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고, 라고 불렀다 신미나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 창비시선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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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미나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등단 7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섬세하고 살가운 몸의 언어와 우리의 옛 연시들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구조와 상상력, 그리고 개성적인 화법과 어투”(이홍섭, 해설)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감각적 이미지의 세계를 선보인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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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미나

1978년충청남도청양에서태어났다.2007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를쓸때는‘신미나’그림그릴때는‘싱고’이다.시집『싱고,라고불렀다』,시툰『詩누이』『안녕,해태』(전3권)등이있다.

목차

목차
제1부
이마
첫사랑
아무데도가지않는기차
싱고

받아쓰기
정릉천변
연근
입동
남항진민박
윤달
손오목에꼭맞는돌
은행알의맛
꼬막가시의노래
산너무
제2부
묘의함(函)
낮잠
소매치기는에쁘다
찬물
큰엄마
다섯째언니
삼전동가락공판장
여름휴가
안식일
손없는날
거스름돈
길음동
로터리꽃들처럼
모란과작약을구별할수있나요?
입김

제3부
칸나꽃분서
백치
환생
상여꽃점
서울,273간선버스
흙잠
눈감으면흰빛
그러나석류꽃은피고지고
옛일
눈물점
몽매
백일몽
불티
화교(花橋)
정미네
부레옥잠
인증
파랑파랑파랑파랑파랑
제4부
따듯한가습기
아쿠마
자귀나무꽃살문
석녀
신부입장
곡비
어디먼데서음악소리가들리고
연애
일기예보
문신
꼽추
오이지
겨울산
겨울,눈사람
늦봄에내리는눈
무르다는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삶의이마를짚어주는서정시본래의감동
깊고오랜사랑으로빚어낸다정다감한노래
2007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등단한이후유려하게흐르는전통적가락과선명한언어로뭉근하고깊은서정의세계를펼쳐온신미나시인의첫시집『싱고,라고불렀다』가출간되었다.등단7년만에펴내는이시집에서시인은“섬세하고살가운몸의언어와우리의옛연시들을떠올리게하는고전적인구조와상상력,그리고개성적인화법과어투”(이홍섭,해설)가아름답게어우러진감각적이미지의세계를선보인다.평범한일상에서삶의의미를찾...
삶의이마를짚어주는서정시본래의감동
깊고오랜사랑으로빚어낸다정다감한노래
2007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등단한이후유려하게흐르는전통적가락과선명한언어로뭉근하고깊은서정의세계를펼쳐온신미나시인의첫시집『싱고,라고불렀다』가출간되었다.등단7년만에펴내는이시집에서시인은“섬세하고살가운몸의언어와우리의옛연시들을떠올리게하는고전적인구조와상상력,그리고개성적인화법과어투”(이홍섭,해설)가아름답게어우러진감각적이미지의세계를선보인다.평범한일상에서삶의의미를찾아내는감각적인시선과사물에생기를불어넣는풍요로운상상력,언어를부리는빼어난솜씨가돋보이는가운데“농경적삶의배경과지난연대의서정시쓰기가달성했던언어와미감의한진수”(김사인,추천사)를보여주는단정한시편들이고요한울림으로다가온다.
십년넘게기르던개가/돌아오지않았을때/나는저무는태양속에있었고/목이마른채로한없는길을걸었다/그때부터그기분을싱고,라불렀다//싱고는맛도냄새도없지만/물이나그림자는아니다/싱고가뿔달린고양이나/수염난뱀일지도모른다고생각한적있지만/아무래도그건싱고답지않은일//싱고는너무작아서/잘알아보지못할때가많다/풍선껌처럼심드렁하게부풀다가/픽터져서벽을타고흐물흐물흘러내린다/싱고는몇번이고죽었다살아난다//아버지가화를내면/싱고와나는아궁이앞에앉아/막대기로재를파헤쳐은박지조각을골라냈다/그것은은단껌을싸고있던것이다//불에타지않는것들을생각한다/이상하게도(「싱고」전문)
