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광시곡 : 잃어버린 그 세월의 초상

아버지의 광시곡 : 잃어버린 그 세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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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성기

저자:조성기
1951년경남고성에서태어나서울대법학과를졸업했다.
1971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해1985년『라하트하헤렙』으로오늘의작가상을,1991년「우리시대의소설가」로이상문학상을수상했다.
장편소설로는『1980년5월24일』『사도의8일』『야훼의밤』『슬픈듯이조금빠르게』『바바의나라』『우리시대의사랑』『욕망의오감도』『너에게닿고싶다』『굴원의노래』등이있다.
소설집으로는『왕과개』『우리는완전히만나지않았다』『종희의아름다운시절』『잃어버린공간을찾아서』등을출간했다.

목차

‘광시곡’으로그린아버지초상|작가의말271쪽

출판사 서평

기약없는미결수로살아간아버지
역사의격동에무너진인생을이해하다

5·16쿠데타가일어나고며칠지나지않아검은점퍼차림을한두사람이수업중인아버지를교실밖으로불러낸다.그들의차를타고행방불명된아버지를찾아어머니는경찰서와파출소를돌아다닌다.마침내아버지가육군형무소에수감되어있다는소식이전해지고,‘나’와가족들은형무소바깥으로뚫린간이변소창문을통해아버지와비밀면회를가진다.교원노조활동으로용공혐의를뒤집어쓴아버지는6개월만에출감한후교사직에서해고당해날마다술에취해돌아오는실직자로전락한다.
아버지는술주정뱅이실직자로전락했지만중앙정보부의감시의눈길은떠나지않았다.아버지는형무소밖에서도기약없는미결수로살아갔다.아버지는김형욱중앙정보부장이보낸“국가시책에적극참여해주셨으므로요시대상에서완전삭제”한다는통지서를받는다.하지만1975년‘긴급조치9호’가선포되면서감시가다시시작되고,급기야연좌제를물어대학졸업후서울에서따로사는‘나’에게형사들이찾아온다.

아버지에대한무겁고가슴아픈기억도많지만,아버지와아들의똑닮은기행과취향이웃음을자아낸다.아버지와삼각관계가되기도하고,만취해서동네집집마다큰소리로욕을내뱉고(“통장이면다야?통장이뭐대단한벼슬인줄알어?”)다니며,고시공부를그만두고종교에몸담겠다는‘나’의말에방방뛰며러닝셔츠를물어뜯다가결국찢어진러닝조각을움켜쥐고대문밖으로달려나가는아버지의모습은일견우스꽝스럽다.중학교공동1등졸업,경기고8등입학에기말고사전교1등,서울법대입학등성적이우수한‘나’에대한아버지의기대가컸지만‘나’는아버지의기대와는다른길을선택한다.종교에빠져선교단체에들어가고사법시험을거부한다.‘나’는선교단체에서지정해준신부와사흘뒤에결혼하라는통보를받고부모님께알리지만아버지는불참을선언한다.하지만결혼식장에서웃음을만발하며며느리를맞는아버지의모습에서역사가심은분노와투쟁심에도숨길수없는자식사랑이드러난다.

사랑받는아픔을기억하며
점묘화기법으로그려낸아버지의초상

이작품은소설양식을빌린실제자서전으로,아버지의초상을점묘화기법으로그린셈이다.음악용어를빌리면'광시곡'기법으로아버지에대한회상을시간순이아니라자유연상으로펼쳐나갔다.한단락이엽편소설처럼하나의짧은이야기로완결되도록했다.
조성기작가는‘화가가고향을그린그림이나이에따라달라지듯’아버지에대한기억과감정이사람에따라,시간에따라변화하고재해석되는과정을고스란히보여준다.아버지의교사동지들의눈에아버지는교원노조위원장으로서단식투쟁에앞장서고동료들을위해복직마저양보한존경스러운투사이자사회운동가다.반면작가에게아버지는“이게경상도사내사랑아이가”를외치며까끌까끌한턱수염을문대사랑을표현하는다정한모습부터분노에찬술주정뱅이실직자의모습,그토록거부했지만종교밖에기댈곳이없는무력한모습으로기억된다.
『아버지의광시곡』에서아버지의사랑은애틋한만큼아픔으로다가온다.‘사랑받는아픔’을그리움의색채로그려낸이소설은작가조성기의인생을떠받쳐온관계에대한회고다.아버지와아들이다정다감한관계는아니지만작가는부자관계의기억을치장하지않고담담하게써내려감으로써애증의대상이었던아버지를다시만나는과정을그려낸다.그럼으로써이미떠나버린시간을되새기고소중한사람의마음을이해하는이소설은우리각자의아버지가어떤삶을살아왔는지,우리가아버지를어떤태도로대해왔는지다시되돌아볼기회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