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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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온몸으로 시를 살고 앓다 간 시인의 절박했던 생존의 문장들!
노동과 현실, 자본과 분단에 대한 문제의식을 투철하게 육화해낸 작품을 통해 1980, 90년대 대표적인 노동시인으로 평가받았던, 故 박영근 시인의 유고시집. 신동엽창작상과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영근 시인의 추모 1주기에 맞추어 펴낸 이번 시집은 〈저 꽃이 불편하다〉 이후 발표한 시와 미발표작 〈절규〉를 포함한 총 44편의 유고를 묶었다.

일상에서 구도자에 가까운 고행과 고통을 거친 뒤 내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시인이 발견해낸 것들이 처절하고 아프고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자본에 지배당한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한편 절망과 결핍의 상상력, 끊임없이 떠도는 길 위에서 쏟아내는 정제된 상상력이 돋보이며, 뜨거운 연대를 통과한 시인이 변화한 시대와 불화를 겪으며 담아낸 내면의 풍경이 절실하고 아리게 그려지고 있다. 〈양장제본〉
저자

박영근

1958년전북부안에서태어났고1981년『반시(反詩)』6집에시「수유리에서」등을발표하면서시단에나왔다.시집으로『취업공고판앞에서』(1984),『대열』(1987),『김미순傳』(1993),『지금도그별은눈뜨는가』(1997),『저꽃이불편하다』(2002),산문집으로『공장옥상에올라』(1983),『오늘,나는시의숲길을걷는다』(2004)등을펴냈으며,제12회신동엽창작상(1994),제5회백석문학상(2003)을수상했다.2006년5월11일타계했다.2007년유고시집『별자리에누워흘러가다』가출간되었다.

목차

일러두기

김수영시비를보며
해창에서2

인제를지나며
봄눈
늦은작별
양구1
양구2
양구3
마야꼬프스끼
몽골초원에서
물소리
위도에서
자술서
청옥고등공민학교
눈길
겨울선두리에서1
겨울선두리에서2
몽골초원에서2
몽골초원에서3
몽골초원에서4
낡은집
돌부처
결핍
진달래
기억하느냐,그종소리
가을비
사랑
밀물의방
슬픈눈빛
만조의바다
허공

십일월
수련
폐사지에서1
폐사지에서2
만월(滿月)
겨울,나무
이사
봄날
절규

발문_백무산*김해자*허정균
연보
수록작발표지면
편집후기

출판사 서평

온몸으로시를살고앓다간시인의
절박했던생존의문장들!

신동엽창작상(1994)과백석문학상(2003)을수상한바있는故박영근시인의추모1주기에맞춰유고시집『별자리에누워흘러가다』가출간되었다.1981년『반시』6집에「수유리에서」등을발표하며시단에나온박영근시인은시대와불화하면서도뜨겁게삶을껴안는시를써오다2006년5월11일,결핵성뇌수막염과패혈증으로48세를일기로갑작스럽게생을마감했다.생전에5권의시집(『취업공고판앞에서』『대열』『김미순傳』『지금도그별은눈뜨는가』『저꽃이불편하다』)과2권의산문집(『공장옥상에올라』『오늘,나는시의숲길을걷는다』)을남겼는데,이번시집은고인과절친했던지인들이편집위원회(김이구김해자박상률박수연박철)를꾸려『저꽃이불편하다』(2002)이후발표한시와미발표작「절규」를포함,총44편의유고를묶은것이다.
고인은노동과현실,자본과분단에대한문제의식을투철하게육화해낸작품을통해1980,90년대대표적인노동시인으로평가받았고,운동가요로불린「솔아푸른솔아」(『취업공고판앞에서』)를통해널리알려지기도했다.백무산시인의말처럼“등단이후줄곧노동의희망과투쟁과좌절,그리고민중적삶의진정성에대한미학적고투를쉬지않은것은물론,노동에내면화된자본지배의억압적가치화로부터그보다더깊게더멀리탈주에성공한사람은없”을정도로박영근은“우리시대최고의노동시인”(발문)으로손꼽힐만하다.노동과삶을철저하게일치시키는한편,생전의마지막시집『저꽃이불편하다』에이르면그는변화한시대를온몸으로앓아내면서일상에서의내면의고투,절망과희망을담아내기도한다.이번유고시집은그러한시인의정신이정점에서‘뜨거운숨덩이’(「결핍」)로피워낸한송이꽃과도같다.뜨거운시대를통과한시인의내면이변화한시대를비판적으로성찰하는동시에막강한자본의지배와삐걱대면서토해낸완성도높은진정성이야말로지금박영근시를읽게하는원동력이다.

