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살아 있다 : 새 밀레니엄을 연 미술가들 (양장)

작가는 살아 있다 : 새 밀레니엄을 연 미술가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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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는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서구 포스트모던 미술을 수용해 구체화했다. 근대부터 이어진 모던 미술이 기존의 규칙을 버리고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강조했다면, 포스트모던 미술은 차용과 혼성을 받아들이면서 작업의 출발점인 ‘작가’마저 내던졌다.
이런 미술 현장의 모습은 문학가 롤랑 바르트가 외친 ‘저자의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작가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모호한 작품과 해석하는 관람자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윤난지는 ‘작가는 죽었다’는 바르트의 말을 ‘작가는 살아 있다’며 되받는다.
윤난지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미술 현장을 지켜보며 그 변화를 글로 옮겨왔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20명의 작업을 시대순으로 해설하면서 변화하는 양상과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작가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모던 작품 뒤에서 ‘살아 있는 작가’를 발견한다.

저자

윤난지

저자:윤난지(尹蘭芝,1953~)
이화여자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한후동대학원미술사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고2019년까지같은과교수로재직했다.현대미술사학회,서양미술사학회,미술사학연구회회장을역임했고현재현대미술포럼대표를맡고있다.『현대미술의풍경』(2000),『추상미술과유토피아』(2011),『한국현대미술의정체』(2018)등을출간했으며,『20세기의미술』(1993),『현대조각의흐름』(1997)등을번역했다.『모더니즘이후미술의화두』(1999)등다수의번역서와편저를기획했다.석주미술상(2000),석남미술이론상(2007),한국미술저작출판상(2021)을받았다.

목차


책머리에|작가는죽었는가?1990년대를만든미술가들7

1그리기의시작과끝
‘그리기’를그리는화가김홍주17
의미비껴가기문범의‘회화아닌회화’33
“그냥흔들리다문득”김호득의수묵미학49
김춘수의“수상한”파란그림67
도윤희의“눈이없는시선”81

2경계넘나들기
“예술은일상이다”윤동천의‘힘’97
최정화의플라스틱아트그알록달록한껍질의세계115
“한국화는있다”황창배의해체133
이불의‘몸’,그불투명한껍질151

3말하는미술
‘틈’으로의여행박이소의움직이는기호169
“모든것이면서아무것도아닌것”안규철의사물극183
“죽음을기억하라”조덕현의열린기호학199

4가장자리미학
모성을통한여성주의윤석남의어머니219
홍승혜의“유기적기하학”235
신경희의몸으로쓴일기251
김주현의“단순하게복잡한”구조269

5유토피아너머
윤영석이지은“시간의사원”287
아우름과떠남의미학김수자의보따리303
시간으로의여행우순옥의‘다른’장소들319
그리움을그리다김보희의생태주의유토피아333

출판사 서평

형식을깨는모더니즘미술을넘어서서
작가의개성마저내던지는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작가는여전히살아있는가?

1990년대한국현대미술계는마르셀뒤샹의〈샘〉으로대표되는서구포스트모던미술을수용해구체화했다.근대부터이어진모던미술이기존의규칙을버리고작가의개성과독창성을강조했다면,포스트모던미술은차용과혼성을받아들이면서작업의출발점인‘작가’마저내던졌다.
이런미술현장의모습은문학가롤랑바르트가외친‘저자의죽음’을떠오르게한다.문학이든미술이든,작가가설자리는사라지고오로지모호한작품과해석하는관람자만남는것이다.하지만윤난지는‘작가는죽었다’는바르트의말을‘작가는살아있다’며되받는다.
윤난지는1980년대부터지금까지한국미술현장을지켜보며그변화를글로옮겨왔다.『작가는살아있다』는1990년대를대표하는한국현대미술작가20명의작업을해설하면서시대에따라변화하는양상과그역사적의미를드러내고,‘작가의죽음’을말하는포스트모던작품뒤에서‘살아있는작가’를발견한다.

■한국현대미술의변신
윤난지이화여대명예교수는현대미술사의권위자로인정받는미술사학자다.이화여대박물관장을지냈고,현대미술사학회·서양미술사학회·미술사학연구회회장을역임했다.사회학과미술사학을전공한윤난지는제각각일탈한듯보이는한국현대미술작품들을사회역사적배경위에서살핀다.
『작가는살아있다』는2020년부터2023년까지『월간미술』에서격월연재된「1990년대를만든작가들」을보완해서출간한책이다.윤난지는작가의초기작품부터최근작품까지폭넓게담아해설하며,그흐름을일관된형식으로서술한다.가장먼저작가가던지는화두와작가의접근법을살핀다.이어서중요작품과전시를해설하고작업의변곡점을확인한다.그런다음작가의작업물전체를꿰뚫는의미를잡아낸다.
1990년대는그어느때보다많은작가와작품을생산한시대다.같은시기에포스트모던미술이부상한것은모더니즘으로대표되는근대역사관이종말을맞고새로운시대에대한기대가구체화된결과였다.이책은그시대한국미술의개척자들에관한이야기다.즉,각자다른배경과관심사에서출발한그들이어떻게포스트모더니즘의첨단에올랐는지,그들의작업에어떤일관성이있는지,그들이한국현대미술을어느정도로바꿔놓았는지를다룬다.

