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 (주하림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 (주하림 시집)

$14.00
Description
젊은 시인이 야심차게 올린 격정의 무대극!
주하림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 2009년 창비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저자가 등단 4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은 감각적인 언어와 현란한 이미지가 튀어 오르는 환상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그려낸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말과 재빠르게 선회하는 어조에 재치가 가득한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박형준 시인의 말처럼 삶을 무대로 올리고 그것을 연기로 만들려는, 길들여지지 않는 다중적인 욕망이라는 ‘빠리의 모든 침대가 나의 고향’, ‘유독 그날 밤의 슬픈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지하소녀 미도리’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읽기에 불편하긴 하지만 논리의 세계를 뛰어넘은 저자만의 감각의 세계를 따라가며 이국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시편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몬떼비데오 광장에서

일요일 아침, 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어린 애인의 품속에서
나는 자꾸 눈을 감았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술집에서 나라 이름 대기 게임을 하면
가난한 나라만 떠오르고

누군가 내 팔뚝을 만지작거릴 때 이상하게 그가 동지처럼 느껴져

자주 바뀌던 애인들의 변심 무엇이어도 상관없었다

멀리 떼 지어 가는 철새들

눈부시게 흰 아침

이 세계가 나를 추방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할 것만 같은
저자

주하림

전북군산출생.단국대문예창작과졸업.2009년제9회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위험한고백
데이지
레오까디아의동거
네덜란스식애인
입실
빠리의모든침대가나의고향
유독그날밤의슬픈이야기를완성하려는
지하소녀미도리
빛의볼륨
우리는양귀비와조개에담김포도주처럼
하늘은깨진두개골,거울에서튀어나온날카롭고
부드러운혀들이깁슨의피를핥아주지

제2부
미찌꼬의호사가들
마지막올빼미당원의겨울식사
텍스처무비
우리는사랑의계절에굶주린새
어린여왕이매음굴에서운다
부와꽃의데생
반달모양의보지
타노시이선술집
작별
체코의귀슬로바키아뒷골목에서

제3부
비벌리힐스저택의포르노배우와유령들

제4부
몬떼비데오광장에서
무덤가의순백드레스
마르끄루쏘의극장
샴페인잔의날들

병동일지902
남학생
댕기에기생하고있는젊은유학자와흰새의
그림자가그대를말하길
레드아이
채터턴의성
아비뇽시내에있는기차역에서기차를타고어제는비오는아를
그리고아라타에게

해설:황현산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환상과감각의세계에던져진맨몸의춤과드라마

2009년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주하림시인이첫시집〈비벌리힐스의포르노배우와유령들〉을출간했다.등단4년만에펴내는이시집에서시인은생경하고감각적인언어와현란한이미지가톡톡튀어오르는환상적인상상력의세계를펼쳐보인다.내용과형식모두에서돋보이는색다른시작법은첫시집의강렬한인상을남기기에충분하다.주하림이논리의세계를훌쩍뛰어넘어꾸려놓은감각의세계를목격하다보면어느새시인의언어에실려이국그어딘가를헤매고있는독특한경험을맛보게된다.낯설기에강렬한시인의언어는논리보다는감각으로,기억보다는인상으로진하게스스로를각인시킨다.

드디어빛없는세계다/나는눈곱을붙였다뗐다하며태어난다/간지럽냐고?/너의마음은반은맞히고반은틀린답이다/골방에서흘러나온노래는이틀에한번폐렴을앓고/화분속의꽃들은서서히죽어가며나의안부를묻는다/(…)/한밤중과자부스러기속에서콘돔껍질속에서/개미들은전생에벗어둔옷을꺼내입고/문득수많은탄생들이두려워진다/너는입덧을원했고/나는적막에서기괴하게살다간,가난한화가의생애를가리킨다('레오까디아와의동거'부분)

어법을염두에두지않는주하림의시는읽기에“불편”하다.“말씀씀이가재미있고어조의재빠른선회에늘재치가가득있지만”(황현산,해설)읽어가는것만도쉽지않고,시인의의도라거나시의뜻을제대로알아차리기는어려운일이다.그의시는기존문법이나논리적사고로는쉽게이해할수없다.이를테면“그대배꼽에서시든입술을줍”('입실')는다든가“무릎에생긴멍이어느날눈동자가되”고“안과에찾아가피가뚝뚝흐르는무릎을올려놓”('레드아이')는다는기묘한발상은단숨에다가오지않는다.그럼에도우리가예민한감각을열어놓는다면시인이이끄는대로그호흡을따라가며,“삶,터전이란것에늘시달려야했”('텍스처무비')던화자가들려주는“수수께끼같은소리”('미찌꼬의호사가들')의“슬픈귀엣말”('네덜란드식애인')같은“위험한고백”('위험한고백')에귀를기울이게된다.

