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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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경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지난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에서 노동하는 삶의 핵심을 꿰찌르는 “사유의 깊이와 깨달음”으로 “한국 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예시하며” “빛나는 시의 한 정점을 보여주었”(정희성, 추천사)던 시인은 7년이라는 오랜 시간 뒤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어떤 빼어난 은유와 상징’ 혹은 ‘어떤 아름다운 수사’로도 형상화할 수 없는 삶의 밑바닥에서 길어올린 ‘피어린 시’들을 선보인다.
저자

송경동

1967년전남벌교에서태어났다.2001년'내일을여는작가'와'실천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고,시집'꿀잠','사소한물음들에답함'이있다.제12회천상병시문학상,제6회김진균상,제29회신동엽창작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고귀한유산
어머니의나라말
MRI를찍던날
?찌예찬
허공클럽
시인과죄수
몸철학
바다취조실
뒷마당
다른서사
학문이열리던날
마지막잎새
여섯통의소환장

제2부
주문
문딩이가족사
말더듬이
새벽안주
결핵보다더무서운병
소금과나트륨의차이
그노래들이잊히지않는다
사다리에대하여
국가,결격사유서
사적유물론
모자를쓰고싶었다
그리운하루

제3부
진술을거부하겟습니다
교조
관료
먼저가는것들은없다
변혁을위한비빕ㅁ밥
법외인간들을찬양함
우리모두가세월호였다
1%에맞선99%들
나비효과
나는한국인이아니다

제4부
문장강화
저작권
자유권
빈자리
명경
모두가떠나간폐교
연인들
국보
가리봉공구점
내가안장이어야할자리
그고양이들은모두어리도갔을가
스모키마운틴

제5부
공장은무덤을생산한다
기륭과보낸십년
경로
여덟발자국
너희는참좋겠구나
노동자들의국기
우리들의크리스마스
아직은말을할수있는나에게
저녁운동장

해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아픔이며고통이며투쟁이며연대다

자본과권력의무자비한폭력에맨몸으로저항하는처절한삶의현장에서뜨거운목소리로희망을노래해온송경동시인의신작시집[나는한국인이아니다]가출간되었다.2016년‘창비시선’의문을여는첫번째시집이자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지난시집[사소한물음들에답함](창비2009)에서노동하는삶의핵심을꿰찌르는“사유의깊이와깨달음”으로“한국노동시의새로운지평을예시하며”(염무웅)“빛나는시의한정점을보여주었”(정희성,추천사)던시인은7년이라는오랜시간뒤에펴내는이시집에서‘어떤빼어난은유와상징’혹은‘어떤아름다운수사’로도형상화할수없는삶의밑바닥에서길어올린‘피어린시’들을선보인다.“역사의어둠에빠져들지않으려는한정직한인간의몸부림”이면서“한노동자시인이한국의1990년대와2000년대를통과하며제몸속에아로새긴고통스러운기억”(송종원,해설)들이선득한공감속에서가슴을울린다.

내가죽어서라도세상이바뀌면좋겠다며/내어줄것이라고는그것밖에남지않았다는듯/노동자들이목숨을놓을때마다//죽음을이용하지말라고/보수언론들이이야기한다//(…)//죽음을이용하지말라고?/사회가우리의삶을이용대상으로삼지않는다면/누군가의죽음을특별히애도할일도없을것이다//우리가스스로선택해내릴수있는/생의정거장은의외로많지않다(?고귀한유산?부분)

송경동의시는“피눈물없이는바라볼수없는시절들”과삶의근거지를빼앗기고세상의그늘진곳으로내몰린채“지상에선존재할수없었던아름다운사람들”(?허공클럽?)의처절한삶의기록이다.그의시는평화로운서정의세계가아니라“희망이사라진고립된장소”(송종원,해설),“내어줄것이라고는그것밖에남지않았다는듯/노동자들이목숨을내놓”(?고귀한유산?)는처참한삶의투쟁현장으로우리를이끈다.화려한건축물을지나치는순간에도시인은“오늘도끊임없이무한증식해가는/이윤이라는자본이라는권력이라는/저거대한욕망의덩어리”(?아직은말을할수있는나에게?)에서“H빔에발가락물린최씨/그라인더에눈을간안씨/제손을타공한김씨/(…)/장비에깔려탕탕탕세번바닥을치다간박씨/비오는날용접선에달라붙은황씨”(?MRI를찍으며?)들의삶을끄집어내며우리가애써못본척하거나굳이알려고하지않았던,그러나결코외면할수없고외면해서도안되는현실의참모습을보게하고알게한다.

