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양장)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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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레나페란테

이탈리아나폴리에서출생한작가로,나폴리를떠나고전문학을전공하고오랜세월을외국에서보냈다는사실외에알려진바가없다.‘엘레나페란테’라는이름조차도필명이다.작품만이작가를보여준다고주장하는페란테는어떤미디어에도모습을드러내지않고서면으로만인터뷰를허락한다.이탈리아에서는여전히작가의정체와관련된여러가지소문이떠돌지만아직도베일에싸여있다.

1999년첫작품『성가...

목차

고통과펜·9
아쿠아마린·53
역사와나·97
단테의갈비뼈·139
옮긴이의말·179

출판사 서평

“우리시대눈부신보석같은작가엘레나페란테가읽기와쓰기에부치는찬가”

‘페란테열병’(#FerranteFever)그비결을밝히다

엘레나페란테는현재세계적으로가장독특하고유명한작가다.모든미디어와만남을거부하고필명을사용하는‘작품으로만말하는작가’다.필명의엘레나는제우스의딸헬레나를,페란테는‘과감한여정’을뜻한다.그는‘나폴리4부작’으로맨부커인터네셔널상과이탈리아스트레가상에노미네이트되고,2015년에『타임』지와BBC에서‘올해최고의소설1위’,『가디언』지에선‘작가가선정한올해최고의책’등으로언급되며세계의찬사를받았다.엘레나페란테의소설에열광하는모습을일컫는‘페란테열병’(#FerranteFever)이라는신조어가만들어졌으며,2017년동명의다큐멘터리까지제작되어하나의현상이된작가다.

현재엘레나페란테의많은작품이영상화되고있다.‘나폴리4부작’은HBO와RAI가드라마시리즈로제작했으며,『잃어버린사랑』은매기질렌할의감독데뷔작으로선택되어올리비아콜맨주연의『로스트도터』로2022년7월개봉했다.『어른들의거짓된삶』은넷플릭스오리지널시리즈로제작되어2023년1월4일전세계에동시공개될예정이다.출간하는작품마다최전선에있는감독과플랫폼에서앞다투어영상화하는이유는엘레나페란테의이야기가파격성과보편성그리고동시대성을두루가졌기때문일것이다.

신작에세이『엘레나페란테글쓰기의고통과즐거움』은『잃어버린사랑』을비롯한‘나쁜사랑3부작’과‘나폴리4부작’그리고『어른들의거짓된삶』을집필하는과정과그때얻은깨달음을담고있다.전세계를떠들썩하게하는이야기는어디에서온것이며,어떤실험과고민끝에나온것인지낱낱이살펴볼수있다.

두가지작법에관한비밀

엘레나페란테글쓰기의핵심은‘이중성’이다.이야기는글쓰기에대한최초의기억에서부터시작한다.초등학교시절공책에글을썼던최초의기억에는공책의빨간선을넘어가고싶은욕망과넘으면안된다는두려움이공존한다.이후로페란테에게글쓰기는단정하게좋은글을썼다는만족감과선을넘어가지못했다는상실감모두를느끼게하는양면성을지니게된다.

엘레나페란테는이책의「고통과펜」에서자신이두가지스타일의작법을구사한다고말한다.하나는균형잡히고순응적인글쓰기다.이러한글쓰기덕분에학창시절선생님께칭찬을받았고글재주가있음을알게됐다.다른하나는충동적이고균형을잃어버리는글쓰기다.무엇인가불쑥튀어나와종이를엉망으로흩트려놓아서자신만할수있는이야기를쏟아내는것이다.따라서엘레나페란테에게“모든작품은인내심의산물”이다.전통적인소설기법을사용해꼼꼼하게작업하면서,충동적인글쓰기가튀어나와자신이표현할수있는모든진실을표현하는글이나타나기를기다리는것이다.

