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치팔 (양장본 Hardcover)

파르치팔 (양장본 Hardcover)

$53.00
Description
독일 중세문학의 정점으로 꼽히는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Parzival)이 한길그레이트북스 201번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총 16권, 약 2만 5,000행에 달하는 이 장편 운문서사시는 무지한 소년이 죄를 짓고 신을 원망하다가 마침내 겸허함을 되찾아 성석의 수호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마음에 회의가 찾아들면 그 영혼은 괴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확신과 회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내면의 갈등을 800년 전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숲속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자란 소년이 있다. 기사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라난 이 소년은 우연히 지나가던 기사들을 신으로 착각하고, 그길로 집을 뛰쳐나가 기사로서의 모험을 시작한다. 바로 그 소년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 파르치팔이다. 궁정의 예법도, 창을 다루는 법도 서투르던 파르치팔은 점차 기사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마법의 성에서 화려한 연회와 신비로운 의식이 펼쳐지는 걸 보고도, 예의를 지키느라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서왕의 원탁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까지 누리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마법사 쿤드리가 나타나 그의 침묵을 폭로하고, 그는 모든 명예를 잃고 방랑길에 오른다.
파르치팔의 이 여정은 단순한 기사 모험담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은 한 인간의 내면적 성장담이다. 그것은 죄를 짓는 타락의 단계, 자신의 죄를 깨닫는 전환의 단계, 하느님으로부터 성석의 왕으로 인정받는 단계라는 전형적인 3단계 성장 구조를 나타낸다. 동화 속 바보 같은 인물이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로 거듭나는 이 구조는, 서양 학계에서 독일어권 최초의 ‘교양소설’로 논의되기도 하는 후대 서사 구조의 원형이다.
저자

볼프람폰에셴바흐

(WolframvonEschenbach,1170년경~1220년경)
볼프람폰에셴바흐는독일의시인으로,그의전기에관한구체적인사료는전무하다.학계는그가프랑켄지방의안스바흐근처에서태어났을것으로보며,대부분의중세문학가들이그랬던것처럼봉토를하사받지못한처지에서여러궁정을전전하면서귀족들의자비에의존해생계를꾸려갔을것으로추정한다.그는온갖경험으로충만한삶을살면서수많은여행을했고지식도풍부한인물이었기에,13세기초규모가가장크고심오한사상을다채롭게형상화하면서막강한영향력을행사한독일중세황금기의백미로통하는궁정서사시『파르치팔』을저술할수있었다.그는자칭문맹이었지만그가보여주는프랑스와독일문학에대한광범위한지식을볼때쓰는법은몰랐다하더라도읽을줄은안듯하다.현존하는그의문학작품은모두비상하고독창적인개성을보여주는데,아침에이별하는연인들을묘사한『연가』를위시한8편의서정시,서사시『파르치팔』,십자군전사인기욤도랑주의일대기를그린미완성서사시『빌레할름』등이있다.그밖에『티투렐』이라고부르는또하나의서사시가짧은단편들로남아있는데,이것은『파르치팔』의제3권에나오는지구네의비극적사랑을상세히다룬것이다.1200~10년경에썼다고추정되는『파르치팔』은총16권,2만5,000행의시로볼프람의첫작품이다.크레티앵드트루아의미완성로맨스『페르스발』을토대로만든이작품은독일문학사상성배라는주제를처음으로도입한것이다.주인공파르치팔은세상물정을알지못하는아둔한소년기를거치면서실수를거듭하지만,아서왕전설에나오는원탁의기사로서성공을거두게된다.볼프람은파르치팔이동화속의바보같은인물에서현명하고책임감있는성배지기로극적인발전을해나가게함으로써인간의정신교육과계발에대해암시적인우화를표현한것이다.파르치팔은또한바그너의마지막오페라『파르지팔』에서영웅으로등장한다.볼프람의심오한주제는수사적이고복잡하며주의력을요구하는그의언어와잘어울리고,사고가진척되어가는방식도매우독창적이다.그는후대시인들에게깊은영향을미쳤으며,하르트만폰아우에와고트프리트폰슈트라스부르크와함께중세고지독일어의위대한3대서사시인에속한다.

