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의 열자주 (양장본 Hardcover)

장담의 열자주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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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담의 열자주』는 『노자』와 『장자』를 포함한 도가의 3대 사상서 가운데 하나인 『열자』의 최초 주석서를 번역·해설한 책이다. 주석을 쓴 장담은 위진 현학의 최후를 장식한 학자이자 열자서에 대한 최초의 주석을 남긴 사상가다. 그의 『열자주』는 유가와 도가 사상, 나아가 불교 사상까지 아우르는 위진 현학의 마지막 총결산으로 평가받는다.

노장이 탈속적인 태도로 고원한 도를 추구한다면 열자는 현실과 세속을 정확히 직시한다. “노자가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경지에 이른 달관한 도인이고 장자가 우주를 넘나드는 초월적 지인(至人)이라고 한다면, 열자는 도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보통 사람”(842쪽)이다.

삶의 본질을 꿰뚫는 도가의 번뜩이는 사상과 거침없는 문장은 조선의 억불숭유책 속에서도 살아남아 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음(知音)·기우(杞憂)·우공이산(愚公移山)·조삼모사(朝三暮四)의 원전이 담긴 『열자』의 사상은 『노자』와 『장자』보다 더욱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진리의 상대성을 말한 도가 철학의 기본적인 태도를 비롯해 『열자』에 나타나는 생태주의적 사상과 반나이주의(anti-ageism)적 설정에 이르기까지, 열자 사상은 다른 어떤 동양 사상보다도 현대적이며 진보적이다. 나아가 번역가 임채우의 해설까지 곁들인 『장담의 열자주』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독자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사상의 정수를 보여준다.
저자

장담

張湛,330-400년무렵
자(字)는처도(處度)이며고평(高平,현산동성추성시邹城市)출신으로동진(東晉)의중서랑(中書郎)을지냈다.저술로는『열자주』(列子注)가있다.이외에도『양생요집』(養生要集),『연년비록』(延年祕錄),『문자주』(文子注)가있었다고하나오호십육국시대의계속된전란속에서모두없어지고제목만전해내려온다.
장담의조부는서진(西晉)의정원랑(正員郞)장의(張嶷)로,위진시대『노자』와『주역』주석으로명성을떨친왕필(王弼)의외당질이다.영가의난(311년)에‘만권의가장서(家藏書)’를싣고피난을가다가열자서를일부분실했다.그후4세기후반에장의의손자이자왕필의외종증손이되는장담이왕필사위의집에서이를다시찾아내『열자주』를저술했다고전한다.
장담의『열자주』는열자의사상을간결하면서도날카롭게분석한명저로,열자서에관한최초의주석인동시에최고의해설서로알려졌다.이는유가와도가사상뿐아니라불교사상까지융합해서일궈낸위진현학(玄學)의마지막총결산으로평가받는다.

목차

평범한일상에서의도를찾아서│옮긴이의말
유향열자신서목록원서
장담열자서

제1편천서(天瑞)
제2편황제(黃帝)
제3편주목왕(周穆王)
제4편중니(仲尼)
제5편탕문(湯問)
제6편역명(力命)
제7편양주(楊朱)
제8편설부(說符)

『열자』와장담의『열자주』│임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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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도가의3대사상서,『노자』『장자』그리고『열자』
위진(魏晉)현학(玄學)의마지막총결산『열자주』의국내최초완역!
『장담의열자주』

『장담의열자주』는도가의3대사상서가운데하나인『열자』의최초주석서를번역·해설한책이다.주석을쓴장담(張湛,330-400년무렵)은위진현학의최후를장식한학자이자열자서에대한최초의주석을남긴사상가다.그의『열자주』(列子注)는유가와도가사상,나아가불교사상까지아우르는위진현학의마지막총결산으로평가받는다.오늘날우리에게익숙한지음(知音)·기우(杞憂)·우공이산(愚公移山)·조삼모사(朝三暮四)의원전이담긴『열자』의사상은『노자』와『장자』보다더욱현대적이라는평가를받는다.

■열자는‘땅’에발을딛고있다

전국시대정나라출신의도가사상가열자(列子,B.C.450?-B.C.375?)는노자의제자이자장자의선배다.311년‘영가의난’(永嘉之亂)을겪으며분실되고4세기후반에재편집된열자서는이민족에의한한족멸망과오호십육국시대전란의역사를함께했다.
노자와장자사상과함께도가의세계관을공유하는열자서는본체론이나인식론에있어서는도가와비슷하다.그러나어떻게살아갈것인가의문제에서열자의가치관과인생관은고유의특징을나타낸다.노장이탈속적인태도로고원한도를추구한다면열자는현실과세속을정확히직시한다.“노자가화광동진(和光同塵)의경지에이른달관한도인이고장자가우주를넘나드는초월적지인(至人)이라고한다면,열자는도를얻기위해노력하는보통사람”(842쪽)이다.
열자서속의열자는스승이나깨달음을주는선생이아닌,노자나호구자림등의스승에게훈계받는제자로등장한다.성공담이아닌실패담속에서인간의분투를드러내고삶의실상을처절하게그린다.그속에서오롯한삶을추구하는방법을말하는열자의사상은다른어떤관념적사상보다친근하게다가온다.엄숙주의에젖은도학자들과는또다른도(道)를추구했던열자.공사다망한역사를거치며살아남은열자서의전수과정처럼,그안에담긴열자의사상또한인간이발붙인땅에서부터시작되고자라난다.

