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평전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 양장본 Hardcover)

이병주 평전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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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병주 평전』은 72년에 걸친 이병주의 굴곡진 생애와 그가 쓴 방대한 작품 세계를 담아 이병주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나림 이병주는 일제강점기부터 혼란한 해방 시기, 한국전쟁, 이승만 시기, 박정희 시기를 거쳐 19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를 소설로 압축해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문학으로만 세상을 이야기하려 한 자유인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역사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애정의 시선이 담겨 있다.
나림 이병주는 마흔네 살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해 72세로 영면하기까지 80여 편의 장편소설을 포함해 원고지 수십만 장 분량의 글을 남겼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행간에 깔린 가냘픈 잡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작은 생명들의 서러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는 그는 당대 제1의 인기 작가였지만 주류 문학계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존재였다. 저자 안경환은 이 책이 발판이 되어 주류 문단에서는 외면당한 이병주가 독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이병주가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라고 밝혔듯이 ‘기록이자 문학’ 또는 ‘문학이자 기록’은 이병주 문학의 지향점이자 그의 소설을 일관하고 있는 작가 정신이다. 그는 책상에서만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부지런한 발길로 조국 산천을 구석구석 다녔고 무수한 여인과 사랑을 주고받았으며 넓은 세계를 유람한 작가로 삶을 마음껏 즐기다 떠났다.
이 책에는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이병주와 관련된 귀중한 사진이 들어 있다. 사진만 봐도 이병주의 생애를 그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한국근대문예비평’이라는 전인문답의 지적 영역을 개척한 김윤식은 대한민국 작가 중에 한 사람을 들라면 이병주를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병주의 문학은 ‘대한민국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

안경환

安京煥
1948년경남밀양에서태어났다.1970년서울대학교법과대학을졸업하고1987년부터2013년까지같은학교의교수로재직했다.‘헌법’‘영미법’‘인권법’‘인권사상사’‘법과문학’등을강의하면서다양한주제에관해많은글을쓰고옮겼다.
그중에『안경환의시대유감』(2012),『남자란무엇인가』(2017)와같은사회비평칼럼집과『법과문학사이』(1995,2022),『법,셰익스피어를입다』(2012),『에세이,셰익스피어를만나다』(2018),『문화,셰익스피어를말하다』(2020)와같은교양에세이집이포함된다.이에더하여세권의인물전기『조영래평전』(2006),『황용주:그와박정희의시대』(2013),『윌리엄더글라스평전』(2016)을썼다.이책은저자의네번째인물평전이다.
현재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명예교수와北京理工大學法學院榮譽敎授직을보유하고있다.

목차

사랑과사상의거리를재다
김윤식교수님영전에바칩니다ㆍ33

제1부
출생에서학병까지(1921-43):식민지청년의이중자아
1.산과강과바다를함께품은작가의고향,하동ㆍ45
2.진주농업학교부적응자퇴생ㆍ83
3.선망과좌절의도시교토ㆍ97
4.자유의공간교토ㆍ119
5.일제의인재양성제도ㆍ159
6.스페인내전과인민전선사상ㆍ183

제2부
학병시절(1944-45):누구를위한출정인가
7.소주60사단:용병의비애ㆍ203
8.1945년상해:혼란속의희망ㆍ233
9.학병은친일부역자였나ㆍ271

제3부
되찾은산하(1946-64):두개의조국
10.교사시절:좌익과반동사이ㆍ291
11.아비규환:6·25전후의진주ㆍ315
12.마산,나그네의고향ㆍ339
13.실록소설『산하』와이승만정권ㆍ367
14.부산,주필시대의예낭ㆍ389
15.감옥과작가의탄생ㆍ417

제4부
위대한변신(1965-79):작가의탄생
16.이병주문학의원형『소설알렉산드리아』ㆍ445
17.학병문학의효시『관부연락선』ㆍ467
18.김수영의죽음:1968년6월의비극ㆍ479
19.민족의성산(聖山)지리산ㆍ495
20.실록소설『남로당』ㆍ521
21.박정희정권,『그해5월』ㆍ539

제5부
전두환시대:민족의불행으로탄생한정권
22.1980년개헌:이병주의모순투성이헌법관ㆍ581
23.유폐된반영웅:백담사의전두환ㆍ597
24.『전두환회고록』:운명적선택이라는모순ㆍ615
25.이병주와이문열,황석영:제도교육의한계를극복한문인들ㆍ661

