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시집)

$14.00
Description
전통 서정시의 순정한 세계를 펼쳐온 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서정 시인으로서 지난 40여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간되었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는 등단 40년 기념 시집《여행》이후 4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시집으로, 시인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존재로서의 비극적 자기인식”과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성찰이 깃든 맑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등단 이후 줄곧 ‘격정에 휘둘리거나 감정에 치우지지 않는 관조적 차분함’, ‘절제와 균형의 고전적 감각’이 어우러진 서정적 아름다움이 눈부신 전통 서정시의 순정한 세계를 펼쳐온 시인 정호승. 이 책에는 모두 110편의 시를 각 부에 22편씩 5부로 나누어 실었으며 슬픔과 고통의 절망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희망의 메시지를 고요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뭉클하고 묵직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시인이 밝혔듯 이중 3분의 2는 미발표작품으로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에게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이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 희망은 무엇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오직 단 하나/사랑이라는 글씨만은’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어온 시인의 시편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시는 위로의 눈물이 되어주는 한편 세상의 낮은 곳을 비추는 따사로운 연민의 별빛을 내비춘다.
저자

정호승

저자정호승鄭浩承은1950년경남하동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다.경희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197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1973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시,1982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반시(反詩)’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슬픔이기쁨에게』『서울의예수』『새벽편지』『별들은따뜻하다』『사랑하다가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사람이다』『눈물이나면기차를타라』『이짧은시간동안』『포옹』『밥값』『여행』,시선집『흔들리지않는갈대』『내가사랑하는사람』『수선화에게』,영한시집『부치지않은편지』『꽃이져도나는너를잊은적없다』,동시집『참새』,어른을위한동화집『항아리』『연인』『울지말고꽃을보라』,산문집『내인생에힘이되어준한마디』『내인생에용기가되어준한마디』『당신이없으면내가없습니다』『우리가어느별에서』등이있다.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편운문학상,가톨릭문학상,상화시인상,공초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폐지(廢紙)
나무그림자
싸락눈

벌레에게
헌신(獻身)
능소화
천은사(泉隱寺)
매화
무소유에대한명상
물거품
묵사발
그리운자작나무
만다라
누룩
자작나무에게
굴비에게
달팽이
지옥
허허벌판
종이배를타고
후회

제2부
진흙소
두물머리
종지기
몽촌토성
수선화를기다리며
수도원가는길
눈사람이되기위하여
가난한사람
시각장애인야구
나는희망을거절한다
희망의밤길
결핍에대하여
수선화
물끄러미
달맞이꽃의함성
빈잔


어깨가슬픈사람
낮은곳을향하여
명왕성에가고싶다
첫눈

제3부
거울에게
근황
흉터
넘어지는법
몰운대에서
계단
빙벽
고죄(告罪)
그림자가두렵다
구두를버린오후
새들에게한질문
성흔(聖痕)
침묵속에서
이별을위하여
용서의꽃
용서의계절
천사를위한식탁
새에게보낸편지
내작은어깨에게
버팀목
사랑
종소리

제4부
조국
별을바라보며
침묵
외롭고쓸쓸하게
벼랑에매달려쓴시
생매장
살아남기위하여
당신의벽
오늘의혀
발자국
봄의순간
구경꾼에게
밧줄
평형수
꽃이진다고그대를잊은적없다
흰두루마기에대한그리움
전태일거리를걸으며
수요집회
첫눈의말
야탑(野塔)
매듭
짜장면

제5부
빈손
라면한그릇
봄밤
그믐날에는
골목길
독배(毒杯)
울지말고꽃을보라
급류
여행자에게
집으로가는길
조약돌을던지며

작별을찾아서
아버지의수염
쓸쓸히
눈길
별들의목소리
강가에무릎을꿇는다는것은
생일선물
마지막부탁
벗에게
데스마스크

해설|염무웅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희망이있는희망은무엇인가
희망은무엇을통해이루어지는가”

절망의시대,정호승과다시희망을찾는다!


