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박흥식 시인은 창비시소위원회 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은 시인이다. 이와같은 깊이와 아픔을 간직한 시인이 우 리 시단 어느 구석엔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이제서야 그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우리 시가 스쳐지나간 어떤 비의를 잘 간직하고 살려내는 데 성공한 이 시집은 편편이 읽다가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필연이 보인다. 그 필연은 왠지 슬프고 우리를 아리게 한다. 그의 시에는 그래서 소월의 아련한 체취가 느껴지기도 하 다가 백석 시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같다.「미음을 받든 소」「시골집 가겟집에 」「우리가 별이었다면」「미루나무 강바람」등은 이 시대의 명편이라 해도 손 색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봄에 핀 저 꽃」같은 시는 어떤가. "가을빛 잔뜩 쪼인/ 초혼의/ 붉은 치마를 본 적이 있는가// 거기 오래 머문 적 있었는가/ 그 텅 빈 빛의 골짜기// 깔깔깔깔, 눈 녹은 이로 속/ 웃음을 날리며 지나는 누이들 있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어졌는가. "그것은 멀리 보기 위해/ 움츠린 동공으로 보았는가// 가을빛 잔뜩 쪼인/ 산산에 /깊은 안타까움은 퍼지고 있었는가" 이렇 게 끝난다.
박흥식 시인은 작지 않은 시인이다. 역량 있는 신인의 이 시집은 창비시선의 한 결실이다.
아흐레 민박집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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