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24일

1980년 5월 24일

$16.50
Description
현대사 최대의 미스터리
사형수 김재규의 마지막 하루!
「1980년 5월 24일」은 생애 마지막 날을 보내는 사형수 김재규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역사소설이다. 박정희의 오른팔이었으나 만찬 석상에서 대통령 박정희와 경호실장 차지철을 저격한 이중적 인물 김재규. 풀리지 않는 10·26 사건의 수수께끼를 김재규의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본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조성기는 가려졌던 역사적 진실에 상상력을 더해 김재규의 삶과 박정희와의 인연 그리고 10·26 사건 등 현대사의 주요한 굴곡을 되짚어낸다. 조성기만의 해박한 역사 의식과 섬세한 필치로 군사정권의 부역자이자 반역자이자 혁명가인 김재규의 운명을 그려냈다.
저자

조성기

경기고등학교,서울대학교법대를졸업하고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수학하였으며,숭실대학교인문대학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하다가2016년정년퇴임하였다.카를융분석심리학에기초한「삼위일체에대한심리학적고찰」이학위논문이며,카를융의분석심리학을응용한‘마음의비밀’을주제로학교와기업,단체에서수십차례강연하고,CBSTV프로그램세바시에서‘미움극복’에대해강연하였다.
대학재학중...

목차

1
2
3
4
작가의말|역사의이면을들여다보다

출판사 서평

김재규는왜박정희를쐈을까

야수의심정으로유신의심장을쐈다는김재규.조성기는중정부장김재규가마주한사건과인물들을통해박정희저격이필연적인일이었음을보여준다.김재규는박정희에게처음에는의심을품었지만,점차실망하고,결국분노해,마침내박정희를죽여야만한다고생각하게된다.김재규가마주한사건하나하나가한물줄기로합쳐져‘박정희처단’이라는피할수없는상황에직면한다.작가의말대로“김재규개인이박정희를죽인것이아니라시대의흐름이박정희를죽인셈이다”.

김재규는감옥에서사형집행을기다린다.사형장으로가는호송차창밖에스치는풍경을바라보면서,유신에협조해수많은시민을고통받게하고또박정희를죽임으로써유신시대를마무리지은자신의삶을돌아본다.박정희는김재규와차지철을비교하고경쟁을붙여서로다투게한다.부하들의충성경쟁을부추기고결국은양편모두제거하는것이박정희의권력유지방법이었다.차지철은박정희의명령이라며김재규가행사에참여하지못하게따돌리고,김재규는김영삼을낙선시키려는차지철의작전을방해한다.박정희는차지철에게늘존대어를사용하면서김재규는하대하고,차지철과박근혜에게접근한사이비교주최태민을내치라는충언도무시한다.차지철과의암투를이어가던김재규는박정희를낯선사람처럼멀게만느낀다.

“재야에서는4·19혁명같은대대적인시위로박정권을몰아내야한다고하지만내생각은다르오.”
나는긴장하며다음말을기다렸다.장준하가나를주목하면서비장한투로말했다.
“진정으로국민을생각하는군인들이있을거요.”
더이상말을잇지는않았지만무슨뜻인지무겁게다가왔다.아니,무섭게다가왔다.주먹쥔내손이가만히떨렸다._146쪽

중앙정보부장으로유신정권을수호하던김재규는박정희가판단력을잃었음을,권력에빠져혁명의대의를내던졌음을깨닫는다.처음부터유신헌법을마땅치않게여기던김재규는부마항쟁진압을위해발포명령을내리겠다는박정희와차지철을살인마로규정한다.국회의원장준하와동생김항규,부산에서만난회사원의말을떠올리고5·16혁명을무너뜨릴또다른혁명을결심한다.