지옥은아직텅비어있다고한다/지옥에는아직아무도살지않는다고한다/내가죽어최초로/지옥에가서살게될까봐두렵다(「지옥」전문)

1973년대한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이후한국시단을대표하는서정시인으로서지난40여년동안독자들의꾸준한사랑을받고있는정호승시인의신작시집『나는희망을거절한다』가출간되었다.2017년‘창비시선’의문을여는첫번째시집이자시인의열두번째시집이다.등단40년기념시집『여행』(창비2013)이후4년만에새롭게선보이는이번시집에서시인은“이상과현실사이에서방황할수밖에없는운명적존재로서의비극적자기인식”(염무웅,해설)과삶과죽음에대한심오한성찰이깃든맑고아름다운서정의세계를펼쳐보인다.슬픔과고통과절망의밑바닥에서길어올린희망의메시지를고요한목소리로전하는따스한사랑의시편들이뭉클한감동을자아낸다.모두110편의시를각부에22편씩5부로나누어실었으며,시인이밝혔듯이이중3분의2가미발표작이다.

부디너만이라도비굴해지지말기를/강한바닷바람과햇볕에온몸을맡긴채/꾸덕꾸덕말라가는청춘을견디기힘들지라도/오직너만은굽실굽실비굴의자세를지니지않기를/무엇보다도별을바라보면서/비굴한눈빛으로바라보지말기를/돈과권력앞에비굴해지는인생은굴비가아니다/내너를굳이천일염에정성껏절인까닭을알겠느냐(「굴비에게」전문)

정호승의시는이땅의가장낮은곳에내려와“아무도찾아오지않는해질녘막다른골목길”(「길」)을비추는따사로운연민의별빛과도같다.세상의모든고통을감싸안으려는시인에게삶은슬픔으로살아가는외로운영혼끼리서로의상처를어루만지고“가난의빵을나눠먹으며”(「그림자가두렵다」)“서로의누룩이되는일”(「누룩」)이다.이누추한세상에서어떻게바르게살것인가,인생의가장소중한가치는무엇인가라는“고통의질문”(시인의말)끝에“인간이사랑할수있는일은/지금내려간길의바닥에있다”(「계단」)는깨달음에이르러시인은세상의낮은곳을향하여“인간을위해목숨을버린인간의불꽃”(「전태일거리를걸으며」)이고요히타오르는“희망의밤길”(「희망의밤길」)을가만가만걸어간다.

첫눈은가장낮은곳을향하여내린다/명동성당높은종탑위에먼저내리지않고/성당입구계단아래구걸의낡은바구니를놓고엎드린/걸인의어깨위에먼저내린다//봄눈은가장낮은곳을향하여내린다/설악산봉정암진신사리탑위에먼저내리지않고/사리탑아래무릎꿇고기도하는/아들을먼저떠나보낸어머니의늙은두손위에먼저내린다//강물이가장낮은곳으로흘러가야바다가되듯/나도가장낮은곳으로흘러가야인간이되는데/나의가장낮은곳은어디인가/가장낮은곳에서도가장낮아진당신은누구인가//오늘도태백을떠나멀리낙동강을따라흘러가도/나의가장낮은곳에다다르지못하고/가장낮은곳에서도가장낮아진당신을따라가지못하고/나는아직인간이되지못한다(「낮은곳을향하여」전문)

어둠이빛을이기고거짓이참을이기려드는세상,시인은“죽지않고는도저히살수가없”(「벼랑에매달려쓴시」)는이비참한시대의아픔을“잊지말자하면서도잊어버리는세상의마음”(「꽃이진다고그대를잊은적없다」)을행여잊을까두려워한다.그러나“과거의분노보다오늘의사랑”(「조국」)이더소중한것임을아는시인은“사람은용서할수없는것을용서할때가/가장아름”답고결국“사랑은용서를통해완성되”(「이별을위하여」)는것임을깨닫는다.그리하여시인은“꽃중에서도용서하는꽃이수선화로피어”(「수선화」)나듯“사람마다용서의꽃으로피어나길기다리며”(「용서의꽃」)이세상에“모든것을견디고모든것을용서하는/푸른별들의종소리”(「종지기」)가널리울려퍼지기를소망한다.

