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도서관을찾아서
“도서관은영원히지속되리라.
불을밝히고,고독하고,무한하고,부동적이고,
고귀한책들로무장하고,부식하지않고,비밀스런모습으로.”
-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바벨의도서관〉중
보르헤스의말처럼도서관은고귀한책들로무장한고독과비밀의공간이다.
무엇보다‘영원으로부터’존재하는,세상에종말은오지않을것임을증명하는곳이다.
이처럼도서관은인류문명의탄생부터지금까지그리고앞으로도사라지지않을공간이지만,지금우리에겐단순히‘자료를보관하고정보를제공하는’공공기관이란이미지가우선한다.왜우리는도서관하면우중충한회색빛건물안에거대한열람실과조락한서가,퇴색된책들이잠들어있는있는풍경을먼저떠올리는것일까.지금도,많은사람들은지식을취하기위해서가아니라,시험공부를하기위해서도서관에간다.
한평생도서관학과문헌정보학을연구해온지은이최정태는사람들이도서관의가치와숭고한이념에관심을보이지않는것도안타깝지만,주위에아름다운도서관이없다는것이늘의문이었다고말한다.특히강단에서‘도서관건축론’등을강의하면서부터는,본래의기능에숨겨진아름다움조차구현하지못하는우리주위의도서관에서시선을돌려‘진짜도서관’을느끼고싶다는바람을갖게되었다.
마침내,2005년여름평생꿈꾸어오던도서관여행길에오른그는중세유럽의순례자들이도서관을찾았던마음가짐그대로,오로지도서관만을향해달렸다.넉넉지않은기간이었지만여행하는기간동안루브르박물관이나퐁피두센터등을지척에두고도못본척,다음도서관을향한여정만을재촉해모두6개국15곳의도서관을방문할수있었다.
덕분에그는도서관은책의무덤이아니라,책을위한궁전이라는것을확인할수있었다고말한다.그가만난도서관은지상에서가장아름다울뿐만아니라,희망의기록을보존하는곳이었다.
도서관은아름다워야한다
좋은책은영혼에따뜻한피를돌게하듯우아한서가와책그리고이곳을순례하는자들을위해호젓하고은밀한공간을갖추어야하는도서관은아름다워야한다.
지은이가돌아본도서관은대부분이명제를충실히수행하는곳이다.뉴욕공공도서관,비블링겐수도원도서관,미국의회도서관,프랑스마자린도서관,아드몬트수도원도서관,장크트갈렌수도원도서관등15곳에이르는도서관들은대부분인간이발명한수많은건축양식중가장아름다운것들만추려정교한교집합을이루고있으며,책속에서지식을찾아헤매는수많은순례자들은공간자체가품고있는숭고함에격려받는다.
‘도서관은이유없이아무것도주지않는다’라는카네기의말을무색하게할정도로,도서관은방문한모든이들에게너무나많은것을주고있다.
지은이가첫번째방문지로택한뉴욕공공도서관은,우리가알고있는공공도서관의무채색공공성을가볍게뛰어넘는곳이다.예를들어정문앞을지키고있는도서관의상징두마리의사자상‘인내와불굴’은우리의상식을뛰어넘는유쾌함을보여준다.도서관에서내부공사를진행중이라면작업헬멧을,뉴욕양키스와메츠가경기를할때는각각양팀의모자를쓰는식이다.이렇게때마다뉴요커들의흥을돋우는역할을하니,“도서관때문에뉴욕을떠나기싫다”는사람들이나올법도하다.
미국의회도서관이나부시대통령도서관은도서관이란공간의고전적아름다움과현대적기능이유기적으로결합된곳이다.의회도서관은“세계가어느날갑자기붕괴되더라도미국의회도서관만건재하다면복구는시간문제다”라는말이있을정도로,세계최고로평가받는곳이다.말하자면,인류의지식과정보가모두모여있다는이야기다.제퍼슨관,애덤스관,메디슨관세동으로구성된의회도서관은시설이나규모뿐만아니라엄청난양의장서,5,000명에달하는직원들과세계도서관의모델역할을할정도로체계적인도서분류기술등우리가상상할수있는도서관기능의경계를무한으로확장하고있는곳이다.
특히,1939년에개관한애덤스관에있는‘한국관’은21만권에달하는한국관련장서를보유하고있다.그중에는한국전쟁전후에발행된신문과잡지,한국전쟁당시에발행된남북한교과서,19~20세기에발행된고도서와문학작품초고본,고지도등한국에서는쉽게볼수없는귀한자료들이포함되어있다.
도서관의아름다움을논하자면우리의규장각과해인사장경판전도빼놓을수없다.정조때부터본격적인왕실도서관으로정비된규장각은창덕궁부용지근처의주합루-우주와하나로합한다는뜻-에자리잡고있었다.2층구조로된주합루는아래층을규장각,위층을주합루라고불렀으며,왕과인재들이모여정사를논하던공간이자열람실역할을했다.특히,정조는규장각의젊은인재들은각별히아꼈는데,“규장각각신은근무중에는손님이와도일어나지않으며,비록고관,대제학이라할지라도각신이아니면당위에올라오지못한다”는그의어명은규장각의각신이얼마나특별한배려를받았는지짐작하게한다.
해인사장경판전은팔만대장경을보관하는집이다.지은이는누구나알고있는팔만대장경도중요하지만,그것을600년이상보호해온판전에도관심과애정을가져줄것을당부하고있다.특히바람의세기와햇빛,습도를완벽하게조절하는장경판전의특별한창문구조를살피며자연에순응하며천년세월을비껴온우리조상의소박한듯하지만치밀하고과학적인건축술에찬사를보낸다.
영혼의쉼터,하늘로이르는순례
중세시대지식인들이여행에서가장먼저찾는곳은도서관이었다.당시귀족,성직자,학자들의도서관순례는지식과교양을재충전하고,필요한정보를수집하며,영혼의요양을겸한여행으로서,그들에게는보편적인지적행사였다.
지은이의유럽에서의행보도중세시대여행자들과별반다르지않다.알프스첩첩산중에몸을숨긴아드몬트베네딕트교단수도원도서관,비블링겐수도원도서관,장크트갈렌수도원도서관을비롯해,도시의핵심자리를차지하고있는오스트리아국립도서관,체코국립도서관(클레멘티눔),도시의새로운이정표로서주위마저변화시키고있는프랑스국립도서관,리슐리외국립도서관,그리고대학과결혼한도시하이델베르크에서웅장한위용을과시하고있는하이델베르크대학도서관등에이르는여정은마치구도자의그것과하나라고할수있다.
특히수도원도서관여행기가주는감동과정보는각별하다.수도원은역사의거친물결에서소중한지적유산을도피시킬수있는거의유일한공간이었으며,지식은하늘곧신으로이르는길이라믿었던만큼수도사들에게가장필요한것도책이었다.중세도서관이탄생한현장은바로수도원이었다는이야기다.
장엄하기이를데없는공간에서길어낸과거가품고있는향기는,인간은소멸해도도서관과인간들이만들어낸이야기는영원하리라는믿음을갖게한다.지은이최정태는치이처럼도서관안팎을꼼꼼히살피는동시에그곳의역사와숨겨진이야기위에쌓인먼지를털어내현재와조우할수있도록조금씩여행의실타래를풀어나간다.여기에도서관이보유한장서와그에얽힌재미있는일화,최신현황등도곁들이며마치미술관의도슨트처럼도서관을친절히안내하고있다.이책에서는‘책의궁전이자지식의우주’역할을하는도서관의진정한가치를느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