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 (신두호 시집)

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 (신두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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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두호 시인의 첫 시집 ?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이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이미지와 사유를 능숙하게 발휘하고, 유장한 리듬에 실린 힘 있는 문장을 매끄럽게 운용한다’는 호평을 받았던 시인은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참신하고 활달한 시적 상상력과 감각적인 표현을 앞세워 존재와 존재, 현상과 실재가 만나는 다양한 양상과 그것의 의미를 냉철하게 고민하며 세계의 진상을 드러내는 색다른 시각의 관념적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저자

신두호

저자신두호는1984년광주에서태어났다.2013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버드나무들과
다가가는행위
시든조화를
구름의내부
연인들의연인
모텔밀라노
증후군
요정들과
탁상공론의아름다움
개들은曰曰曰
당기시오
만찬
여론의기억
자연에의입문
자연에의입문2
자연에의입문3
11월
피뢰
호명
에네르게이아
튈르리
횡단하는단면
푸른병
늘어지는부드러운가죽가방
캐비닛
6/5
나선의뜰
소여들
고양이관념론
사라진입을위한선언

지구촌
백합홍학네뷸러
세계화
소화기論
폭포
높이의깊이
일몰
숲의물결
SOWHAT
마네킹도손가락을가지고
robot_love
밤의골상학
계절의방
간격들
미래
지구본
이마위의붉은점
안부
과일주의자
온더비치
숲으로

해설|함돈균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치밀함이이렇게아름다울수있다니!”
없는것을만지고들리지않는소리를듣는탁월한감각의시

타고남은너의얼굴은잿빛이었다//한번도불붙은적이없는것은네얼굴이었다//머리한가득연기를품고//네가거닐던어디에서든흩날리는것은재로변했다//한때너의일부였던표정들이//도처에마음을묻으려고했다(?호명?전문)

2013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신두호시인의첫시집?사라진입을위한선언?이출간되었다.등단당시‘이미지와사유를능숙하게발휘하고,유장한리듬에실린힘있는문장을매끄럽게운용한다’는호평을받았던시인은등단4년만에펴내는이시집에서참신하고활달한시적상상력과감각적인표현을앞세워존재와존재,현상과실재가만나는다양한양상과그것의의미를냉철하게고민하며세계의진상(眞相)을드러내는색다른시각의관념적시세계를펼쳐보인다.세밀하고안정된문장속에“형이상학과관념론과모호한이미지”(함돈균,해설)가뒤섞인가운데철학적사유가돋보이는깊이있는시편들을오래오래곱씹어읽는맛이각별하다.

풍경은징후와도같은울림으로포착된다/더이상호소하거나맹세하는일은없을거라고말했을때/문앞에서증식하는문을보았다/유리볼에담긴샐러드를뒤적이며/중얼거렸다이런일이일어나서미안하게됐다/소독과오염이구분되지않는거리에서/우리의고해를위한몇개의빈소를마련하고서/(…)/째깍거리는심장소리를확인하려/창백한손목들에귀를가져다대면서/왼쪽가슴에오른손을올리면서/고백했다몇번의비명과함께날이밝아오고/구겨진신발들이구석에서벗어나게되면/물이멎듯고요해질선언들로남아(?사라진입을위한선언?부분)

추상적이고관념적인주제를다루는신두호의시는다소난해한일면을보이면서도색다른시적공감을불러일으키는매력이있다.시인은현상과실재사이의간극을꿰뚫는견자(見者)의눈과“없는것을만지고들리지않는소리를듣는”(나희덕,추천사)탁월한감각으로,“어둠속에서말라가는”평면화된존재들의“뒷모습을이해하기위하여”“입체안경을쓰고세계를일종의수사선상에놓아”(?증후군?)본다.그리고“이견으로엇갈리고회의가난무하는곳”(?여론의기억?),연대와공존이사라진메마른현대문명의거리에서“상대적으로희박해”(?자연에의입문3?)질수밖에없는삶을살아가는현대인의비극적인간관계의이면을보여준다.

주머니에서는늘손을목격한다/누구의것도아닌/손을위해걸어야했다/안개속의사람들이고립되던무렵이었다//할말을잇지못하고/시야의모든사물로부터멀어졌다/이글거리는물풀이/도시에불어나던게기억의전부였다//시간이초침단위로뚝뚝끊어지고/손을쥘줄모르는손가락들이/보폭속으로서서히잊히고//방향이모든감각으로나뉘어갔다/곳곳에서바지와양말이수거되었다/점들을옮기려고이동하는몸을만났다//(…)//사물들을선으로이어주는건혼잣말일지도모른다/숨을쉬어보면/밤하늘의깊은곳으로옮아가는점들//도시의중심에서밀려나는물결//무리에섞여드는네가나를기억해냈다/구분할수없는손가락들이손에서손으로/안개속을떠돌아다녔다(?다가가는행위?부분)