유신헌법을정독했을때박정희의끝모르는욕망을훤히볼수있었고그욕망은자신의몰락을어찌해서든지막아보려는처절한몸부림에불과했다.유신헌법은박정희를철저히보호해주는것같았지만사실유신헌법안에서박정희는이미죽어있었다.유신헌법안에서이미죽은박정희를나는확인사살했을뿐이었다._250쪽

박정희를죽인다는건곧나를죽이는것이었다.차지철과박정희,내가한묶음으로죽임을당한다면한국사회에큰충격이될것이고억지로지탱해온유신체제가종막을고하고말것이다.4·19혁명이나5·16혁명못지않은엄청난혁명이될터이다._213쪽

조성기는박정희를중심으로한인물들의‘의식들간에벌어지는투쟁’을감정선을따라생생하게그려낸다.권력의최상층에서도더크고더안정된권력을좇아서로다투던군인들의시대,국가의재건과통일을위한다는명분으로벌어진5·16군사혁명은박정희와차지철,김재규의죽음으로끝을맺었다.한때국민을위한혁명을외쳤으나권력을위해국민을내버린박정희,박정희가곧국가라며끝까지지키려했지만박정희의폭정을부추긴차지철,군사정권의부역자였지만시민의염원을대리해군사정권을끝맺은김재규,아이러니한인물들의변천사를김재규시점에서바라본다.

김재규에대한재평가,혁명가인가반역자인가

김재규는박정희암살이‘혁명’이었고시민과자유민주주의를지키기위한일이었다고말한다.박정희사후권력을잡은신군부아래에서,김재규는‘욱하는’마음에대통령에게총기를난사한인물로폄하되고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시민의눈을돌리기위한화제로이용되었다.이소설에서조성기는신군부가감추려했던김재규의인격을되살려내고,10·26사건이우발적행동이아니었음을보여준다.

김재규에대한재평가는오늘만의일이아니다.2017년봄박근혜대통령탄핵이후‘박정희신드롬’이치명타를입고,‘김재규열사’라는말까지도찾아볼수있게되었다.10·26사건을각색한영화「남산의부장들」이2020년개봉해많은관객의호응을받은뒤,김재규는역사책속반역자가아닌비밀에감춰진이야기의흥미로운주인공으로주목받게됐다.

작가조성기는10·26사건의전후뿐만이아니라더폭넓은시선으로그동기를찾아내려고한다.김재규본인의눈으로유년기부터사건당일까지의역사를살펴보자는것이다.어릴적부터부당함을참지못하고욱하는성질,차지철과의다툼,형님으로모시던박정희의냉대…그리고유신정권을수호하는중앙정보부장의‘적’으로마주친,민주주의를열망하는시민들!이모든사건들이하나가되어김재규에게“죽을수있는명분”을만들어준다.

김재규의자필서예
‘민주민권자유평등’‘자유민주주의’

독자는대통령암살범김재규가아니라나이든어머니를모시는8남매의첫째아들,외동딸의아버지이자듬직한상사김재규를보게된다.정이많아친구의부모님까지자기부모님처럼모시던김재규가큰형처럼여기던박정희를살해하기까지의과정을되짚어가다보면,독자역시자연스럽게그심정에공감하게된다.

“대통령각하를잃은것은매우가슴아픈일이고마음아픔을비할데가없습니다.그러나유신이후7년이경과되었고영구집권이보장된오늘날박대통령이살아있는한20년내지25년내에는최소한자유민주주의회복이안된다고볼때,가슴아프지만국민들의희생을막기위해이혁명은필연성이있는것입니다.”_283쪽,최후진술

『1980년5월24일』에서독자는김재규의입장에자연스레이입하게된다.한편으로는차지철과의암투,박정희의견제와냉대를경험하고,다른한편으로는그시대민주화를열망하는시민들과정치적거두들의목소리를듣게된다.그속에서“이세상에나서내가할수있는,내가죽을수있는명분을발견”한김재규가느끼는망설임과혼란,의무감을느낄수있다.

