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조각하다 (문신의 예술 세계 | Paperback)

우주를 조각하다 (문신의 예술 세계 | Paperback)

$23.00
Description
『우주를 조각하다: 문신의 예술 세계』는 세계적 조각가 문신(文信, 1922-95)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융합과 조화의 미학을 다룬 책이다. 문신 예술의 주요 키워드인 시메트리(Symmetry)는 대칭 또는 균형으로 번역되며, 어떤 물체를 반으로 나누었을 때 양측이 똑같은 모양인 경우를 말한다.
생물은 기본적으로 시메트리 구조를 취하는 동시에 환경의 영향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한다. 문신은 애시메트리(Asymmetry 비대칭)와 시메트리의 오묘한 균형감을 통해 이러한 유기적인 생명성을 작품에 녹여낸다. 아래의 채화에서 보듯 시메트리의 중심은 하나가 되기도 하고 그 이상이 되기도 하며, 수평적일 수도 있고 수직적일 수도 있다. 문신의 작품에서 시메트리가 의미하는 바는 자연의 섭리이자 생명의 법칙, 즉 하나의 우주 그 자체다.

그의 작품은 좌우 대칭형을 이루고 있으나 언제나 자연이 개입하는 범위 안에서의
오차를 허용한다. 떡잎의 형상이 대자연의 지배 속에서 시메트리의 원리를 따르지만
세상의 풍파와 특수한 조건에 상응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형태로 변하는 것과도 같다_199쪽.
저자

김영호

(金榮浩,1958-)
제주에서태어났다.중앙대학교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1986년프랑스로건너가파리1대학에서미술사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상파울루비엔날레커미셔너,모스크바비엔날레커미셔너,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운영위원,FIAC1996‘한국의해’커미셔너,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커미셔너를역임했다.현대미술학회·인물미술사학회회장을거쳐현재한국박물관학회회장,국제미술평론가협회·국제박물관협의회회원,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예술감독으로활동하고있고,중앙대학교예술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번역서로『뒤샹,나를말한다』,저서로『미술시사비평』등이있다.

목차

대자연의범주를넘어존재론적성찰로ㆍ프롤로그

ㆍ제1장조각은원래환경적이다
조각에서생명을끄집어내다
사연과더불어진화하는조각
우주의운율을시각화하다
세계를하나더추가한다는것

ㆍ제2장조각이만들어낸음악
오선지위에펼쳐진시메트리조각
모세혈관의합창
조각가를위한세편의헌정곡
생명의율을공유하는두예술
화和,서로달라야만가능한세계

ㆍ제3장조각가문신의우주
식민,해방,군정,전쟁,국토재건
부유하는삶
방황하는모든영혼을위하여
자신만의우주를만들다
추상과구상의이분법을넘어
대자연아래에서의자유

ㆍ제4장우주를스케치하다
낡은사상을버리다
대자연의법칙,시메트리
차가운표면을맥박치게하다
곁에두고보는오래된시집

ㆍ제5장또다른우주를꿈꾸다
유기적울림의극대화
순수예술의울타리를벗어나다
우연의미학

부록-문신의대표작10선
문신연보

출판사 서평

삶에서시작된예술은다시삶으로돌아가야한다

예술가문신에게실존적삶이란,균형과그균형을파괴하는
대립적관계성속에서일어나는지속적인울림을살아내는일이다_125쪽.

독일에서열린‘20세기거장전(展)’에서문신은피카소ㆍ샤갈과함께3대거장으로선정된다.화가로미술계에입문한문신은프랑스에서작품활동을위한생업으로라브넬고성(古城)의보수ㆍ개조작업을하다가3차원의공간이주는조형적매력을깨닫고조각가로전향하게된다.
인간과환경이서로영향을주고받는과정은그에게진리와같았다.불가항력적힘안에서이루어내는인간의자유의지를믿었던문신이었다.문신은자신이발딛고서있는물질적땅을직시하는것에서부터시작해비물질적가치를이끌어내기에이른다.극단과극단사이를횡단하는그의태도는구상과추상의경계를넘나드는작품스타일에서뿐만아니라동서양을누빈삶의노정에서도묻어난다.
1919년에설립되어1933년나치에의해폐교된종합예술조형학교바우하우스(Bauhaus)는14년이라는짧은역사에도근대미술의패러다임을바꾸어놓았다.1919년바우하우스선언의첫문장은“모든조형활동의궁극적인목표는건축”이었다.오늘날신화로남아있는바우하우스의교육철학은영역을넘나드는행위의중요성을강조하는것이었으며노동과예술의합일을최상의가치로내세웠다.바우하우스의발원지인독일에서문신을‘3대거장’으로뽑은것은우연의일치일까.
문신은자필원고에서“나는노예처럼작업하고신처럼창조한다”고말한다.그는인간이행할수있는가장미미한신체의움직임을거대한규모의조각작품안에녹여냈다.그의작업은주어진환경에대한도전이자존재에대한믿음이었다.문신의도전은수단이아닌목적이었으며믿음은동력이된다.