피어린현실을시로받아적다

“계획된학살”과“자본의테러”가판치는‘더럽고추악한세상’의진실을낱낱이드러내며시인은“더이상죽지말고/일어나싸우자”(?너희는참좋겠구나?)고,“세상이한번은뒤집어져야한다고”(?뒷마당?)단호하게말한다.그리고지난시절‘여섯명이죽고도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던’저용산참사의현장에서비장한목소리로“이냉동고를열어라”부르짖던시인은오늘,304명의목숨을차가운바닷속에생매장한세월호참살의현장에서“신고만받고AS는단한번도안하는저국가”(?국가,결격사유서?)의무책임에‘결격사유서’를내밀며,“함께살자는노동자들의구조신호”는외면한채“자본만이무한히안전하고배부른세상”(?우리모두가세월호였다?)을향해다시한번분연히외친다.

아울러시인의시선은더나아가다국적자본의세계로까지뻗어나간다.동남아시아에진출한한국자본의폭력에분노하던시인은급기야국적을부정하기에이르고,“전세계부자85명이/세계인구절반과동일한부를소유한이지구별에서”(?나는한국인이아니다?)‘나는도대체누구일까?’자신의정체성을뜨겁게되묻는다.

나는한국인이다/아니나는한국인이아니다/나는송경동이다/아니나는송경동이아니다/나는피룬이며파비며폭이며세론이며/파르빈악타르다/수없이많은이름이며/수없이많은무지이며아픔이며고통이며절망이며/치욕이며구경이며기다림이며월담이며/다시쓰러짐이며다시일어섬이며/국경을넘어선폭동이며연대이며/투쟁이며항쟁이다(?나는한국인이아니다?부분)

그런데세상은여전히‘밤’이다.“밤에도일하는사람들이있”는‘밤’이고,“이밤에도도는라인이있”는‘밤’이고,“이밤에도끌려가는사람들이있”(?바다취조실?)는‘밤’이다.세상엔아직도“말하지못한슬픔들”과“아직말할수없는아픔들”(?말더듬이?)이있다.“일을할수록더빈곤해지”고“나이도먹기전에쓸모없어지는”(?공장은무덤을생산한다?)노동자들은“고공엘기어올라봐도/머리를깎고수천배를해봐도/변하지않는비정규직굴레(?기륭과보낸십년?)에얽매여삶의벼랑끝에서허덕인다.도대체“대법원판결도소용없”고“국회에서맺은사회적합의서도무용지물인”이“희한한세상”에서더는물러설곳도없이“목숨을반납하고서야벗어날수있는법외인생들의천국”(?법외인간들을찬양함?)은어디에있는지시인은다시묻는다.

천국으로가는길은어디있나요/직통으로가는길도있나요/저담쟁이넝쿨붉은성당으로가면표를얻을수있나요/성처럼웅장한저교회로가서기다리면되나요//천만비정규직가족도정규로갈수있나요/공장에서쫓겨난해고자도출입증없이갈수있나요/시시때때로끌려가는저철거민도노점상도/이주노동자도차별없이온전히들어갈수있나요//(…)//그길에도차벽이가로막혀있나요/그길에도공권력이지키고서있나요/그길에도용역깡패들이진을치고있나요//도대체목매달지않고/기름끼얹지않고연탄불지피지않고/망루와철탑에오르지않고뛰어내리지않고/천국으로가는길은어디있나요(?우리들의크리스마스?부분)
주먹을오래쥐고있던손처럼다사로운시