■억압속에서도소리없는각광을받았던『열자』

“승정원에전교하고『근사록』과『전한서』등을본뒤에『장자』『노자』『열자』삼자(三子)의글을강(講)하고자하는데,경(卿)등의뜻은어떠한가?”(성종실록150권,성종14년1월18일신해1483년)

조선의성종(成宗,1457-95)은위와같은말을남기며도가에대한호기심을내비쳤다.그러나주자학적도통(道統)을벗어난모든사상을이단취급했던조선의억불숭유책은이땅에이렇다할도가사상관련저술을하나도남기지못하게만들었다.성종의물음에신하들은“『장자』『노자』『열자』는이단의글이므로볼필요가없”다며“공자가말하기를‘이단을전공하면해롭다’라고했는데,그것을해석한이가말하기를‘점점젖어서그속으로들어간다’라고했으니,하필이단의글을널리본뒤에야그옳고그른것을분변하겠”느냐며도가를논의의선상에조차올리지않으려는강경한태도를보였다(성종실록150권,성종14년1월20일계축1483년).
그러나우승지(정3품)강자평(姜子平,1430-86)이“젊었을적에다만글을짓기위해대강보았”다고성종에게고했듯이(성종실록150권,성종14년1월27일경신1483년)왕의『열자』강독을반대했던그조차도문장공부를위해『열자』를읽었음을짐작할수있다.대사성(정3품)어득강(魚得江,1470-1550)또한열자서를인용해아래와같은글을남겼다.

하늘이무너질까걱정하던기우의근심이나
사흘을맴돌던옹문의슬픈노래가거짓이아니었네.
어찌하여신민의우러름을버리시고
홀연히구름타고신선으로가셨나
(인종실록1권,인종1년윤1월26일기축1545년).

중종의승하(昇遐)를슬퍼하며지은이글에등장하는‘기우’와‘옹문’의고사는각각『열자』「천서」편과「탕문」편에나온다.
삶의본질을꿰뚫는도가의번뜩이는사상과거침없는문장은맹렬한배척에도불구하고조선의유학자들에게영향을미치며많은독자층을만들어냈다.

■기원전인물에게서발견되는탈근대성

20세기의대표적인실존철학자마르틴하이데거(MartinHeidegger,1889-1976)는주체중심주의를근대성으로설정하고그것이현대에초래하는위기를설파했다.하이데거는자신의철학을개진하는과정에서중국인과함께노자의『도덕경』을번역하는등도가철학에특별한관심을보였다.하이데거의탈근대적세계관과도가철학이맞닿는지점은『열자』에서도발견된다.

“양주가말하는지(智)란자연을정복하는도구적이성능력이아니라,자연과완전하게어우러질수있는능력을말한다”(686쪽).

근대철학을여는프랜시스베이컨(FrancisBacon,1561-1626)의유명한격언“아는것이힘이다”(Knowledgeispower)에서지식(knowledge)은자연을도구로서이용할수있는힘이다.이격언에서근대인이탄생했고,자연의도구화와함께인간은유례없는문명의발전을이룩했다.그러나이무분별한정복자는급기야자연을회복불능상태로까지이끌었고오늘날현대인은근대가남긴이거대한과제를해결해야할운명에처했다.
이러한배경을떠올렸을때양주의입을빌려열자가말하고있는지(智)는과연근대적지식(knowledge)을전복하는개념이라고할수있다.이에장담또한“육신을사유화할수없고외물을소유할수없음을아는이는오직성인”(684쪽)이라며자연과더불어살아가는바람직한인간상을제시한다.

“천지만물은우리와같이생겨났으니모두같은종류입니다.같은종류에는귀천이없고다만지혜의차이에의해서로제압하고서로잡아먹는것이지,서로누구를위해생긴것이아닙니다.사람은자기가먹을수있는것을잡아다가먹는것이지,어찌하늘이본래사람을위해만들어냈겠습니까?또모기와파리는우리의살갗을물고,범과이리는사람의살을먹지만,이는하늘이본래모기와파리를위해사람을낳았거나범과이리를위해살을만든것이아닙니다”(815쪽).

심지어이발언의주인공은어린아이다.대부의그릇된생각을바로잡아지적하는주체로어린이를설정한것은열자가기원전인물임을고려했을때파격적이지않을수없다.
진리의상대성을말한도가철학의기본적인태도를비롯해『열자』에나타나는생태주의적사상과반나이주의(anti-ageism)적설정에이르기까지,열자사상은다른어떤동양사상보다도현대적이며진보적이다.나아가번역가임채우의해설까지곁들인『장담의열자주』는오늘날대한민국의독자에게시공간을초월한사상의정수를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