◀「태양의인간」,아피통,120×1300×120,1970.
▶1970년바카레스야외미술관현장에서「태양의인간」을제작하고있는문신.
작품은또다른환경이되어인간에게영향을미친다.문신이조각에자주사용하던재료스테인리스강은매끄러운소재의특성상작품외부의상(像)을자기자신속으로끌어들인다는특징이있다.작품을보는이는작품속에비친자신을발견하게된다.투영의초점을기준으로관람자와작품은또하나의시메트리를형성하기에이른다.끊임없는상호소통과그사이의조화와균형을강조하는문신의예술은오늘날우리시대가요구하는인간상과도일치한다.

서로달라야만가능한세계를꿈꾸다

“하나의조각작품은그것이놓이는위치에따라색다른장소성을지니게되면서환경자체를변화시킨다”(18쪽)
「화Ⅰ」,스테인리스강,400×276×92,1988.

문신의사망이후독일바덴바덴시가주최한‘20세기거장전’에서작곡가세명이문신의작품에영감을받아헌정곡을바치는경이로운사건이발생하기도한다.당시전시되었던작품은「화Ⅰ」과「화Ⅱ」로,문신예술의주요키워드인시메트리의정수를보여준다.
문신예술에서시메트리는그의삶에서계속해서묻어나오던소통과상생의의미를가진다.그의작품에서반복되는시메트리형식의고정된사용은소통과상생의절대적인가치를강조하기위한하나의방법론으로서쓰였다.절대법칙으로서의시메트리안에서그는자유를말하고자했다.

‘화’를의미하는한자‘和’나영어‘unity’는모두단일한개체와더불어
그개체들의관계성을동시에나타내는단어들이다.
이개념은두개이상의단위혹은주체들이어우러진
유기적이고복합적인관계의의미를품는다_72-73쪽.

문신의조각작품안에서단일부분은그위치에서자신의존재를영위하되전체로서의조각작품에도없어서는안될부분을구성한다.문신에게융합은단순한뒤섞임이아니었다.“이질적인것들사이의관계를새롭게설정함으로써개체적단위의존재성을극대화시키는일”(9쪽)이다.

“작품은일종의기호와같아서항상동일한의미를지니지않고
주어진환경,즉조건과맥락에결함함으로써새로운의미를잉태한다”(18쪽).
「화Ⅱ」,스테인리스강,382×234×65,1988.

문신은작품제작과정에서기계나도구를사용하지않음으로써시메트리형식임에도자연스러운부분적비대칭을만들어냈다.「화Ⅱ」는이러한문신예술의미학을가장도발적으로드러낸작품으로,비대칭을전면에드러냈다.단순한시각적자극만을판단한다면그것이과연‘시메트리’로읽힐수있는지에대해의문이들수도있지만,문신이말하고자하는‘화(和)의미학’,즉관계성속에서만가능한미학에서벗어나지않는다.
문신조각에서주로쓰이는재료스테인리스강은관람자뿐만아니라놓이는환경까지반영한다.낮과밤,도시와정원사이에서우리는‘같은’조각을두번다시는볼수없다.하물며단일존재마저주변환경에의해달라지는세상속에서“이질적인개체들이하나의지평위에평화롭게공존하고있는문신의작품”(83쪽)은우리에게존재에대한너그러움까지안겨준다.

다시보는조각가문신의우주

1987년문신의초상.
1922년일본규슈에서태어난문신은식민,해방,군정,전쟁,국토재건이라는한국근현대사의격변기를모두겪어낸인물이다.1927년(5세)에한국인아버지,일본인어머니와함께마산으로귀국했으나1930년(8세)부모는다시일본으로건너갔고,1938년(16세)자신도일본으로밀항한다.
1939년(17세)도쿄일본미술학교양화과에입학해배우다가1945년(23세)해방과더불어마산으로다시귀국한다.1961년(39세)첫프랑스행을떠났고1965년(43세)일시귀국한다.1967년(45세)다시프랑스로떠나1980년(58세)영구귀국하기전까지프랑스에정착한다.
프랑스정착시기였던1967-80년사이에대표작「태양의인간」(1970)을비롯해수많은작품을창작했다.영구귀국이후또다른대표작「올림픽1988」(1988)을제작했고,15년에걸친미술관착공에여생을바친다.
1994년문신미술관개관후이듬해1995년5월24일타계했으며,정부는문신의업적을기려대한민국금관문화훈장을추서한다.2004년에고향인마산시에기증된문신미술관은마산시립문신미술관으로개칭되었다가마산ㆍ진해가창원시로편입되어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으로운영되고있다.
다가오는2022년9월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1ㆍ2ㆍ3ㆍ4전시실에서조각가문신탄생100주년기념전「문신(文信):우주를향하여」가열린다.조각ㆍ회화ㆍ드로잉ㆍ판화ㆍ아카이브등약250여점의작품이전시되는이기념전은문신의예술세계를입체적으로조명할예정이다.전시에앞서『우주를조각하다:문신의예술세계』를읽는다면더욱깊이있는전시경험이될것이다.
모든시대가찾아헤매는소통의가능성은다름아닌
예술ㆍ환경ㆍ인간을융합적으로묶어통합된구조로인식하는
문신의예술에서시작될것이다_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