“세월이흐르면서,제게글쓰기는반복되는내면의균형과불균형에형태를부여하는행위가되었습니다.수많은파편을틀에맞춰정돈했다가그것들을다시뒤섞는과정의연속이었죠.”(52쪽)

자신만의방법으로진실을이야기하기

엘레나페란테는실제로존재하는현실을거울처럼비추는것이작가의의무라고생각했다.리얼리스트로서현실을재현하는데힘쓰고직접경험한것들을기반으로글을썼다.하지만어머니의‘아쿠아마린’반지를통해새로운현실을알게된다.객관적인사물조차변화무쌍한‘나’의일부라는것이다.그래서아무리객관적으로현실을담아내려고해도표현속에서본질을잃어버릴수밖에없다.

엘레나페란테는사실을있는그대로말하려는집착에서벗어나자신의방식대로이야기를풀어가기로한다.그과정에서사실을발견할수있도록글쓰기노선을변경한다.그러면서인칭,문학적레퍼토리,서술자,현실과문학의관계등에대한깨달음들을얻는다.이내용은이책의「아쿠아마린」에정리되어있다.「아쿠아마린」은엘레나페란테의모든작품이어떤과정으로탄생했는지보여주는‘비하인드스토리’를담고있다.페란테는일인칭화자에대한실험으로『성가신사랑』을비롯한‘나쁜사랑3부작’을써내려간다.여기서그는작품의주인공인델라,올가,레다와거리두기를지양한다.주인공또한자신의이야기에밀착해있어서전체적인상황을파악하지못하도록의도했다.그래서작가나주인공이타인,외부인,목격자의역할에국한되는것을피하고진실을전할수있게된것이다.

또한‘꼭필요한타자’의개념을탐구해『나의눈부신친구』를비롯한‘나폴리4부작’을써나가는과정도흥미롭다.주인공레누와릴라가서로에게꼭필요한타자가되어,서로심하게뒤섞였지만완전히하나가되지는못하는두인물의이야기로발전시킨것이다.그렇게일인칭속에갇힌주인공들로진실을전했던전작과는전혀다른작품이탄생한것이다.

“문학작품은현실을구성하는수많은잔해의소용돌이를억지로문법과구문론의법칙속에욱여넣는것이아닙니다.”(72쪽)

문학적유산과작가,그리고여성작가

「역사와나」에서엘레나페란테는작가의문화적유산을강조한다.글쓰기에서장족의발전을이루는순간은“우리가너무나도당당하게우리의소유라고생각하는것이,실은타인의소유라는사실”을깨닫는때라고말한다.그에게글쓰기는다른이들이쓴모든글을취합해자아의틀안에서자신의글로만드는것이다.엘레나페란테는평범한사람이쓴아름다운작품을과소평가하지않지만‘꼭필요한작가’가쓴작품과는구분할필요가있다고생각한다.두작품의공통점은같은문학적유산에서시작한다는점이다.모든글의배경에는다른글이있다.

“글쓰기는과거의모든글을정복하고,서서히그엄청난자산을쓰는법을배워나가는과정입니다.우리는결코‘고유의문체가있는작가’라는사람들의칭찬에현혹되어서는안됩니다.모든글의뒤에는기나긴역사가있습니다.심지어는저의충동,경계를넘어여백을침범하고픈욕망,글쓰기를향한갈망까지도과거에일어났고,미래에도계속될폭발의일부일뿐입니다.”(112쪽)

엘레나페란테는여기서자신의성장에자양분이되어준문학적유산이본질적으로남성의것이라고지적한다.자신의자아역시남성의글을보편적인것으로생각하고소비했으며,자신의작가본능은남성문학에기원을두고있다고말한다.자신이여성이기때문에문학전통을위반하지않으면좋은글을쓸수없다는딜레마에빠졌던여성작가로서의경험을공유한다.여기서엘레나페란테는거트루드스타인을언급한다.스타인은다루기쉬운문학형식안에서자신을드러내는정도에그치지않았다.그는『앨리스B.토클라스자서전』을통해‘자서전’이라는장르자체를비틀었다.페란테는이를두고,자신에대한정직한글을쓰려면문학작품을담는용기에압력을가해야한다는것을보여주는사례라고평했다.