■그리기의여전한가능성
『작가는살아있다』는다섯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그첫번째가회화미술로서의포스트모더니즘이다.김홍주,문범,김호득,김춘수,도윤희와함께그리기의여전한가능성을제안하면서전반부를연다.모던미술사의중심축인회화의역사와관행을다시탐색하거나해체한예시를모았다.
설치와영상등새로운방법과매체실험이활발하던시기에도김홍주는회화라는장르를고수했다.그림을통해그림의역사에도전한그는캔버스와액자라는‘틀’을다른오브제로대치하는것에서출발해원근법과부감법,사물배치등의회화적관행을재구성하는것으로관심사를전개한다.배경없이화면에출몰하는거대한꽃은김홍주의트레이드마크로,동양화도서양화도아니며구상적이지도추상적이지도않은새로운그리기의가능성을선보인다.

■예술을위한예술을넘어서
두번째주제는경계를넘나드는예술이다.윤동천,최정화,황창배,이불은동과서,몸과정신등이분법을넘어서는예술의가능성을찾으려했다.형식과장르,나아가예술과일상의경계를넘나들며모든종류의벽을허물고자한당대미술의전반적인양상을보여준다.
윤동천은‘예술을위한예술’을거부하고“예술은일상이다”라고선언한작가다.윤동천은예술을통해일상을가로지르는불합리하고비인간적인‘힘’을빼는것을목표한다.메시지뿐만아니라표현방법도일상적이다.넥타이,목발,세숫대야등일상적사물을통해표현되는그의예술은,인간적인것의정수만을뽑아내려는모더니즘인본주의와달리차별없이수용하는인본주의로수렴한다.

■이미지를넘어이야기가된미술
세번째주제는모더니즘의형식주의를내부로부터해체하는현상을예시하는‘내러티브의귀환’이다.박이소,안규철,조덕현은침묵하는형식을벗어나,자기이야기와사회역사적입장을작업에함축했다.
박이소는모호성을강조하는예술가다.소통의가능성을부정하는허무주의자로서어법상의모든의미를열어두고자했다.박이소는스스로도다중정체의표본으로살다갔다.박철호,박모,박이소라는세개의이름을거쳐갔고,자신의정체성을그저가볍고유연한기호로바라봤다.스스로포스트모던미술의주체가된것이다.

■여성의미학,다양성의미학
네번째로는여성작가들의행보를주목한다.남성과남성성이중심이된모더니즘의중앙집중주의가허물어지는양상을제시했다.윤석남,홍승혜,신경희,김주현의주류미학을벗어난작업들은여성뿐아니라모든종류의‘주변’을아우르는다양성의미학을재고하게한다.
윤석남은여성주의미술을선두에서이끌어온작가다.가부장제를비판하는그는미술사에서소외된여성의삶을증언했다.윤석남은남성중심적미술에서여성미술로,인간중심주의에서생태로점차영역을넓혀나간다.유기견의넋을달래는작품을비롯해사람이외의생명체와공생하는공간을재현한것이그예시다.

■지난천년이만들어낸미래상
마지막장에서는이전천년을되돌아보는이른바‘노스탤지어미학’을살펴본다.두려움과희망이교차하는세기말,윤영석,김수자,우순옥,김보희의작업에서는과거로돌아가거나과거와미래를아우르려는열망이날카롭게부각된다.
윤영석은거대한시간의흐름을체감하는세기말사람들의대변자다.흘러간과거와충만한현재의한순간을구체적으로재현하는그의작업은시간의일시성을인식하게한다.윤영석에게미래는끊임없이새롭게만들어지는환상일뿐이다.시간에대한그의탐구는결국시간의절대성과비가역성에대한순응으로이어진다.

여기까지다섯덩어리로작가들을나눠다루고있지만,이역시결코허물수없는경계가아니다.윤난지는이시기미술은“모든작가가따로또같이작업한”것이라고강조한다.각각의작품은다른장에도속할수있으므로장을넘나들며읽는것도좋은방법이다.

■새밀레니엄을만들어낸한국현대미술작가들
새밀레니엄에들어선지사반세기가지났다.역사적거리가너무멀어지기전에당대미술을글로남기는것이윤난지가이책을쓴목적이다.1990년대를되돌아보는것은단순히노스탤지어를느끼기위해서가아니다.1990년대는지난20세기와의단절,그리고우리가발디딘시대의근원으로존재한다.독자가이책에수록된작가들과동시대성을느끼고,이후의작업을통해작가들과이어지는경로를체감한다면밀레니엄의작가들이여전히‘살아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