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 창비시선 239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 창비시선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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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의 세밀한 관찰과 아름다운 서정을 바탕으로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보여주는 '안도현' 시집. 인간 사이의 여러 관계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탐색이 두드러지는 시집으로, 세속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랑으로 '외롭다든지 사랑한다든지 입밖에 꺼내지 않고',' 타인에게 귀를 맡겨두는 것'('여치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라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사랑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늘은 처음부터 빛도 어둠도 아닌 간격을 가지고 있다. 시인이 나무에서 찾아낸 사랑은 서로 가지를 이어붙인 것이 아니라 사랑의 거리의 간격을 두는 나무이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줄 알았다 ~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이 간격은 '산불'과 같은 참화를 입었을때 나무들이 불을 옮기지않고 대신 몸을 태운다고 말하는 시 '간격'을 비롯한 60개의 시를 수록했다. 제13회 소월시문학상과 제1회 노작문학상등을 수상한 저자의 시집으로는 <서울로가는 전봉준>,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등이 있다.
저자

안도현

저자:안도현
1981년매일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서울로가는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가고싶다』『외롭고높고쓸쓸한』『그리운여우』『바닷가우체국』『아무것도아닌것에대하여』『너에게가려고강을만들었다』『간절하게참철없이』『북항』『능소화가피면서악기를창가에걸어둘수있게되었다』가있다.

목차

제1부
간격
이끼
봄날은간다
염소의저녁
적막
여치소리를듣는다는것
토란잎
툇마루가되는일
때죽나무꽃지는날
전전긍긍
도끼
덜컹거리는사과나무
눈보라
곰장어굽는저녁
독야청청
살아남은자의슬픔

제2부
나비의문장
춘향터널
복숭아
가련한그것
월광욕
꽃지는날
굴뚝
모퉁이
서울로가는뱀
중요한곳
대접
앵두의혀
시골중국집
연꽃방죽
쑥부쟁이하숙집
돌아누운저수지

제3부
어느빈집
황사
간절함에대하여
주저앉은집
돌의울음
풀물
푸른신발
기차는잡아당긴다
개구리울음소리
새와나무
조팝꽃
나중에다시태어나면

그물
겨울아침
외딴집

제4부
옆모습
혈서
그드물다는굳고정한갈매나무라는나무
장끼우는봄
햇볕의눈
모기장동물원
붉은달
주름
바람의두께
물기없는입
드디어미쳤다
왜가리와꼬막이운다

해설ㅣ권혁웅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안도현시인의여덟번째시집『너에게가려고강을만들었다』가창비에서출간되었다.『아무것도아닌것에대하여』이후3년만에선보이는이번시집에서시인은세밀한관찰과아름다운서정을바?탕으로‘관계’에대한깊이있는탐색을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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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시인은맑은시심을바탕으로낭만적정서를뛰어난현실감으로포착해온시인이다.그의시는보편성을지닌쉬운시어로본원성을환기하는맑은서정을담아냈다는평가를받는다.첫시집『서울로가는전봉준』에서90년대초반까지곤궁한삶의현장의비애를...
안도현시인의여덟번째시집『너에게가려고강을만들었다』가창비에서출간되었다.『아무것도아닌것에대하여』이후3년만에선보이는이번시집에서시인은세밀한관찰과아름다운서정을바탕으로‘관계’에대한깊이있는탐색을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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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시인은맑은시심을바탕으로낭만적정서를뛰어난현실감으로포착해온시인이다.그의시는보편성을지닌쉬운시어로본원성을환기하는맑은서정을담아냈다는평가를받는다.첫시집『서울로가는전봉준』에서90년대초반까지곤궁한삶의현장의비애를담아냈던시인은90년대후반이후부터는직접적인현실묘사에한발거리를두면서자연과소박한삶의영역을본격적으로탐구하기시작한다.이번시집은이러한탐구가‘관계’들에대한시적성찰을가능케하는경지에이르고있다.
이시집에서는인간사이의여러관계중에서도‘사랑’에대한탐색이두드러진다.시인이바라보는사랑은세속적인것과는거리가멀다.가령‘소리’를헤아리는것에서시인은사랑의의미를찾는다.시인은“외롭다든지사랑한다든지입밖에꺼내지않고”타인에게“귀를맡겨두는것”(「여치소리를듣는다는것」),“오도카니무릎을모으고앉아/여치의젖은무릎을생각한다는것”을사랑이라고말한다.그사랑은또한“빗소리만큼”작게들리는것에귀를기울여“사랑하기때문에끝내/차지할수없는게있다는”(「토란잎」)것을아는사랑이다.
시인은이처럼간신히들리는어떤소리에집중한다.이런집중은소리없이한가족의그늘이되는아버지에대한성찰로이어지기도한다.이번시집에서가장빼어난시중하나인「그드물다는굳고정한갈매나무라는나무」에서‘그늘’은아버지의정을상징하고있다.아버지의그늘은그그늘속에“누군가사랑하며떨며울며해찰하며놀다가도록내버려둘뿐”“스스로그늘속에서키스를하거나헛기침을하거나눈물을닦거나성화를내지않는다”그러므로“저물녘이면어깨부터캄캄하게어두워지던아버지를나무,라고불러도좋을것”이라고시인은말한다.또한사랑에눈먼자로표현된「이끼」는‘그늘’이몇백,몇천번덮여만들어진육체로묘사되기도한다.
이런깊이있는사랑의감정은아버지(「붉은달」)?어머니(「황사」)?아들(「가련한그것」)을뛰어넘어자연에까지이른다.「산개구리울음소리」는한편의아름다운생태시로읽힌다.이른봄해마다똑같은곳에와서알을낳는산개구리와,돈몇푼을주고그알을사마시는사람들을보면서시인은그산개구리알들이사실은눈이까만“산개구리아이들”이며“산개구리울음소리”임을외친다.또한인위적으로자연의흐름을거스르는인간의욕망을왜가리와꼬막의입을빌려준엄하게경고하기도한다(「왜가리와꼬막이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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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하찮은사물들을마주하여정서의긴장을잃지않는안도현시인의세밀한관찰은이번시집에서도단연돋보인다.북의계관시인오영재의주름에서읽어낸민족의아픔(「주름」),풀숲에호박이눌러앉아살다간자리를관찰하여얻어낸깊은적막의정서(「적막」),산불이휩쓸고간숲에서찾아낸나무와나무사이의거리(「간격」)같은것들에서우리는좋은시인만이쓸수있는깊이있는표현의전형을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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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권혁웅은안도현의시에서삶과사랑이같은자리에있음을밝히면서“성근것,비어있는것,그늘을드리운것,나란히선것들이모두사랑의아이콘”이며이것들은“넓은것,휑하니뚫린것,쭉쭉뻗어있는것들사이에끼어들어숨구멍을만들어놓는다”고평했다.황동규시인은“안도현은불화속에서도화해의틈새를찾아낸다”고말하면서“적막에간절한모습을주고산불이쓸고간폐허의나무와나무사이의간격에서숲의원구조를찾는것”이바로화해의모습이라고지적했다.
안도현시인은“이번시집은어떤간절함의심장에슬쩍가닿기를속으로바라면서쓴것”들이라고말하고“보이지않는것을보이게하고,들리지않는것을들리게하는”일에시업의노력을쏟는다고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