조성기는뛰어난통찰력과전해지는일화들을바탕으로신군부에의해가려졌던김재규의삶을소설속에생동감있게구현한다.나뭇단을헐값에갈취하려던순사에게‘도둑이다!’라고외친일,미군고문관이부대원을잡아가려하자칼을뽑아들고다툰일은부당한일을마주하면참지못하고욱하는김재규의성격이드러난실제사건들이다.부마항쟁의군중속에숨어들어시위하는시민들의열기를몸으로느낀일도재구성해담아냈다.독자들은김재규의유년기부터10·26사건이후까지,재탄생한김재규의회상을통해한국현대사를생생하게경험할것이다.

염원을걸머지고쏘아낸총탄,민주주의로이어지지못한혁명

박정희를쏜김재규는육군본부에서전두환이보낸보안사요원들에게체포된다.고문을겪고감옥에서자결하려하지만뜻을이루지못한다.한때보안사령관과중앙정보부장자리에서수많은사람들을고문하고간첩사건을조작한김재규에게가해지는고문은,지금껏자신에의해고문받은희생자들의분노를체감하는것과같았다.

서울의봄하늘에다시먹구름이차오른다.유신은끝이났지만,보안사령관전두환이계엄사령관정승화를밀어내고실권을잡는다.비상계엄이확대되고광주에서는흉흉한소문이전해져온다.김재규는자신의‘혁명’이민주주의를가져오지못하고의미없는일이될까감옥안에서걱정한다.

재판장에서김재규는자신의행동이시민을위한혁명이었음을,부하들은명령에따랐을뿐임을힘껏외친다.하지만보안사령관전두환이장악한정국에서신군부는재판중인판사와검사에게쪽지를여러차례전달하는말도안되는일을벌이고,김재규는‘내란목적살인죄’를뒤집어써사형선고를받는다.김재규의명령으로총을들었던부하들,함께만찬석상에참여했을뿐인김계원도함께사형을선고받는다.

중위시절부터김재규의전속부관을맡아온박흥주대령,김재규가체육교사로있던시절제자인박선호,중앙정보부경비원이던이기주와김태원,아무것도모르고명령에따른운전기사유성옥까지.김재규는사형선고를받은부하들과김계원에대한미안함을「옥중수양록」에끊임없이적어내며비통해한다.오랜시간인연을맺어가족과도같은부하들의목숨을살려달라고부처님께수없이기도한다.부하박흥주가사형집행에처해졌다는소식을전해들은김재규는정신이아득해짐을느낀다.

내가먼저죽어부하들의사형집행소식을듣지않기를바랐는데전두환세력은나에게심적고통을더하기위해일부러내생일날을골라가장아끼는부하를총살형시킨것같았다.현역군인이고계엄령시기라단심(單審)에서사형이확정되었다는이유로.주범의최종선고가확정되기도전에종범의사형집행을먼저시행하다니,세상에있을수없는일이었다._31쪽

김재규는사형집행장에들어서서도함께죽음을맞을부하들의이름을되새긴다.‘내부하들은아무런죄가없’다는짧은말만남기고어머니의염주를꽉쥔채사형대마루판에올라선다.

“내가죽으면부하들의유가족을보살펴주시오.내무덤양편에부하들의무덤이함께있도록해주시오.사육신처럼.관에들어갈때장군복을입혀주시오.장군으로죽고싶소.”_20쪽

조성기는식사도집례도긴유언도마다하고사형대에오르는,생사를초월한듯한김재규최후의모습을선명하게그려낸다.하룻밤의혁명과가로세로70센티미터짜리사형대마루판으로는담을수없는,‘할일을마치고가는’혁명가가살아온삶의무게를소설에담아냈다.

우리는현대사최대의미스터리를그주인공의눈으로다시그려낸이작품에서“자기가굴리던역사의수레바퀴에자신이깔리고만”인물들을여럿보게된다.박정희가그랬고,김재규와차지철이그랬고,결국권력을낚아챈전두환도그랬다.『1980년5월24일』은권력을손에쥐려는독재자와독재자의하수인,시민들의투쟁을생동감있게그려내며,그아수라장속에서손에쥔권력과자기목숨을모두내걸고시민들의염원을대신이루려던한혁명가를되새기게하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