신두호의시에서자주등장하는‘안개’나‘연기’는왜곡된관계의표상으로서,시인이대면한세계의모습이자“당겨야할문을밀면서/밀리지않는문을당기면서”“서로의실물에서빠져나”(?당기시오?)가는세계의증후이다.“서로를감춰주던장애물”(?연인들의연인?)이면서존재들의고립과부재를일깨운다.그리하여시인은스스로분리되거나흩어지거나소외되는이“감은눈의세계”(?캐비닛?),“연기가검은혀처럼굳어”가고“생물들이안개가된세계”(?11월?)에서“소리없는얼굴에생명을불어넣”는“새로운시대의인공호흡이자심폐소생이며자기보존의현장”(?폭포?)으로서‘새로운자연’에‘입문’하고자한다.

거리는시민으로성장할기회를모두에게배분합니다/비물질적인차원으로흩어져있는인류와/동식물들은전례없이생략되고있습니다/불빛마저도안개속에서창궐합니다/거리에속도만이전시되어있을때/우리는누군가로기억될지알지못합니다/어깨를부딪치고는영원히멀어집니다//(…)/이곳에선언약이악수를대신합니다/시민들중누구도사회와접촉하지않으며/극소량의숨을서로에게서전달받습니다/최소한의양분으로성장하기위해/모두들각자의속력으로엇갈립니다(?자연에의입문3?부분)

시인은“금식중이고”“섭식장애가있고”“늘소리를내지르”는존재들의세계에서“장애물이있는어디든마다하지않”고“뒤집히면날개로나는벌레”(?버드나무들과?)처럼“불가능한종류의고난”(?폭포?)을견뎌내며,부정을통해긍정으로도약하는존재의변증법을기원하고실천하고자한다.존재와세계에대한물음을집요하게파고들며철학적개념과사상을시적공간으로끌어들여‘변증법적인식론’의한단면을보여주기도한다.“무중력의어둠속에서”혹은“고독이라는장소에서”(나희덕,추천사)“빛을밝히고어둠을더욱어둡게하”(시인의말)면서우리시의새로운방향을모색하고,자못진지한주제로관념시의새로운영역을개척해나가는이젊은시인의행로를두고두고함께하고싶다.

높은곳에서떨어진다면착지할수있을까/바닥이높은곳이되고/다시떨어진곳에서높이를발견한다면//살아있다는사실을실감하게될까/양손을펴고/번갈아뒤집어보면서/실제로태어난것에감사해할수도/있겠지만//아무것도쥘수없을때손은/스스로의깊이에매료되었다/커지는가/무한해지는가/건네줄수는있는지//어쩌면이는누군가의두눈을가리기전에/피흘리는손목을거두어들이는일//물속에팔을담그고/바닥을더듬으면닿을지도모르는/수심에서//바닥은잃어버린높이를찾는다//내디딘무게만이/매번새로워지는곳으로/떨어진다(?높이의깊이?전문)

[추천사]
신두호의첫시집은‘이행(移行)’과‘작용(作用)’의시들로이루어진음악적세계다.점에서점으로,음에서음으로,시의궤도를수정하고확장하면서존재를실어나르는동사들을보라.현재진행형이나수동형의동사들이만들어내는파동속에서모든사물은어딘가로가고있고,무언가가되어가는중이다.물기가증발하고빛과색이희박해진진공상태,그무중력의어둠속에서,고독이라는장소에서,신두호의시들은태어난다.보거나말하는자의능동성을포기하는대신그의감각은없는것을만지고들리지않는소리를듣는다.그래서시인이생산해낸얼굴에는주체의표정이비워져있고발화하는입또한없다.사라진입은“문앞에서증식하는문”처럼부재와침묵의내부를열고들어가독특한선율과화음을만들어낸다.그이행의과정에서시어들은잘조율된피아노처럼힘과긴장이고루안배되어있다.이내향적이고사려깊은연금술사의손끝에서시의질료들은기화와액화,상승과추락을거듭하며“진리의순수한불순물들”에가까워져간다.이젊은시인은왜그토록일관되게‘선천적희미함’과‘수동적능동성’을견지하고있는것일까.아마도그는잘알고있는듯하다.제대로무력해지기위해서는내부에얼마나많은힘을비축해야하는지를.정교하게엇갈리기위해서는서로의속도와중력에얼마나예민해져야하는지를.
이개성적인시인이입문한‘새로운자연’앞에서,그‘조화(調和)로운조화(造花)’의풍경앞에서,독자들은어리둥절해하며이렇게말할것이다.수학적치밀함이이렇게아름다울수있다니!서정적물기와실물감을걷어낸‘표본의세계’가이렇게유려한음악을들려줄수있다니!
나희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