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시집)

$9.00
Description
이상국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더욱 완미한 필치로 '솜털의 일렁임처럼 감응하는 즐거운 떨림과 부드러운 숨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우리 시의 한 진경'을 다시, '여기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부드러운 서정과 정갈한 언어가 어우러진 담백한 시편들이 폭넓은 공감을 선사하면서 삶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절제된 감성과 진솔함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

이상국

저자이상국李相國은1946년강원도양양에서태어났다.1976년『심상』에「겨울추상화」등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동해별곡』『우리는읍으로간다』『집은아직따뜻하다』『어느농사꾼의별에서』『뿔을적시며』,시선집『국수가먹고싶다』등이있다.백석문학상,민족예술상,정지용문학상,박재삼문학상,강원문화예술상,현대불교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복국
강변역
그늘
표를하다
커피기도
다음노래
거지시인
새벽울음
가을서사
어성전(魚城田)
찬소월가(讚素月歌)
아시는지모르지만
남루(襤褸)
어느날스타벅스에서
못을메우다

제2부
휘영청이라는말
청명한식(淸明寒食)
유월
꽃밥멧밥
그리운밀방공이
우리동네황진이
미시령
월식하는밤에
물텀벙물텀벙
자두
나도웃는다
신발을찾아신다
달은아직그달이다
우란분절(盂蘭盆節)
푸른밤
동해낙산

제3부
슬픔을찾아서
자비에대하여
도둑과시인
국민을계도하다
평양
그리운고원(高原)
도하(Doha)에서
금요일
시인생각
어느날마포에서
존엄에대하여
뒤란의노래
겨울가뭄

제4부
사흘민박
어느날저녁
쫄딱
새벽
아저씨
그래도그렇지
동네치킨집을위한변명
봄밤
상강(霜降)무렵
시인박남철
함흥냉면
JangajjiRoad
십일월의노래
그래도날고싶다

발문|고형렬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등단40년,이상국의노래는한결같이따뜻하다
일상에서천연의감동을자아내는맑고애틋한목소리


화려한수사나상징보다는향토적서정에뿌리를둔질박한어조로자연의생명성과삶의근원적의미를담담하게노래하며시적세계를넓혀온이상국시인의일곱번째시집『달은아직그달이다』가출간되었다.2012년‘올해의시’선정작이자2013년‘제2회박재삼문학상’수상작『뿔을적시며』(창비2012)에서전통서정의문법에충실한견결한시세계를펼치며빼어난시적성취를보여주었던시인은4년만에선보이는이번시집에서더욱완미한필치로“솜털의일렁임처럼감응하는즐거운떨림과부드러운숨결”이잔잔하게일렁이는“우리시의한진경”을다시,“여기,우리앞에”(정우영,추천사)펼쳐보인다.부드러운서정과정갈한언어가어우러진담백한시편들이폭넓은공감을선사하면서,삶을과장하거나왜곡하지않는절제된감성과진솔함이묵직한울림으로다가온다.

나어렸을적보름이나되어시뻘건달이앞산등성이어디쯤에둥실떠올라허공중천에걸리면어머니는야아야달이째지게걸렸구나하시고는했는데,달이너무무거워하늘의어딘가가찢어질것같다는것인지혹은당신의가슴이미어터지도록그립게걸렸다는말인지나는아직도알수가없다.어쨌든나는이말을시로만들기위하여거의사십여년이나애를썼는데여기까지밖에못왔다.달은아직그달이다.(「달은아직그달이다」전문)

이상국의시는쉽다.쉬운만큼편안하게읽힌다.그렇다고해서시의품격이떨어지는것은아니다.소소한일상에서크고깊은이야기를들려주는그의시는간결하지만웅숭깊은맛이있고,꾸미지않은천연의감동을자아낸다.시인은세련된솜씨로일상의세목들을어루만지며평범한삶의한순간순간이시가되는순간을적실히보여준다.삶의풍경을바라보는섬세한시선으로“날마다상처를밀치고올라오는새살같은”(「남루(襤褸)」)생(生)의진실을읽어내고,“깨알같은시로세상을걱정하”(「상강(霜降)」무렵」)는애틋한마음으로세상의그늘진곳에따뜻한숨을불어넣으며모든생명을피붙이로여기는동체대비(同體大悲)의깨달음을얻는다.