그아이가살상무기인가요/그들이내아이를찾아내/쏘아버렸어요,/(…)내년쯤이면거대한E-MART가임시묘지를점령할것이다(「임시묘지의시」)

제발80년대니90년대니,그런/헛소리로나를불러내지말아요/나는지금2000년대의근사한헛소리를씹고있고/달콤한똥을싸고있다구요/(…)아나에게도홈페이지가있다면/무슨별이뜰까(「낡은집」)

시인은이세계를폭력과살상으로물들어무고하게죽어가는사람들의‘임시묘지’라고본다.그리고그배경에는자본이도사리고있는곳으로파악하고이상황을“근사한헛소리를씹”으며“달콤한똥을싸”는반어와역설,야유의어조로비판한다.싸움의대상이사라진뒤거대자본에지배되는현재가내상처럼각인된고통스럽고야만스럽던과거에비해나아지지않았다는시인의인식을읽을수있는지점이다.시인에게더견디기어려운점은변화한시대의삶에는“시간도기억도없다”(「이사」)는것이다.오히려“허기가노란꽃을피우던그때”로표상되는고문과폭력의과거가“여전히번지미상의길거리에서/노래의후렴을”(「자술서」)듣게하거나,지난연대의뜨거운열정이“끝내허물지못한낡은집한채”(「폐사지에서1」)로남아있기도하는것이다.이때시인이취하는전략은“걷고또걷”거나“햇살에취해바람에흔들”리는것(「이사」),혹은“노래도없이절로취해가는”(「봄날」)일이다.사실이번시집에서매력적으로다가오면서강한빛을발하는것은현재에대한절망과결핍의상상력,행려처럼끊임없이떠도는길위에서쏟아내는한층정제된상상력이다.이러한포즈는손쉬운타협이나안주와는거리가멀다.오히려더큰불화와고투를거친뒤내면으로깊이들어가발견해낸것들은처절하고아프고아름다운것들이다.이풍경으로들어가는길에서는“내안에서누군가울고있”는것을‘슬픈눈빛’으로직시해야하고,“아픈몸으로시(詩)를”써야하며(「슬픈눈빛」),“아픈몸이흔적처럼남아/바람속에서/야위어”가거나(「십일월」)“홀로눈을맞으며/천천히벌판을질러”(「이사」)가는고통과쓸쓸함을감내해야한다.그것은한송이수련을피우기위해서“몸이얼마나썩어야자궁이열릴까”(「수련」)와같은질문을동반하는구도자의고행에비유할수있을것이다.그길을통과했을때비로소“꽃의환한자궁”(「결핍」)으로들어가“금간돌속에서/몇송이연꽃”(「탑」)을피우고,“돌하나의순한침묵”(「몽골초원에서」)과“뜨거운이마에맺히는시간의물방울들”(「돌부처」)을발견해낼수있다.그리고“새들이날아간자리에/울음소리가뜨겁게얼어붙는”풍경,“시간도형체도사라지고없는자리,/바람이/허공을뚫고”가는(「허공」)풍경과도만나는것이다.

많은유고시집에는죽음을예견하는시들이있지만유독박영근시인의유고에는시인이고통을끌어안은채죽음을암시하는대목이자주눈에띈다.그래서인지그의언어는읽는이에게더아린통증과울림으로다가온다.

한번을살아,떠나는일이저렇게절박하다(「겨울선두리에서2」)
나별자리에누워환히흘러가리라(「몽골초원에서2」)
때가되면산것들은바람속으로돌아간다(「몽골초원에서4」)
결핍은/견딜수없는비등점에서/주검으로타버리는것(「결핍」)
시간의먼집으로돌아가는/종소리(「슬픈눈빛」)
내절박했던생존의문장들은무엇이되어세상을떠돌고있는가(「허공」)
희밝은사리한조각별자리에뜨리라(「십일월」)

김해자시인도말했듯“그는글쓰기에있어서만은뼈마디까지적나라해지도록진정성을획득하기를포기하지않은시인”이었고,“시를쓰는내내그리고죽을때까지몸의언어를신뢰한노동의시인이자,노동자적아픔을육화해내려고투한,변혁의꿈을놓지않은가난한시인”(「발문」)이었다.그는오로지온몸으로시만을위해살고지독하게철저하리만치시를앓다가짧은생애를마쳤다.하지만그의생생하고눈물겨운“생존의문장들”은‘눈푸르게돋아난별자리’(「폐사지에서1」)처럼빛나면서오래기억될것이다.

〈추천사〉
어떤죽음은너무도생생하여다른죽음들을삶과혼동하게만든다.어떤죽음은어둠이검음보다더명징하여대낮을빛바래게한다.너무도가혹한삶의증거가죽음의영역을무색케하고,고독과절망의비유가비리디비리다.살았을적박영근의문학은간절하고고달픈‘삶의’노동문학이었다.이제그가이세상을떠나며남긴시들을읽자니그의문학은벌써‘죽음속’노동문학이라는생각이든다.뗀석기,간석기,긁개,자르개,도구는일찌감치있었으되예술은매장이후비로소출현하는것을보면비유는정작자연형상이아니라죽음에대한명상에서비롯된것인지모른다.박영근을예로들며우리는비로소이렇게말할수있다.죽음은노동의단절이아니라확장이다.그전에,노동은죽음의연장이아니라심화다…-김정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