제6부
인간관계:특별한친구들
26.청년의목숨을구해야한다:박희영과강신옥ㆍ675
27.침묵속에떠난이후락:박정희의제갈조조ㆍ695
28.진주친구들:김현옥과이병두ㆍ713
29.이병주의여인들ㆍ725

제7부
작품과작가론
30.독서대가이병주ㆍ761
31.역사소설ㆍ789
32.이병주의대중소설ㆍ823
33.이병주,법과문학의선구자ㆍ851
34.불교도의산사랑ㆍ865
35.『소설장자』,동양고전의종합평가서ㆍ889
36.두도시이야기:파리,뉴욕ㆍ909

제8부
아듀,조국이여,산하여
37.떠나보내기ㆍ931

그는역사를불신했다,그리고현실에분노했다
ㆍ책끝에붙이는말ㆍ967

이병주연보ㆍ973

출판사 서평

이병주를말하다

대한민국소설가이병주(李炳注,1921-92)의고향은산과강과바다를함께품은경상남도하동으로그를작가로키워낸정서적자양분은모두지리산과섬진강,남해바다하동포구가배양한것이다.
그는10대후반에반항아로학교문을뛰쳐나온이래일본유학,학병,해방과이데올로기의대립,군사쿠데타와투옥에이르는격동의세월을살았다.대학교수에서언론인을거쳐전업소설가로변신한후짧지않은세월을세인의이목을끌며사랑과증오를함께누렸다.
이병주는어린시절부터글을읽고쓰기를즐긴신체가허약한아동이었다.그는학교에서는알퐁스도데의『마지막수업』을읽고프랑스문학에감동받았고,친삼촌에게서는민족주의자의험난한생애의비애를배웠으며,외삼촌에게서는독일과학에대한동경의개안을얻는다.
평생이병주를괴롭혔던해묵은의제는빨갱이,빨치산전력시비다.그는자신에게따라다닌좌익혐의때문에필요이상으로예민하게반응했고그의사상적편향에대한의심때문에숱한오해와불이익을당했다.

이병주는소설과에세이집을합쳐어림잡아단행본100권이상의작품을출간했다.이중에는여러권짜리‘대하소설’을포함하여장편소설만도80여편에이른다.작품이다룬주제도정치,사상,사회,시정풍물,기업행태등다양하며지식인의좌절과정치적항변을소설에담았다.이병주문학은사회의식의소설적반영이었다.
1961년8월,이병주는『새벽』과『국제신보』에실린두글로인해법정에서게된다.대한민국언론사를장식한수많은필화사건의한단면이다.분단후,작가구속제1호사건이다.필화가없었다면언론이본업이고창작이부업이었을그는총칼로당한억울함을붓으로톡톡히갚고자본업을작가로바꿨다.
사람은시대의상황이만드는것이고,인간은운명의이름아래서만죽을수있다는그의수사처럼작가이병주도한국의상황이만들어내고죽인작가다.문학이야말로개인적이자세대적경험의산물인것이다.

1968년6월15일불과몇시간전까지이병주와함께술을마시다폭언을퍼붓고자리를박차고나간김수영이버스에치여세상을떠난다.김수영의때이른죽음에이병주가관여되었다는사실만으로도후세인들은이병주를미워했고이병주는그미움을고스란히받아냈다.
이병주와김수영은생전에는가까운관계가아니었지만사후에는도봉산중턱에두사람의문학비가지척에서있다.마치이병주가죽어서도24년먼저떠난김수영에게상석을내주어미안한마음을표한다는듯이.

한국이낳은가장뛰어난이야기꾼

프랑스문학전공자로자처한이병주는나폴레옹이검으로이룬업적을자신은펜으로이루겠다던발자크처럼탄탄한이야기전개와구성을바탕으로자신은‘한국의발자크’가되겠다는야심을키웠다.이병주와발자크의생애는서로닮은점이많다고한다.
이병주의문학사상을형성하는데중심이된대가들이여럿있다.그중에서대표적3대거인으로니체,도스토옙스키,사마천을들수있고그외에발자크,알퐁스도데,앙드레지드,사르트르,루쉰,그리고다산정약용의영향을받았다.
이병주의대중소설내지는‘통속소설’이동시대작가들의작품과결정적인차이는그의대중소설에는어김없이시대현실에비판적인지식인이등장한다는점이다.이들지식인주인공내지는주역의입을통해사회적자의식과세태비평이빠짐없이등장하며,광범위한범주의지식인딜레탕트가개입한다.특히정치의식을드러내는소설들은저널리즘적대중성을짙게드러내면서,대중의교양욕망,사회와정치현실에대한비평적시각과욕망을유도하고,텍스트를통해대리만족을구하는대중독자의기호를충족해주었다.

