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의 문화사 (사물의 생김새로 읽는 인간과 문명 이야기 | 반양장)

형태의 문화사 (사물의 생김새로 읽는 인간과 문명 이야기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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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이 만든 형태에는 인간의 몸과 감각의 흔적이 남는다
당연한 것은 없다.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 문명의 민낯이 드러난다. 왜 동전은 둥글고 지폐는 네모날까. 왜 반듯한 빌딩 숲 사이에 구불구불한 길이 있을까. 『형태의 문화사』는 이 사소한 의문들을 렌즈 삼아, 인간의 몸이 세계에 남긴 열여섯 가지 흔적을 추적한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건축학과 서경욱 교수는 손과 발 등 신체에서 출발해 집과 길, 나아가 문화적 현상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궤적을 복원한다. 이 관찰기는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 결국 ‘몸의 확장’이며, 인간의 감각이 빚어낸 가장 물질적인 결과물임을 증명한다.
저자

서경욱

(徐京煜)
고려대학교건축공학학사,미국조지아텍건축학석사,영국UCL바틀렛건축형태학박사를취득하고경기대학교건축학과교수를거쳐현재영국노섬브리아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
서울,쿠알라룸푸르,버펄로,런던에서건축디자이너로일했으며,영국정부지원말레이시아저소득층주거개발연구책임자,LH제3기신도시가이드라인해외연구책임자,일본과학진흥재단초청간사이관광네트워크활성화연구책임자등다양한국제프로젝트를수행했고,현재일본국제관광영화제심사위원장을맡고있다.
동서양주거및도시의형태적진화에대한다수의논문을썼으며,저서로『건축적상상력과스토리텔링』이있고번역서로『건축물은어떻게완성되는가』등이있다.

목차

형태를바라보는새로운시선|프롤로그

제1부몸의형태
1.손:다섯개의손가락이만든디지털세상
2.발:싸움에끼지말고걷기만하라
3.눈:과거와미래를들여다보는창
4.얼굴:눈・코・입이만드는무한한세계
5.웨어:몸에걸치는모든것
6.크기:작아서좋은점,커서나쁜점

제2부세상의형태
1.동그라미와네모:세상을지배하는두가지모양
2.집:바닥에새겨진한국주거의역사
3.길:오솔길,도로,철도는어떻게생겨났나
4.고개:산은다가갈수록완만해진다
5.껍데기와알맹이:겉과속에관한다양한관점

제3부문화의형태
1.배열:가지런함과뒤죽박죽에대한고찰
2.짝퉁:카피와오리지날의차이
3.첫인상:사물은최초의이미지로각인된다
4.노이즈:순수함을망치고싶은욕구
5.낡음:허물어지고소멸하는모든것

형태너머의가치를찾아서|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손과발이설계한도시
문명의가장원초적인형태는인간의말단기관인손과발의요구를반영한다.동전의동그란모양은‘생활의물리학’이다.어느방향으로도모나지않고,주머니속에서걸림이없어야한다.반면지폐는쌓고,접고,넘기기위해직사각형을택했다.한국지폐의짧은변6.8센티미터는인간의손아귀가허락하는가장완벽한수치다.동그라미와네모는돈의상징이기이전에,인간의손이선택한최적의형태다.
발이남긴흔적도선명하다.직선이종이위에설계된‘권력의질서’라면,곡선은토박이들이발로디뎌만든‘삶의궤적’이다.뉴욕맨해튼의격자를대각선으로찢고나가는브로드웨이는아메리카원주민이걷던야생의길이다.효율을앞세운직선의공세속에서도인간의발은기어코제편한길을남긴다.

■형태에길들여진몸
사물에서시작한관찰은점차우리가살아가는공간과관습으로이어진다.형태는몸이만들지만,어느순간형태가몸을길들인다.바퀴가지나간자리가길의폭을정하고,그폭은다음바퀴의크기를제한한다.우연은표준이되고,표준은다양성을거세한다.우리가느끼는‘편안함’은사실오래전굳어진형태에길들여진결과일지도모른다.
온돌과마루는형태가인간의습관을재조직한결정적사례다.겨울에따뜻하고여름에시원한바닥은사람을앉히고눕힌다.바닥이생활의무대가되자신발은자연스럽게금기가되었다.이금기는‘안’과‘밖’을가르는위생관념을낳았고,집에서맨발로생활하면서화장실에들어갈때는슬리퍼를신는독특한문화가탄생했다.한국인에게안팎의구분은벽이라는물리적한계가아니라,몸의동작으로확인하는심리적경계다.

■우리몸의미래
옷은피부의연장이고안경은인공시각이며자동차는강철다리다.문명은인간이몸을바깥으로뻗어내며스스로를재구성해온과정이다.하지만기술이몸의기능을대신할수록인간의몸은무력해질지모른다.정교하게세계를움켜쥐던손은이미화면을터치하고버튼을누르는단순명령기관으로변화했다.
저자는이흐름이충분히누적될경우,먼미래의인간손이지금처럼정교한조작능력을잃고가장단순한작업에최적화된기관으로전락할가능성을예고한다.물건을움켜쥘수있었던인간조상의발이땅을딛고달리기위한도구로변화한것처럼말이다.우리가어떤동작을기계에맡기고어떤동작을계속하느냐가인류신체의미래를다시쓸지도모른다.

인공지능이형태를자동으로생성하는시대에,질문은더구체적이어야한다.이형태는누구의몸에맞춰졌는가?평균과표준은다수에게편리함을보장하지만,동시에다른몸과다른삶을‘예외’로밀어낸다.『형태의문화사』는우리가숨쉬듯당연하게여겼던사물과공간의민낯을들추고,우리가사는세계의기본값을의심한다.그기원은언제나인간다움의가장노골적인토대,몸과감각에닿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