종로2가공구상가골목안/여인숙건물지하목욕탕을개조해쓰던/일용잡부소개소에서날일다니며/한달십만원짜리달방을얻어썼지/같은방친구의부업은타짜/한번에오만원이상은따지말것/한달에보름은일을다녀야의심받지않음/한곳에석달넘게머물지말것/원칙있던그가가끔사주는/오천원짜리반계탕이참맛있었지/밤새워때전이불속에서/책을읽고시를쓰는내게/너는나처럼살지말라고꼭성공하라고/떠나는날에야/자신이결핵환자라고백했지/그가떠난날처음으로/축축하고무거운이불을/햇볕쬐는여인숙옥상빨랫줄에널었지/내게는/결핵보다더무서운/외로움이라는병이있다는것을/차마말하지못했으니,쌤쌤/괜찮다고괜찮다고/어디에가든들키지말고/잘지내라고빌어주었어(?결핵보다무서운병?전문)

이번시집에서시인은배관공으로,목수로,용접공으로하루벌어하루살던자신의과거모습을서정적인어조로담아내기도한다.하지만문제는“방한칸없이평생을월세로전세로쫓겨다니”던그시절시인이만났던대부분의사람들은지금도여전히고통받고있다는것.아니,그보다더한“정리해고자실업자비정규직노숙자로길거리를헤매는”(?그고양이들은모두어디로갔을까?)현실을살고있다는것이다.이아픈굴레안에서“늘목마른생을살아”온시인은때로절망과패배의식에젖기도하지만비단“이기고지는것만이/무엇을이루고못이루고만이/인생의전부가아님을”(?사적유물론?)깨달으며,언젠가는기어코노동자의‘햇새벽’이오리라는오래된믿음을간직한다.

몇번이나세월에게속아보니/요령이생긴다/내가너무오래산계절이라생각될때/그때가가장여린초록/바늘귀만한출구도안보인다고/포기하고싶을때,매번등뒤에/다른광야의세계가다가와있었다//두번다시는속지말자/그만생을꺾어버리고싶을때/그때가가장아름답게피어나보라는/여름의시간기회의시간/사랑은한번도늙은채오지않고/단하루가남았더라도/우린다시진실해질수있다(?먼저가는것들은없다?전문)

저평택대추리에서부터기륭전자,콜트-콜텍,쌍용자동차,용산,강정,밀양,진도팽목항에이르기까지거대자본에맞서싸우는고통의현장에서늘‘거리의시인’으로서함께해왔던시인은“너무많은죽음에눈물도아픔도다말라”(?노동자들의국기?)버렸다.그럼에도시인은“이수많은사람들의일상적죽음의시대”(?아직은말을할수있는나에게?)에서도희망의불씨를지피며“악독하고비참한일들도많은세상이지만그보다더존엄하고아름다운일들로가득찬게이생명의별이라는사실을잊지”(?시인의말?)않는다.“어떤경우에도우리가살아가며배우지말아야할말중하나는‘절망’일것이다”라는시인의말,그리고이야만의시대에“어떤위대한시보다/더넓고큰죄짓기를마다하지않기를”(?시인과죄수?)다짐하는“송경동같은시인이하나도없는세상은너무적막하다”는정희성시인의말(추천사)이오래도록가슴에여울진다.

천상병시문학상을받는날/오전엔또벌받을일있어/서울중앙법원재판정에서있었다//한편에서는정의인게/한편에서는불법,다행히/벌금삼백만원에상금오백만원/정의가일부승소했다//신동엽문학상받게됐다는/소식을들은날오후엔/드디어체포영장이발부됐다는/벅찬소식을전해들었다//상받는자리는/내자리가아닌듯종일부끄러운데/벌받는자리는혼자여도/한없이뿌듯하고떳떳해지니//부디내가더많은소환장과/체포영장과구속영장의주인이되기를/어떤위대한시보다/더넓고큰죄짓기를마다하지않기를(?시인과죄수?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