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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저자:권혁웅 1967년충주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1997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다.시집으로『황금나무아래서』『마징가계보학』『그얼굴에입술을대다』『소문들』이있다?.미당문학상,이상화시인상,현대시학작품상등을받았다.
제1부호구(糊口)고스톱치는순서는왜왼쪽인가애인은토막난순대처럼운다봄밤도봉근린공원기침의현상학주부노래교실천변체조교실시원하다는말의뒤편금영노래방에서두시?간불가마에서두시간CGV에서두시간의정부부대찌개집에서춘천닭갈비집에서당신은일곱시에마실을가고제2부두손두발다들고영어조기교육에관하여난생설화에관하여부활절에관하여궁정식연애에관하여삼팔선에관하여할머니가익어간다험한세상에다리가되어1험한세상에다리가되어2험한세상에다리가되어3조마루감자탕집에서김밥천국에서오징어나라의오징어왕24시양평해장국우동을먹으며제3부첫사랑짝사랑포장마차는나때문에추리닝과함께상추와삼겹살과함께야쿠르트아줌마와중국집청년환절기불멸애모서해에서조개구이집에서고려삼계탕집에서어머니는나뭇잎처럼뒤척인다호랑이가온다1호랑이가온다2오호십육국시대제4부몸속을여행하는법1몸속을여행하는법2운명의힘천변의고수들개가되어가는늙은모자비와라면이있는풍경비와칼국수가있는풍경삼국지열전―노숙삼국지열전―주유짬뽕과담배이발소괴담요단강이야기슬하(膝下)이야기전생이야기해설|오연경시인의말
전봇대에윗옷걸어두고발치에양말벗어두고/천변벤치에누워코를고는취객/현세와통하는스위치를화끈하게내려버린/저캄캄함혹은편안함/그는자신을마셔버린거다/무슨맛이었을까?/아니그는자신을저기에토해놓은거다/이번엔무슨맛이었을까?/먹고마시고토하는동안그는그냥긴관(管)이다/그가전생애를걸고/이쪽저쪽으로몰려다니는동안/침대와옷걸이를들고집이그를마중나왔다/지갑은누군가가져간지오래,/현세로돌아갈패스포트를잃어버렸으므로/그는편안한수평이되어있다/(…)/봄밤이거느린슬하,/어리둥절한꽃잎하나가그를덮는다/이불처럼/부의봉투처럼('봄밤'부분)2000년대젊은시인들의시를‘미래파’라고명명했던것과사뭇달리,권혁웅의시는전통서정시에가깝다.‘시는세속의자식’이라여기는시인은지지고볶으며살아가는매일매일의소소한일상과희비극이뒤섞인보통사람들의삶에주목한다.구조조정으로직장을잃고서거짓으로“야근과당직을마치고퇴근하”는가장('24시양평해장국'),“늙으면죽어야지”하면서도“로맨스가그치지않는”노인대학의노인들('불멸'),“가짜양주나홀짝이다가기어이/제눈물을홀짝이는”중년의“오빠”('애모'),췌장암으로가산을탕진하고간사내('요단강이야기'),“종이상자가주소지”인노숙자들('삼국지열전-노숙')등,“중년과초로사이”('추리닝과함께상추와삼겹살과함께')에서“옆마을어딘가에”있을“무릉”('불가마에서두시간')을찾아“전생애를걸고/이쪽저쪽으로몰려다니는”(?봄밤?)현대인의비애를바라보면서시인은‘지금-여기’우리의삶을깊이있게성찰한다.췌장암이라했다발견한지석달만에그는요단강을건넜다동맥이암세포를실어나르는곳이어서나루가아니라전진기지라했다정신나간돌연변이세포들이인해전술을흉내내며바글바글흩어졌다(…)석달동안그가안해본것은없었다다행히전이되는속도가가산탕진의속도보다빨랐다푸닥거리로의사의언약을이길수는없었다여기는정말로젖과꿀이흐르는구나암세포들이환호하며발광했다(…)그도요단강을건넜으나혼자분깃이없었다무배당암보험하나들어두지못했다후손들은레위지파처럼제사나지내며살팔자였다그는하필이면꽝을뽑았다('요단강이야기'부분)얼핏보기에“천변의곳곳에서천변하는삶에발을담그고있는낱낱의”(조연경,해설)타인들의삶을바라보는시인의눈길은냉정하다할만큼건조해보이기도한다.