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자본주의의실수가아니라자본주의그자체다
체제를끝내지않고위기를끝낼길은없다
인류의위대한지적유산을집대성하는한길그레이트북스는1996년제1권『관념의모험』을시작으로출간30년만에제200권을출간한다.오늘우리가살아가는시대를가장정면으로다룬『인류세시대의자본주의』가바로그기념비적저작이다.
‘인류세’(Anthropocene),인류가지구의지질을바꿔놓은시대다.『먼슬리리뷰』편집장이자생태마르크스주의의대표이론가인존벨라미포스터가‘인류세’라는이름을다시묻는다.인류가지구를바꿨다는말은절반만참이다.지난200년동안대기중이산화탄소농도를밀어올리고,아랄해를말라붙게하고,대량멸종을일으킨것은인류일반이아니라자본주의의축적논리였다.
마르크스는도시가농촌의양분을빨아들이고되돌려주지않는물질대사균열을알아차렸고,포스터는이개념을기후위기,팬데믹,생물다양성붕괴로확장한다.생태적파멸이냐아니면생태혁명이냐.포스터는자본주의를넘어서는전환만이생태위기의해법이라고주장한다.
누가지구를바꿨는가
‘인류세’라는말에는함정이있다.인류가지구를바꿨다고하면,마치인간이라는종의본성이문제인것처럼들린다.포스터는이명명을벗어나인류세의첫지질시대를자본기(Capitalinian)라부르자고제안한다.그시작점은1950년무렵,이른바‘대가속의시대’다.오늘날파괴의원인은인간본성이아니라특정한체제이며,체제가만든파괴라면우리가체제를바꿈으로써멈출수있다는것이이이름에담긴주장이다.
1950년전후로대기중이산화탄소농도,비료사용량,열대림파괴,멸종속도는일제히급증했다.지질학자들이지층에서방사성동위원소와플라스틱을발견하는것도이시기부터다.포스터는이변화를제2차세계대전이후자본주의의폭발적팽창과연결한다.
“축적하라!축적하라!이것이모세의계명이자선지자들의예언이다!”_카를마르크스
포스터가보기에생태위기의뿌리는인간의욕망이아니라,끝없는축적을강제하는자본주의법칙이다.자본은축적하지않으면경쟁에서밀려도태되기에멈출수없다.끝없는축적을강제하는체제가유한한지구와충돌하는지점에서균열이발생한다.이책은그균열을기후,토양,해양,생물다양성에이르기까지지구의시스템전반에서추적한다.
한예가있다.19세기유럽의농토는급속한도시화와인구증가를부양하며지력을잃었고,부족한양분을메우려질소가풍부한새똥퇴적물,곧구아노를대량으로실어왔다.마르크스는수천킬로미터밖식민지의토양을뜯어와자국농토에쏟아붓는이구조를“토양약탈”이라불렀다.도시와농촌사이에서시작된물질대사균열이이제대륙과대륙사이로벌어진것이다.
마르크스를다시읽다
이책의절반은사상사의재구성이차지한다.포스터는마르크스를19세기의프로메테우스가아니라생태사상가로되살린다.토양화학을탐구하며자연과사회의물질대사를연구하던마르크스의모습이다.
“인간이자연을상대로하여거둔몇가지승리때문에지나치게우쭐해하지말자.그런승리하나하나에대해자연은우리에게복수할것이다.”_프리드리히엥겔스
포스터는엥겔스에게한챕터를온전히할애했다.미완성유고『자연변증법』에서엥겔스가겨냥한것은자연을인간바깥의정복대상으로여기는사고였다.그러나인간은자연의순환안에있다.자연을정복하는모든승리는결국예측하지못한역효과로되돌아온다.오늘의기후붕괴는바로그뒤늦은청구서다.
나아가포스터는자본주의정신을물었던막스베버에게서도,소련생태학을개척한베르나츠키와스탄친스키에게서도같은문제의식을읽어낸다.생태학은근대사상의곁가지가아니라한복판에있었다.
그린뉴딜과탈성장이실패하는이유
포스터는탄소세,지구공학,그린뉴딜,탈성장론등오늘날의대표적대안을하나씩검토한다.그의결론은한결같다.자본주의를전제로한그어떤처방도위기의원인을건드리지못하며,필요한것은생태혁명이라는것이다.생산과소비를끝없는축적이아니라인간과자연의물질대사를회복하는방향으로전환해야한다는것이그의제안이다.
“지금모든중대한투쟁은환경계급투쟁이면서동시에경제계급투쟁이며둘사이의구분도흐려지고있다.”_존벨라미포스터
누가혁명하는가.포스터는환경프롤레타리아를지목한다.브라질의토지없는농민,스탠딩록의아메리카원주민,등교거부에나선유럽학생들처럼경제적으로도환경적으로도벼랑에몰린사람들이다.포스터는착취와수탈에내몰린이들에게서자본기를끝낼힘을기대한다.
동서양의사상사와정신사를집대성하는한길그레이트북스200권의이정표
한길그레이트북스200권째타이틀에‘인류세와기후위기’라는질문을올린것은,고전을과거의유산으로가둬두지않고시급한문제를비추는거울로삼겠다는뜻이다.『인류세시대의자본주의』는지난몇년간존벨라미포스터가발표한스물두편의글을묶은책이다.인류세논쟁부터마르크스와엥겔스의재해석,코로나19,탈성장논쟁까지주제는다양하다.하지만이들모두는“생태위기의근본원인은무엇이며앞으로어떤사회로나아가야하는가”라는하나의질문으로모인다.30년에걸친포스터의생태마르크스주의연구가여기에집약되어있다.한길그레이트북스는이질문을앞으로의30년을향한새로운사유의출발점으로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