나에게첫눈이내리는것은/용서의첫눈이내리는것이다/나에게마른잎새들이제몸을떨어뜨리는것은/겨울나무처럼내마음의알몸을다드러내라는것이다/나는오늘도단한사람도용서하지못하고/첫눈도배고픈겨울거리에서/눈길에남겨진발자국에고인핏방울을바라본다/붉은핏방울위로흰눈송이들이/어머니손길처럼내려앉아사라지는것을바라본다/나와함께떠돌던신발들을데리고/용서의자세를보여주며늠름하게서있는/첫눈내리는나목의거리를정처없이걸어간다/배가고프다/인사동에서술과밥을사먹어도배가고프다/산다는것은서로용서한다는것이다/용서의실패또한사랑에속한다는것이다/언제나용서의계절은오고있다는것이다(「용서의계절」전문)

끝없는“절망의어둠속”(「시각장애인야구」)에서도더불어살아가는세상을꿈꾸는시인은“하나를가지면꼭하나를더가”지고“하나를더가져도또하나를더가”(「무소유에대한명상」)지려드는비정한세상에대한분노에앞서“배부른나를위해늘기도하”던자신의삶을돌아보면서“단한번이라도남의배고픔을위해기도”(「전태일거리를걸으며」)하는마음을갖는다.“이세상에태어나/밥한그릇얻어먹었으면그뿐”(「집으로가는길」),가난한삶일지라도감사해하는시인은“누구나일생에한번쯤/폐사지가되지못하면/야탑하나세우지못한다”(「야탑(野塔)」)는진실에이른다.그리고시인에게는아직“흙먼지를일으키며달려가야할/광야의지평선”과“오체투지하며넘어가야할/슬픔의산맥”과“모래가되어걸어가야할/눈물의사막”(「마지막부탁」)이남아있다.

빈손이되어야내손이흙이되어/감자도고구마도자라게할수있다//빈손이되어야내손이새가되어/자유의푸른하늘을날아다닐수있다//빈손이되어야내손에고이는/바람과햇살이모두돈이되어/가난한사람들에게골고루나누어줄수있다//빈손이되어야내손이/첫눈으로만든눈사람이되어/쓰러진거리의사람들을일으킬수있다//빈손의빈손이되어야내손이/산사의범종이되어/외로운당신의새벽종소리를울릴수있다(「빈손」전문)

등단이후줄곧“격정에휘둘리거나감정에치우치지않는관조적차분함”과“절제와균형의고전적감각”이어우러진“서정적아름다움”(염무웅,해설)이눈부신전통서정시의순정한세계를펼쳐온시인은오늘날독자들이가장사랑하는시인으로손꼽힌다.세상이아무리험난하고고통스러울지라도“오직단하나/사랑이라는글씨만은”(「폐지(廢紙)」)결코사라지지않을것이라믿어온시인은“뿌리없는사람들”(「천은사(泉隱寺)」)의가슴을적시는위로의눈물이되어주고“때로는헌식대에앉아/스스로새들의모이가될줄도알아야한다”(「헌신(獻身)」)는헌신의삶을이루고자한다.일찍이정희성시인이말했듯이,“이런시인이있어세상은아직도따듯”하고살만한것아니겠는가.시인은오늘도“희망없이도열심히희망을가지고살아가기위하여”(「짜장면」)찬바람부는“인간의거리에늦가을수숫대처럼쓸쓸하게서있다”(김용택,추천사).

나는희망이없는희망을거절한다/희망에는희망이없다/희망은기쁨보다분노에가깝다/나는절망을통하여희망을가졌을뿐/희망을통하여희망을가져본적이없다//나는절망이없는희망을거절한다/희망은절망이있기때문에희망이다/희망만있는희망은희망이없다/희망은희망의손을먼저잡는것보다/절망의손을먼저잡는것이중요하다//희망에는절망이있다/나는희망의절망을먼저원한다/희망의절망이절망이될때보다/희망의절망이희망이될때/당신을사랑한다(「나는희망을거절한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