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말과 사물 사이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시 <페루>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시인 이제니의 『아마도 아프리카』. 거침없는 상상력과 역동적 리듬, 그리고 발랄한 화법으로 2000년대에 문단에 등단한 젊은 시인 중 독보적 개성을 인정받으며 주목과 기대를 모아온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미끄러지고 비틀어지면서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말과 사물 사이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초대한다. 특히 '말놀이'에 집중하고 있다. 논리적 의미에 지배당하지 않는 말 자체의 탄력 있는 연쇄로 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자유로운 상상의 연쇄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자의 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한 단어, 이미지, 문장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듯하지만, 생생한 리듬을 통해 현실과 상상 사이에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무한한 공간에서는 빛나고 아름답고 쓸쓸한 말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가만히 귀를 열고 있으면 말의 울음소리가 듣게 될 것이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아마도 아프리카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멀리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
나는 슬픈가 나는 위안이 필요한가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주 조금
호랑이, 그것은 나만의 것
따뜻하고 보드랍고 발톱이 없는 것
살고 있나요 묻는다면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나는 아주 조금 살고 있어요
내 머릿속은
반은 쑥색이고 반은 곤색이다
쑥색과 곤색의 접합점은 성홍열 같은 선홍색
열두살 이후로 농담이 입에 배었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손톱 끝에도
주황색 양파자루 속엔 어제의 열매들
양파가 익어가는 속도로 너는 울었지
눈을 감아도 선홍색이 보이면
다시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너무나 멀리 있지만 아마도 이미 아프리카
나는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아마도 아프리카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멀리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
나는 슬픈가 나는 위안이 필요한가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주 조금
호랑이, 그것은 나만의 것
따뜻하고 보드랍고 발톱이 없는 것
살고 있나요 묻는다면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나는 아주 조금 살고 있어요
내 머릿속은
반은 쑥색이고 반은 곤색이다
쑥색과 곤색의 접합점은 성홍열 같은 선홍색
열두살 이후로 농담이 입에 배었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손톱 끝에도
주황색 양파자루 속엔 어제의 열매들
양파가 익어가는 속도로 너는 울었지
눈을 감아도 선홍색이 보이면
다시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너무나 멀리 있지만 아마도 이미 아프리카
나는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아마도 아프리카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