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기는 시를 만나다!
진은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훔쳐가는 노래』.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낯선 화법에 실린 선명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독창적인 은유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펼쳐온 저자의 이번 시집은 현실세계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 사회학적 상상력과 시적 정치성이 어우러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그린 50편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머나먼’ 외 5편을 비롯해 ‘오필리아’, ‘쓸모없는 이야기’, ‘불안의 형태’, ‘지도를 찾아서’, ‘단식하는 광대’, ‘몽유의 방문객’ 등 철학적 사유와 성찰이 깃든 매혹적이고 환성적인 언어와 감각적이면서 군더더기 없는 간명한 표현들로 이루어진 시편들을 3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사회참여와 참여시 사이에서의 분열을 창작과정의 문제로 고민해온 저자는 한편의 시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나의 삶을 드러내며 진실에 가까운 삶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삶과 정치의 실험이 문학적인 실험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저자가 통제와 억압의 질서를 해체하고 모순투성이의 이 세계에 간섭하고자 하며,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기어이 이 세계에 속해 있는 삶을 그려낸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노을
하늘이 저기 있다
입은 채로 자신의 나일론 치마를 불태우는 여자처럼
벽에 걸린 그림 속에는 전나무의 녹색 바늘, 옥수수알의 노란빛이
눈을 찌르는 오후가 있다
불꽃, 너는
내부에 젖은 눈동자가 달린 동물 하나를 키우고 있다
노을
하늘이 저기 있다
입은 채로 자신의 나일론 치마를 불태우는 여자처럼
벽에 걸린 그림 속에는 전나무의 녹색 바늘, 옥수수알의 노란빛이
눈을 찌르는 오후가 있다
불꽃, 너는
내부에 젖은 눈동자가 달린 동물 하나를 키우고 있다
훔쳐가는 노래 - 창비시선 34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