아시는지모르지만나무이파리나풀잎들이원래는햇빛을잘간수하기위해검은색이었지요.그런데온갖풀벌레들의몸이초록색이니까그들의집이되어주기위해저들도제몸을파랗게만든것입니다.//흙도그렇습니다./처음해에서떨어져나올때는불기를머금어불그스레했는데지렁이나인간같은것들이낯설어할까봐지금처럼누렇게된것입니다.//(…)//저도원래는시인이아니고설악산아래사는이름없는처사였습니다.그런데이런것도시라고쓰면천지만물이달려들어자꾸제시의편을들어주는것입니다.아시는지모르지만(「아시는지모르지만」부분)

시인은“사랑한다고다가질수는없으”나“누구를사랑하지않고는살수없”(「다음노래」)는세상을살아간다.그러나“슬픔의어머니”이자“수천년마음의일”이었던‘자비(慈悲)’는이제“지구상에거처할데가별로없”(「자비에대하여」)다.세상의어둠을밝히는순결한마음으로“풀과벌레들의이름을불러주다/몸을버린시인이세상을떠나도”아무일도없는것처럼“풀이파리하나슬퍼하”(「거지시인」)지않고,“가라앉은세월호에서주검들이수줍게떠올라도”(「존엄에대하여」)세상은그저조용할뿐인비감한현실을돌아보는시인의목소리는나직하지만더뼈아프게울린다.

무슨이런나라가다있냐며/이런나라사람아닌것처럼겨울팽목항에갔더니//울음은모래처럼목이쉬어가라앉고/울기좋은자리만남아서//바다는시퍼렇고시퍼렇게언바다에서/갈매기들이애들처럼울고있었네//울다지친슬픔은그만돌아가자고/집에가밥먹자고제이름을부르다가//죽음도죽음에대하여영문을모르는데/바다가뭘알겠냐며치맛자락에코를풀고//다시는오지말자고어디울데가없어/이추운팽목까지왔겠냐며//찢어진만장들은실밥만남아서로몸을묶고는/파도에뼈를씻네//그래도남은슬픔은나라도의자도없이/종일서서바다만바라보네(「슬픔을찾아서」전문)

더불어살아가는이웃의아픔을함께나누고자하는시인은“세상은쥐도살고고양이도살아야한다”(「시인생각」)는공동체적삶과“서로의집이되어주”(「강변역」)는세상을꿈꾼다.그러나“어떡하든살아보려고애쓰는”(「국민을계도하다」)사람들은속절없이세상의그늘속으로묻혀간다.“살려고만하면누가못살겠는가”(「상강(霜降)」무렵」)하지만,세상에는“살기위하여일하지만/일을위하여/사는걸버리는사람들이있고//먹어야얼마나먹는다고/입을위하여/몸을버리는사람들”(「어느날마포에서」)이있다.“앞집에누가사는지도모르는”(「월식하는밤에」)이각박한현실을직시하며시인은생명의고귀함과인간의존엄성을숙연한마음으로곱씹어본다.

며칠째아무것도못먹어서/미안하지만남는밥이랑김치가있으면/문좀두드려달라던작가는스스로를버렸다/식은밥이나이웃에게도그랬겠지만/자기가쓴시나리오에게도떳떳하고싶었을것이다//(…)//송파어디선가월세살던세모녀가/공과금과마지막집세를계산해놓고/한날한시에세상을버린것도/다시는볼일이없더라도/국가와집주인에게당당하고자했던것이다(「존엄에대하여」부분)

1976년『심상』으로등단한지올해로만사십년이되는시인은그동안가파른시대를넘어“자기시의정체성과새로운서정을얻기위해휴식없는항해를계속”해왔다.그가구사하는“독특한언어와미적형식”(고형렬,발문)은우리시의소중한자산이되기에부족함이없다.이제한국시단의중후한버팀목으로우뚝선시인은인생칠십에이르러서도더욱“분발하고싶다”(「평양」)는마음을다잡으며어디론가날아가고자한다.시인에게는“아직더갈데가있”(「십일월의노래」)고,“어디가조금모자라거나불편한것들뿐”(「나도웃는다」)이지만아직“불러야할노래”(「새벽울음」)가많은까닭이다.무릇시는어둠속에서“물고기처럼툭치고지나가는”(「어느날저녁」)희망을찾아서끊임없이‘늘다른사람,다른세상을꿈꾸는것’아니겠는가.

노랑부리저어새는저먼오스트레일리아까지날아가여름을나고개똥지빠귀는손바닥만한날개에몸뚱이를달고시베리아를떠나겨울주남저수지에온다고한다//나는철따라옷만갈아입고태어난곳에서일생을산다//벽돌로된집이있고어쩌다다리가부러져도붙여주는데가있고사는게힘들다고나라가주는연금도받는다//그래도나는날아가고싶다(「그래도날고싶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