목차

볼프람의궁정서사시가지닌문학사적의의|허창운ㆍ23

제1권ㆍ67
제2권ㆍ117
제3권ㆍ169
제4권ㆍ235
제5권ㆍ271
제6권ㆍ321
제7권ㆍ381
제8권ㆍ435
제9권ㆍ467
제10권ㆍ529
제11권ㆍ571
제12권ㆍ597
제13권ㆍ637
제14권ㆍ675
제15권ㆍ713
제16권ㆍ755

주요인명ㆍ789
파르치팔가문의계보ㆍ792
독일중세문학을대표하는세계적문화유산|옮긴이의말ㆍ795

출판사 서평

궁정의청중앞에서노래로불리던이야기
『파르치팔』은애초에조용히혼자읽는책이아니었다.인쇄술이발명되기전,궁정의가인(歌人)이청중들앞에서직접낭송하던구연문학이었다.그래서본문곳곳에서서술자인볼프람은느닷없이현재시제로‘여러분’이라부르며말을걸어오는것이다.이번번역에서는이독특한서술기법을그대로살려,800년전궁정에앉아있는청중의위치로오늘날의독자를데려다놓는다.
흥미로운것은이작품이정작주인공파르치팔의이야기로시작하지않는다는점이다.전체16권가운데첫두권은파르치팔이태어나기도전,그의아버지가흐무렛의모험담에온전히할애되어있다.아들의이야기는아버지의생애가비극으로막을내린3권에이르러비로소시작된다.
이야기의구조는여기서그치지않고,또갈라지게된다.파르치팔이성석을찾아방랑하는동안,서술은종종초점을옮겨아서왕의조카이자최고의기사인가반의모험을뒤쫓는다.파르치팔의줄거리와가반의줄거리가번갈아교차하며진행되는이‘두갈래구조’는실패와방황끝에성석의왕이되는파르치팔의길과,명성과사랑을좇아화려하게성공하는가반의길을나란히비추며두영웅의서로다른이야기를대비시킨다.두줄기로교차하며진행되던이야기는『파르치팔』의끝인16권에이르러서야하나로합쳐진다.아버지에서아들로,한영웅에서또다른영웅으로끊임없이초점을옮기는이방대한이야기는한명의영웅만을추켜세우는데그치지않고,다층적인세계관을매력적으로담아낸다.

중세아서문학의정점
『파르치팔』이중세유럽문학사에서차지하는위상은남아있는필사본의수로도가늠할수있다.유일한인쇄본(1477)을포함해전해지는필사본과단편이무려84종에이르는데,이는중세독일궁정문학을통틀어가장많은수치다.같은시기최고의경쟁작으로꼽히던하르트만폰아우에의『이바인』이나고트프리트폰슈트라스부르크의『트리스탄』과비교해도압도적인수로,당대의인기를짐작할수있다.
『파르치팔』은홀로탄생한작품이아니고,크레티앵드트루아가미완성으로남긴프랑스어서사시『페르스발』(Perceval)을저본으로삼았지만,이를복제하는데그치지않고독자적인이야기로확장시켰다.크레티앵이성스러운물건을성배(聖杯)로그렸다면,볼프람은이를성석(聖石)으로바꾸어놓았다는것이대표적인예다.그결과『파르치팔』은독일문학사전체에서신비로운성물이라는주제를최초로도입한작품이자,켈트족의아서왕전설과오리엔트세계,기독교적구원론이한데얽힌중세아서문학의정점으로평가받는다.
이작품의영향력은중세에그치지않았다.볼프람이세상을떠난후에도그를모방하거나그의미완성작품을완성하려는시도가이어졌다.뿐만아니라리하르트바그너는1845년이작품을읽고깊은인상을받아,1882년오페라『파르지팔』(Parsifal)이라는불후의명작을완성해무대에올리기도했다.이이야기는오늘날까지도수많은대중문화에영향을미치고있다.

독일중세문학을대표하는세계적문화유산
영어권에서도『파르치팔』의완역은19세기말에야나왔다.원문이압운을살린중세고지독일어운문으로쓰인탓에,형식과의미를동시에살려다른언어로옮기는일자체가오랫동안고역으로여겨져왔다.이높은언어적장벽은『파르치팔』이세계독자들에게가닿는데오랜시간이걸린이유가운데하나이기도하다.
옮긴이허창운교수는“타민족의문화에대한이해를좀더심화시키고,다반사로일어나는문명충돌의비극을사전에방어해야하는것이시대적요청”이라는문제의식에서이무거운과제를짊어졌다고말한다.실제로『파르치팔』은켈트족의동화적세계와오리엔트,기독교문화가갈등없이뒤섞이는세계를그리며,이교도와의사이에서태어난이복형제를공동체의일원으로받아들이는결말에이른다.문명과종교를넘나드는관용의상상력은800년전의텍스트가오늘의독자에게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
독자의이해를돕기위해중세필사본에실렸던삽화를함께수록해갑옷을입은기사와마상창시합장면,성석의성에당도하는장면등작품속순간을눈으로확인할수있게했으며,방대한등장인물의관계를한눈에파악할수있도록가계도를정리해실었다.거대한이서사시를처음만나는독자가헤매지않도록하기위한장치다.
『파르치팔』은독일중세문학을대표하는세계적문화유산으로꼽힌다.한소년이침묵의죄를씻고스스로물음을던질줄아는인물로거듭나기까지의여정은,정답을미리아는사람이아니라끝내질문하는법을배우고자신의과오를마주하는사람에대한이야기다.이제다시한국의독자들이그질문앞에설수있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