『산하』(1~7)는이승만시대를그린대하실록소설이다.작품의주인공이종문은맹목적인이승만숭배자다.경상도김해출신노름꾼이종문은무작정상경하여도박실력을십분발휘해재산을모으고회사를이승만에게바치고대통령의양자가되고건설회사의거부가되고국회의원으로영화를누리다몰락한다.

『관부연락선』(1~2)은학병문학의효시로이병주최초의장편소설이자대표작으로당시까지한일관계를다룬작품의백미로인정받는다.그가남긴수많은작품중에유독이작품만이평단의지속적인관심과주목을받아왔다.작품이다룬시기는후속작품『지리산』과유사하다.『지리산』은『관부연락선』의속편으로인식된다.『관부연락선』이학병체험에기반을둔‘허구적사실’이라면,『지리산』은‘만약그때학병에지원하지않았더라면’이라는가정하에쓴‘사실적허구’다.

『지리산』(1~7)은격동기의현장을다루면서역사적사건에대한다양한관점과평가의가능성을열어둔다.일제하의창씨개명,친일유명인사의행위에대한평가,독일의프랑스침공,스페인내전,일본공산당의움직임,문학,교육제도,군국주의철학,천황제등에대한논의가담겨있다.해방후에는미군정,농촌문제,건준과인공,그리고남북분단에이르는과정,과격폭동,소시민적부르주아의식,혁명적인간상,서대문형무소의모습등시대적삽화들이만화경처럼어우러져있다.이들삽화는궁극적으로반공을위한기초자료역할을한다.특히여순반란사건과러시아혁명,제주반란사건의분석은탁월한역사적혜안을느끼게한다.
이런역사적비극의뿌리를다루면서작가는극한적인대립상황에서도인간은인간일수밖에없으며,그어떤상황에서도극단적인비극은예방될수있다는신념을작품전편에투영한다.

『그해5월』(1~5)은한마디로박정희정권18년에대한정치적단죄를위해쓴것이다.역사드라마속에자신에게내린부당한재판의판결문을전제하는등시종일관박정희에대한개인적원한을감추지않았다.몇몇장면에서는이병주의정치적소신과함께,그소신을지켜나가는데수반된인간적고뇌를감지할수있다.

『바람과구름과비』(1~10)는이병주역사소설의백미로세상과시대에서소외된주변부의비천과비루함을제운명으로타고난인물들이세상을뒤바꿀한마음으로작당하여결사에이르는것이이장편소설의중심서사다.작품의중심인물들은하나같이박복한사람들로혁명가의기질을운명적으로타고났다.

역사를불신하고현실에분노하다

이병주는산천을사랑하는양민이전쟁의두려움없이일상의평화를누릴수있는영세중립국을염원하고,자유와평등이조화를이루는사회민주주의를신봉하여스웨덴과같은복지국가를꿈꿨다.그는참된지식인의색깔은흑도백도아닌회색이고.회색은포용의색이라면서자신만의회색정원을가꾸었다.
후진국작가로출발해중진국작가로떠난이병주는역사에대해격렬하게분노했다.나라가불행했기때문이다.그러나세상은진보하기마련이다.X세대,MZ세대등끝없는분절에도불구하고세대를이어연면하게전승되어야하는미덕은인간자체에대한사랑과포용이다.문학이세대를넘어전승되려면상상의고리가이어져야만한다.이병주는이른바주류문학의기준으로볼때그를기릴이유만큼이나미워할이유도많았다.그러나그가작가로서한국문학사에기여한공로는결코가볍지않다.그는평론가나동료문인의작가가아니라오로지독자만을섬긴작가였다.

지은이안경환은문자와이성의시대에작가는지상의스승이었고,나아가신의세계로이르는길을인도하는사제였기때문에작가는광범한면책특권을누려야한다고소신을밝힌다.작가의특권과특전을최대한으로존중하는사회,그런사회야말로인간이참주인이되는세상이온다는것이다.안경환은또한문학작품은시대의거울이자개인과공동체삶의성찰을담은경전이라는점도강조한다.
“사랑이없는사상은메마르고,사상이빠진사랑은경박하다”라고믿었던그시대사랑과사상의만화경으로서이병주의작품들은중요한문화유산으로남아있다.비록그가작품으로받아낸시대의사상과대중의기호는더이상현세독자의몫은아닐지라도되돌아볼시대의거울로서는더없이소중한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