시인은“십년넘게기르던개가/돌아오지않았을때”“목이마른채로한없는길을걸었”던경험에서그상실감과결핍감,또는외로움을상징하는“싱고”라는자신만의조어를만들어낸다.그로써상실에서비롯된그정서는생기와몸을얻어,시인자신이면서또한자신이아닌실체가된다.시인은이렇듯삶의체험을지극히민감한감각으로붙잡고거기에생생한상상력을더해깊은서정적울림을만들어내는빼어난솜씨를보여준다.
몸때가오면열손톱마다비린낮달이선명했다//물가를찾는것은내오랜지병이라,꿈속에서도너를탐하여물위에공방(空房)하나부풀렸으니알을슬어몸엣것비우고나면귓불에실바람스쳐도잔뿌리솜털뻗는거라가만숨고르면몸물오르는소리한시절너의몸에신전을들였으니//참오랜만에당신//오실적에는볼밝은들창열어두고부러오래살을씻겠네문밖에서이름불러도바로꽃잎벙글지않으매다가오는걸음소리에귀를적셔가매당신정수리위에뒷물하는소리로나참방이는뭇별들다품고서야저달의민낯을보겠네(「부레옥잠」전문)
신미나의시에는오래된농촌의자연과가난한삶의정경속에서빚어진애잔한서정이배어있다.시인은“몇촉의그리움으로환해”(「입김」)지는지난시절을애틋한마음으로노래한다.받아쓰기를하다가“자기이름을쓰고는천천히지워버렸”던엄마(「받아쓰기」),“열일곱에여공이된”큰언니(「입동」),어느날배가불룩해져돌아와“물에불린생쌀을소리안나게퍼먹”던버릇이생긴언니(「윤달」),“벌초하러갔다가예초기날이튕겨즉사했다는”삼촌(「꼬막각시의노래」),산달도못채우고태어나“젖니가오르기도전”에홍반을앓다가세상을떠난다섯째언니(「다섯째언니」),“평생을장사치로떠돌다역병으로죽었다던”할머니(「거스름돈」)등가슴아픈상처를안겨주었던불우한가족사를시인은곡진한어조로곰곰이되새긴다.
아버지는고드름칼이었다/찌르기도전에너무쉽게부러졌다/나는날아다니는꿈을자주꿨다//머리를감고논길로나가면/볏짚탄내가났다/흙속에검은비닐조각이묻혀있었다//어디먼데로가고싶었으나그러지못했다//동생은눈밭에노란오줌구멍을내고/젖은발로잠들었다/뒤꿈치가홍시처럼붉었다//자꾸만잇몸에서피가났고/두손을모아입냄새를맡곤했다//왜엄마는화장을하지않고/도시로간언니들은오지않을까/가끔뺨을맞기도했지만울지않았다//몸속어딘가실핏줄이당겨지면/뒤꿈치가조금들릴것만같았다(「연」전문)
“돌탑쌓고허무는싱거운재미만헤아리다/엄마없는집으로해를안고가”(「손오목에꼭맞는돌」)던유년시절의깊은상실감과상처,그로인한삶의부조리와사랑의결핍을시인은자신과세계가가장밀착된‘몸의언어’로,몸의언어가부르는간절한사랑노래로달래고자한다.일찍이삶의비의를깨달은듯“구천구곡흐르는물을/오늘일만은아닌듯바라보”(「손오목에꼭맞는돌」)곤했던시인은“너없어도찢어진살위에새살돋고/밑이젖는”(「옛일」)몸의언어를빌려“눈뜨고는허락없는이생의치정”(「화교(花轎)」)같은치명적사랑을노래하는가하면,“당신눈짓과살내를곁에두고”서“유산후에돋는입덧같은”(「칸나꽃분서」)지난사랑을오래오래가슴속에묻고서사랑의상실과고통을따뜻하게어루만진다.
살무르고눈물모르던때/눈감고도당신얼굴을외운적있었지만/한번묶은정이야매듭없을줄알았지만/시든꽃밭에나비가풀려나는것을보니/내정이식는길이저러할줄알아요//그래도마음안팎에당신생각을못이기면/내혼은지읒시옷홑겹으로날아가서/한밤중당신홀로잠깰적에/꿈결엔듯눈비비면기척도없이/베갯머리에살비듬하얗게묻어나면/내가다녀간줄로알아요,그리알아요(「눈감으면흰빛」전문)
슬픔의빛이어룽지던지난날시인은“오랜지병”인듯“물가를찾”(「부레옥잠」)곤했다.그곳에서마음의위안과평화를얻으며“내천에젖이불면/간질간질이빨가는/어린조약돌몇개씻어/주머니에넣고가지요”(「첫사랑」)라고첫사랑을노래했던시인은때로는“기척할수없는사랑”(「따듯한가습기」)일지라도훗날“누군가작은주머니를열고/나를꼭꼭뭉쳐서그안에집어넣었으면좋겠다”(「아쿠마」)는소망을품는다.그러나“한사흘만/조용히앓”(「이마」)기도하다가“입술이까맣게탄”(「상여꽃점」)채로꿈속에서도간절하게노래해왔던사랑이문득‘빈주머니’가되었음을깨닫게된시인은그것이곧“등뒤에는갑문(閘門)을휘도는소소리바람소리뿐”(「석녀」)인꿈밖의현실의삶이요‘운명’임을선선히받아들인다.
매미가울다가/어느순간뚝그쳤다/뜨거운길위에서/내영혼을만났다//이게네운명이야//내영혼은/작은주머니를주고떠났다/주머니끈을풀자마자/뭔가가휙날아갔다//그때알았다/소중한걸놓쳐버렸다고/다시는찾을수없을거라고//가지마/가지마/꿈속에서나는울었다//무언가날아가버렸고/빈주머니만남았다(「환생」전문)
2007년에등단한시인은이제7년만에야첫시집을엮는다.그런만큼여느시인들의첫시집과는달리작품들사이에시간적거리가있고,내용면에서도진폭이크다.오랜숙련을거친내공또한녹록지않음을확연히느낄수있다.이홍섭시인은해설에서“시가원래노래의딸이요노래의아들임을다시한번확인시켜주고,지금은아득하기조차한시의시원으로데려가는힘센마력”을지닌시집이라고끝을맺는다.“불에타버린집이/불냄새를기억하듯이”(시인의말)지난시절의삶을간직한채,요즘젊은시단의시류에서한발비켜서서다감한손길로아프고가난한삶의이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