무릎에생긴멍이어느날눈동자가되었습니다/(…)/마을안과에찾아가피가뚝뚝흐르는무릎을올려놓습니다/입이세개인것보다낫지않나요당신은치료를원합니까/눈이영영사라지길비나요아니면눈과무릎이조화롭게/공생하길바라나요이제막꿈틀거리는눈을붕대로칭칭감고/간호사는그위에입술을그려넣었습니다세개의입을달고,/나는계절이지날때까지비난속에살것임을예감했죠('레드아이'부분)

다소생경한시제목들에서짐작할수있듯이주하림시의배경은다분히이국적이다.카를다리(체코),말라부해변,프레그레소항(멕시코),북경,상하이,하얼빈(중국),후꾸오까,오끼나와(일본),비벌리힐스(미국)등대륙을넘나드는시적공간과미도리,미찌꼬,깁슨,애디,루쏘,이사벨,후루미,카와이,채터턴,소피등주로외국인명으로등장하는화자들은마치외국영화의한장면을보는듯한이국적풍경과분위기를자아낸다.시인은또한일본만화,마니아용영화,서양의고전소설등의한대목을인용하거나소재로삼는다.다양한장르의인용에서우리는시인의폭넓고다채로운문화적섭렵과남다른취향을엿볼수있다.

일요일아침,물에빠져죽고싶다는어린애인의품속에서/나는자꾸눈을감았다//만국기가펄럭이는술집에서나라이름대기게임을하면/가난한나라만떠오르고//누군가내팔뚝을만지작거릴때이상하게그가동지처럼느껴져//자주바뀌던애인들의변심무엇이어도상관없었다//멀리떼지어가는철새들//눈부시게흰아침//이세계가나를추방하는방식을이해해야할것만같은('몬떼비데오광장에서'전문)

이시집에서눈여겨볼것은“안아줘요핥아줘”(네덜란드식애인),“그녀의뜨거운다리사이로내것을거칠게밀어넣었다”('빠리의모든침대가나의고향'),“거울에비춘채거시기털들을뽑으며”('부(富)와꽃의데생'),“자지에썩은피클을끼우고노는놈들”('비벌리힐스저택의포르노배우와유령들')같은거침없는성적묘사이다.그러나노골적이고도변화무쌍한성적이미지를곳곳에서받쳐주는것은“사랑을위해입을다물어야했”('마르끄루쏘의극장')고“사랑이힘이되지않던시절”('작별')“내가사랑이어서나는사랑밖에할수없었”('병동일지902')다와같은낭만적이고도고요한감정의결이다.

매일오르가즘을느끼는병에걸린미찌꼬는택시승차장에서도길가에서도심지어외래실에서도쉴새없이오르가즘을느낀다저갈색머리소년의머리채를잡아뜯어내거기에박아버리고싶어아아뺨이발그레해진영혼을만져보고싶다사랑이란긴연설을듣는것과같지길고지루한장(章)을뒤척거리다미찌꼬는느끼기시작한다미찌꼬의오르가즘은모든것을병든기관지처럼빨아들이고뱉어내지굶주림에지친채로('미찌꼬의호사가들'부분)

시인은“좋은일이라곤털끝만치도없”('미찌꼬의호사가들')는“자신의삶을무대에올리고그것을연기(연기)로만들려는,길들여지지않는다중적인욕망”을“생생한자기의드라마로만들어내놓”(박형준,추천사)는다.그것은“알몸으로흘러나오”는“모든라이브”('레오까디아와의동거')의“비애극”('텍스처무비')에다름아니다.“세계와대결하려는시선을놓지않으면서도말하려는바를이미지로변환해내는능력과의지가돋보”이고“우리시의가능성을가늠하는사례가되기에충분”하다는등단당시의심사평을이시집에서확인하게된다.“온통썩어빠진영혼들의사랑노래뿐”('부(富)와꽃의데생')인현실에뿌리를두기보다는삶의비애의근원을찾아환상의세계를떠도는그의시세계가앞으로어디로튈지자못기대를모으고궁금증을자아낸다.

너처럼아름다운불면증환자는처음이다//뜨거운새,관념,관념에다가가는자세/우리가달아나려하는한그것은우리의운명//사람들귀에새부리를걸어주었지만/처음배운날갯짓조차하지못하더군/간밤의지긋지긋한비가진눈깨비로바뀌는순간/우리그림자는섹스만해서눈이멀어버린것일까/창을조금열고펑펑쏟아지는알약을상상하다깊은잠이들었다('빛의볼륨'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