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부는 바람 (현기영 에세이)

사월에 부는 바람 (현기영 에세이)

$16.00
Description
작가 현기영은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 천착해왔다. 『순이 삼촌』과 『제주도우다』 등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제주도의 과거, 특히 제주 4·3을 깊이 탐구하며 제주의 상처를 문학으로 풀어냈다. 제주는 그 지리적 특성과 험난한 날씨 때문에 오랫동안 ‘천형의 땅’이라고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인의 3분의 1이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할 정도로 제주는 역사에서 외면당한 지역이었다. 이토록 소외받던 제주가 1948년 4월 3일,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비극의 무대가 되었다. 현기영은 제주 4·3의 목격자이자 생존자로서 금기의 영역이었던 제주 4·3을 문학으로 조명했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현기영의 삶과 문학을 아우르는 자전적 에세이로,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 현기영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만난다. 예닐곱 살 때 일어난 제주 4·3을 겪은 뒤 죽은 자를 위해 증언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임을 깨달은 현기영은, 고등학교 교사 시절에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방학 때마다 제주에 내려가 취재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순이 삼촌』이다. 그는 이 책 때문에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45년 만에 다시 발동한 12·3 비상계엄은 작가 현기영이 겪었던 고문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한다. 또한 자신의 말더듬증과 우울증이 4·3의 충격에서 왔음을 고백한다. 현기영은 ‘제주 사람’이자 ‘4·3 작가’로서 이 세상을 성찰한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제주도민의 삶뿐만 아니라,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 사회의 다양한 면모는 물론 현기영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현기영은 한국 사회가 성장을 쫓으며 놓쳤던 것들, 과거의 진실, 자연의 아름다움, 시민의식 성장 등을 짚어가며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군부독재 시대, 민주화, 경제 성장, 그리고 2024년 초유의 12·3 비상계엄 등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글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남긴다. 『사월에 부는 바람』에 담긴 글들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현기영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이자, 한국 사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에세이다.
저자

현기영

1941년제주에서태어나서울대영어교육과를졸업했다.197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아버지」가당선되어창작활동을시작한이래,제주도현대사의비극과자연속인간의삶을깊이있게성찰하는작품을선보여왔다.소설집『순이삼촌』『아스팔트』『마지막테우리』,장편소설『제주도우다』(전3권),『변방에우짖는새』『바람타는섬』『지상에숟가락하나』『누란』,산문집『바다와술잔』『젊은대지를위하여』『소설가는늙지않는다』등이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과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역임했으며,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오영수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대산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여전히우리의희망은2030세대입니다ㆍ작가의말04

1|문학의길
나의글쓰기11
마르셀프루스트와함께15
큰이야기,강한이야기23
한라산과문학29
우리문학의슬픈상처47

2|사월의노래
계엄령과고문55
시간61
4·3을어떻게볼것인가65
과거를복권해야하는이유77
나는4·3의무당이다83

3|나를부르는소리
지워진풍경123
바다와술잔131
나는그바다로간다159
탈중심의변방에서167
거대한초록181

4|우리는누구인가
벗어야할마음의굴레193
야만적선동의추악함197
나는소비한다,고로존재하는가201
냉소주의도힘이된다213
여론의타락219
얼어붙은바다깨기223

출판사 서평

■그날의참상을지켜본폭낭한그루처럼

『사월에부는바람』표지에는나무한그루가눈에띈다.너른들판에홀로우뚝선나무는제주방언으로는‘폭낭’이라고불리는,일명팽나무다.팽나무는동백꽃과더불어그날의참상을묵묵히지켜본4·3의상징물중하나다.표지의사진이암시하듯,『사월에부는바람』은제주4·3을중심으로현기영의삶과문학세계를풀어가는자전적에세이다.

제1부‘문학의길’에서는문학인으로서의현기영을조명한다.그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4·3문학을살펴보는것은물론이고,문학에대한애정과한국문단을향한진솔한성찰이담겨있다.‘작가현기영’의면모를깊이있게들여다볼수있는부분이다.

제2부‘사월의노래’에서는조금더본격적으로4·3을다룬다.현기영은금기시되던4·3을문학으로형상화했다는이유로군부독재의군홧발에시달려야했다.현기영은고문의공포와독자의비난을감수하면서도4·3을기록할수밖에없었던이유를고백한다.독자는‘작가현기영’을넘어‘목격자이자생존자인현기영’의모습을마주하게된다.

제3부‘나를부르는소리’에는제주의자연과그속에서살아가는사람들에대한깊은애정이담겨있다.화산섬제주도의독특한지형과사계절마다변하는한라산,바람결에따라모습을달리하는오름과푸른바다의모습이애정어린필체로가득하다.현기영에게제주도는단순한고향이아니라,그의문학의근원지다.현기영은말맛이살아있는문장들로제주도의풍경을세밀하게묘사하며,‘제주사람현기영’을보여준다.

제4부‘우리는누구인가’는그제목처럼,‘우리’,즉한국사회를살아가는시민으로서의우리에게질문을던진다.성장만을쫓는경쟁사회에서우리는쉽게나자신을잃어버리고,공동체안에서함께살아가야할타인을적으로인식하곤한다.현기영은그런현대인에게경종을울린다.마음의굴레를벗어던지고,함께얼어붙은바다를깨자고말하는그목소리는우리삶의나침반이된다.

『사월에부는바람』은문학과역사,그리고고향제주에대한깊은애정을담은,현기영만이쓸수있는글로가득차있다.그의문장은독자들에게과거를기억하는동시에,앞으로나아가야할길을함께고민하게만든다.

■제주의상처,문학이되다

한강작가가『작별하지않는다』로노벨문학상을수상한이후,제주4·3에대한대중의관심이높아졌다.하지만본격적으로4·3을문학의영역으로옮겨온이는현기영이었다.실제로한강작가는『작별하지않는다』를집필하며현기영의작품을참고하기도했다.반공이데올로기아래외면받았던이참상을목격자로서증언하기시작한현기영은,제주4·3뿐만아니라한국현대사의아픈역사를문학으로승화시키는데앞장서왔다.개인과역사가긴밀하게얽혀있듯,문학과역사역시불가분의관계에있다.그의글을읽다보면개인과역사,그리고문학이시대와어떻게호흡하는지를자연스럽게알게된다.
그렇다면우리는현기영을얼마나알고있을까?『순이삼촌』의작가로서그를기억하는이들이많지만,‘사람현기영’에대해서잘아는사람은많지않다.『사월에부는바람』은그의삶을조명하며,우리가알지못했던현기영이라는한사람을만나게해준다.그는어떤삶을살아왔으며,어떤마음으로4·3문학을쓰기시작했을까.그는모진고문과민주화라는격변을거치며어떤고민을했을까.이책은그질문에대한답을담고있다.
제주도를단순한관광지로만생각하는사람이많다.제주4·3을알고있다하더라도,그시대를살아낸이들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이는많지않다.『사월에부는바람』은사월의나지막한봄바람처럼,혹은꽃샘추위와함께온매서운칼바람처럼다가와우리에게말을건넨다.우리가알아야하지만놓치고있었던것들,우리가생각해야하지만생각하지않은것들에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