인공동체속에서산다.공동체가해방되어인권을누리지못한다면,즉어떤형태로든주권을가지지못한다면인권은보장되지않는다.”_294쪽

<정치적관찰자로서누리는인간의자유>
언어를통한정치가곧인간성을만들어내며,그렇기에무엇보다정치를강조했던아렌트다.아렌트는‘인간의조건’을노동·작업·행위로보았다.이때‘노동’은생명유지에필요한소비대상물을생산하는것으로“인간의몸은자연의거대한순환에속”하므로“노동은삶이지속되는한무한히반복”된다.(126쪽)이에반해‘작업’은인간의물리적환경을형성하는산물을생성하는것으로,순환적이지않고직선적인시간성과목표를지닌다.이두가지조건은인간이홀로행하는가운데가치가생성된다.마지막의‘행위’는인간사이에서이루어지는활동으로,반드시타인과더불어가능하며‘공동의’직선적시간성과목표를갖게된다.

아렌트는이마지막조건인‘행위’가곧정치의본질이라고말했으며행위를통해구성된정치적공동체의실존자체에‘권력’이내재한다고보았다.이권력이성문화된법제도에권위를부여하고,그것의견제를담당하는것이다.모든개인이정치적행위자이지않음에도정치적자유를누릴수있는것은바로이와같은관찰자로서의책무를수행함으로써가능하다.이를아렌트는다음과같은비유로설명한다.

“연극의진행과관련하여배우는관객의반응을살피게된다.이처럼정치행위자도정치행위를보는관찰자의반응에관심을두게된다.명성을얻기를바라는행위자는관찰자의의견에유의해야한다.이런방식으로정치행위자의마음속에는판단을내리는관찰자가항상자리잡게된다.”_199-200쪽

그러나전체주의에서나타나는총체적폭력은서로간의소통창구를파괴해버리고개개인을잉여적존재로만들어버린다.이러한전체주의의비인간적특성은그것이근본악일수밖에없음을여실히드러낸다.

<프라이버시에서공적공간까지>
인간의정치적인자유를강조하는아렌트의논의는개별자의사적영역의중요성까지함께포함한다.대화는타인을향한사유의확장이며그것은‘상상력’에의해가능하다.그런데만일상대방에게이상상의여지가없는경우에정치적대화의질은떨어질수밖에없다.아렌트는그렇기때문에개인이‘고독’을통해자신을가꾸는시간을가져야한다고말한다.인간적깊이의계발은곧공적공간의풍요로이어짐을주장했고,개인을말살해버리는전체주의체제는공적영역을억압하는것과같음을다시한번역설한다.

“전체주의적지배체제에서는사람을홀로유폐하지않는한결코혼자내버려두지않는다.전체주의체제는사람들사이의모든공간을파괴하며서로를압박하게만들어고립(isolation)이생산적잠재력을갖지못하도록말살한다.그리고고립된개인이외로움에물들게하여사유가작동할기회를소멸시킨다.”_158쪽

저자김선욱은위와같은아렌트의이론을현대한국사회에비추어2016년촛불시위의혁명성을해석하고,물질만능주의에스며있는전체주의적망령을꼬집기도한다.소통의의지와언어사용의반성없이내면을가꾸지도않은채“주어진임무에생각없이충실한사람은자칫성실한악행자”(67쪽)가될수있음은시대를막론하고모든실존적개인이유념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