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이런홍서방범도의텁수룩한얼굴생김새는보면볼수록근엄하게보였다.그러나숱많고둥그런눈썹밑에뜨거운정기가끓는시커먼눈은늘고요하고다정다감해보였다.그의인정,그의관대성,그의결단성.이러한면모가얼굴에골고루들어있었다.하지만불의를보면그의두눈에시퍼런불이번쩍일었다.밀림에웅크린호랑이의눈빛,바로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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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아!피를나눈형제끼리힘겨루기하면끝내죽음밖에남을게없지않겠니.넌오늘내이야기를평생잊지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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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는보았다.러시아땅원동구석구석에모래알처럼흩어져살고있는우리동포들.고향을떠나와서도여전히하얀옷입고,길한날을받아서혼례식올리고,마당에는반짝이는햇살에가지런한장독을닦으며,장독대엔분꽃봉선화금잔화를심고살아가는우리동포들.
---p.200
후치령에서일본군을섬멸했다는감격의승전소식이함경도일대로들불처럼번져갔다.북청군전역은물론인근각지에서열혈청년들이날마다의병대로몰려왔다.후치령전투는본격적항일무장투쟁으로넘어가는매우중요한전환점이되었다.
---p.238
그날밤홍대장은일기에서너무나참담하던자신의심정을단두줄로적었다.
‘음력오월열여드렛날정오에
내아들양순이죽었다.’
---p.341
홍장군은고개를젖혀줄곧바람을마시면서말했다.
“지금바람에묻어오는이냄새는틀림없이왜놈들이피우는아사히(朝日)권련타는냄새라네.”
이것은필시적들의복병이가까이있다는증거다.
---p.541
“너희들,장차커서무얼하려느냐.”
아이들입모아대답했다.
“장군님처럼왜적들과싸우는독립군이되겠습니다.”
홍장군은너무나흡족한표정으로말했다.
“암,그래야지,그래야하고말고.너희들대답이참으로장하구나.우리가다하지못하면너희가이어받아왜적에게빼앗긴조국을반드시되찾아야한단다.”
---p.572
1943년계미년10월25일,하루해도저물고사방에어둠이깔린초저녁8시,장군의숨소리가그쳤다.중앙아시아의카자흐스탄공화국크즐오르다스체프나야거리의춥고어두운집,그가난한단칸방에서홍범도장군은굴곡많은민족사의숨가빴던생애를접고조용히눈을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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