또한여성문학이성공하려면여성모두의노력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나의눈부신친구』에서레누는작가로서좋은글을쓰지만진정한만족감을얻지는못한다.레누의글과릴라의글을융합해야나쁜언어와거짓된낡은이미지에서벗어날수있다는것을알았지만,당시엘레나페란테는그런결말을쓸수없었다.이를자신의한계였다고고백한다.여성문학이진정성을인정받기위해서는범작을쓰는작가와꼭필요한작가를구분해서는안된다고말한다.페란테는연대를통해새로운문학적유산을쌓아가자고말하는것이다.

“여성은글을쓰려고하는순간,지금까지열거한글쓰기에관한수많은문제외에도,여성의진실을바닥까지파헤친글이채한페이지도되지않는다는사실을깨달을것입니다.글솜씨가세련되었건투박하건말입니다.대부분작가는여성의진실앞에침묵합니다.”(122쪽)

“여성의진실을무시하는나쁜언어에맞서,우리의재능을융합하고뒤섞어야합니다.단한문장도바람에실려사라지게놔두면안됩니다.”(137-138쪽)

다른존재의잠재력을상상하는작가,단테와베아트리체

마지막장「단테의갈비뼈」에는단테에게받은영향과,그에게서취해자기것으로만든깨달음을담았다.엘레나페란테가단테의글쓰기에서인상적으로느낀것은글쓰기의성패여부를‘속도문제’로본다는사실이다.마음속에서불러주는말이문자의형태로바깥에나오려면작가에게빠르게받아쓰는능력이있어야한다는것이다.이능력을위해다른이의글을읽으며배워야한다고말한다.단테역시문학적유산위에서글을썼지만,다른작가의언어깊숙한곳까지파고들어가그은밀한뜻과아름다움을포착한후자신의글을썼다고페란테는분석한다.

엘레나페란테가본단테는다른존재의잠재력을상상하는작가다.단테는“서양문학을통틀어이토록명예로운역할을한여인은없다”는평을받는베아트리체를만들어냈다.『신곡』에등장한베아트리체는단순히사랑의지성을가진우아한여성정도가아니라여성과남성을뒤섞은독특한권위로등장한다.그녀는연인,어머니그리고장군의말투로이야기하는성숙한인격체다.엘레나페란테는「단테의갈비뼈」에서단테가베아트리체를완성시킬수있었던비결을탐구한다.단테는자기학문의정수,즉갈비뼈하나를빼주며그녀안으로자신을이식했다.그리고그곳에서여성의잠재력을상상하려고노력했다.다른존재속으로들어가그의잠재력을상상하는능력이,엘레나페란테가단테를사랑하는이유일것이다.

“단테는이교도의시,성경,철학서,과학서,신화를읽을때다른작가의언어깊숙한곳까지파고들어가그은밀한뜻과아름다움을포착해내고이를바탕으로자신의글을썼습니다.”(155-156쪽)

“단테가다른이가쓴글안에들어갔다가그곳에서보물을찾아나온후에쓴글에서는엄청난에너지가느껴집니다.”(156쪽)

책속에서

당시저는글을잘쓰려면남성중심문학전통에뿌리를박고남자처럼글을써야한다고믿었습니다.하지만저는여자이기때문에그토록열심히공부했던남성문학의규칙들을위반하지않으면좋은글을쓸수없다는,일종의딜레마에사로잡혀있었습니다.(31쪽)

글쓰기란순수하게운명에도전하는일이라는것입니다.(37쪽)

글을쓸때마다문학의전통깊숙이뿌리박은글에서무엇인가가불쑥튀어나와글을쓰고있던종이를엉망으로흩트려놓아서,미천하고비참한여인인제가제이야기를저만의방식으로들려줄수있는순간이오기를기다립니다.(41쪽)

있는그대로이야기하는것은,원래부터어려운것입니다.화자는언제나현실을왜곡하는거울이니까요.(66쪽)

작가인저,엘레나페란테는제글과레다의글의서사를철저히,그리고절대적으로고립시켜막다른길에다다르도록설계했습니다.저도레다도말그대로탈진상태가될때까지이야기를전개했고,이는소설마지막에레다가딸들을향해던진말에함축되어있습니다.“엄마는죽었지만잘지낸단다.”(80쪽)

여성의진실을무시하는나쁜언어에맞서,우리의재능을융합하고뒤섞어야합니다.단한문장도바람에실려사라지게놔두면안됩니다.(137-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