그러나“잠시만한눈팔아도불어버리는/라면사리같은”('의정부부대찌개집에서')인연일지라도소중하게생각하는시인의가슴한켠에는“사랑하는이옆에서/그이를중요한사람으로만드는”('포장마차는나때문에')애틋한마음이자리한다.“어떤추억에도밋밋해야한다고결심한지오래”('천변체조교실')지만“스치기만해도저릿저릿”('첫사랑')한첫사랑의절실한감정을고스란히간직해온시인은“당신을외면할수없는”('당신은일곱시에마실을가고')삶의곤경속에서“당신의슬픔을받아내는일”('춘천닭갈비집에서')을지극한사랑으로여긴다.지금애인의울음은변비비슷해서두시간째/끊겼다이어졌다한다/몸안을지나는긴울음통이토막나있다/신의주찹쌀순대2층,순댓국을앞에두고/애인의눈물은간을맞추고있다/그는눌린머리고기처럼얼굴을눌러/눈물을짜낸다/새우젓이짜부라진그의눈을흉내낸다/나는당면처럼미끄럽게지나간/시간의다발을생각하고/마음이선지처럼붉어진다다잘게썰린/옛날일이다/연애의길고구부정한구절양장을지나는동안/우리는빨래판에치댄표정이되었지/융털촘촘한세월이었다고하기엔/뭔가가빠져있다/(…)/나는버릇처럼애인의얼굴을만지려다만다/휴지를든손이변비앞에서멈칫하고만다('애인은토막난순대처럼운다'부분)능란하게말을부리는재주꾼의시이번시집에서특히눈여겨볼대목은반죽을주무르듯말을부리는솜씨와능란한시작법이다.“음치가음악치료가되는기적”('주부노래교실'),“삼년째돈을붓는아마곗돈회원들”('불가마에서두시간'),“시금치는시큼해지고맛살은맛이살짝갔지”('김밥천국에서'),“그녀가어두육미도아니고/내가용두사미도아니고”('우동을먹으며'),“조각난조개의조변석개”('포장마차는나때문에'),“가당치않다고할때의바로그/얼토와당토야말로귀신의영토”('서해에서'),“저녁은이녁의반대말”('몸속을여행하는법2')등에서보듯이시인은말에사로잡히기보다는말을가지고노는‘말놀이꾼’으로서의자질을유감없이보여준다.또한일상언어를한자어로재구성하여현실을풍자하는기법은감탄을자아낼만하다.남해로나가면처음만나는나라가삽질국(揷質國)이다해내로자식을위장전입보낸아비하나가그리움에못이겨큰삽으로흙을퍼강이란강을죄다메우고있다그너머에고소영국(高所嶺國)이있는데이곳사람들은다리가넷이요집이여섯이며군이면제다강부자국(江富子國)이인근에있는데둘이같은나라라말하는이도있다어린지국(魚鱗支國)이그남쪽에있다이곳사람들은몸에어린이돋아서민망한짓을잘하며그말은짖다만영어같다('오호십육국시대'부분)권혁웅시인은매시집마다참신한면모를보여주며다양한스펙트럼을시도해왔다.패러디,연애시,정치풍자시를거쳐최근의일상시까지끊임없이새로운감각과언어를탐구하며완숙한개성으로시세계의영역을넓혀온시인은우리가무심결에놓쳐버리기쉬운“수많은사람/사물을이야기의주인공으로만들어서우리앞에쓱밀어놓는다.”서정성과실험성을아우르는발랄한기지와일상의현실속에서포착한소재를형상화하는놀라운솜씨뿐만아니라빼어난언어감각과상상력,삶에대한깊은성찰과시에대한해박한지식을두루갖춘이시인을“명석한시인”(신형철,추천사)이라부른다해도과찬의말은아닐것이다.조바심이입술에침을바른다/입을봉해서,입술채로,그대에게배달하고싶다는거다/목아래가다추신이라는거다('호구(糊口)'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