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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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용목 시인의 네번째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서정시의 혁신”(박상수)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아무 날의 도시》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당대 사회 현실을 자신의 삶 속에 끌어들여 존재와 시대에 대한 사유의 폭과 감각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시세계를 선보인다. 삶에 드리워진 슬픔과 상처를 연민에 찬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섬세한 비유와 세련된 이미지, 탄탄한 시적 구성이 돋보이는 견고한 시편들로 짜인 “아름답고 참혹한 시집”(허수경, 추천사)이다. 2017년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공동체」(외 9편)를 포함하여 모두 70편의 시를 부 가름 없이 실었다.
저자

신용목

저자신용목(愼鏞穆)은시집『그바람을다걸어야한다』『바람의백만번째어금니』『아무날의도시』와산문집『우리는이렇게살겠지』를냈다.

목차

후라시

가을과슬픔과새
목소리가사라진노래를부르고싶었지
모래시계
그리고날들
우리모두의마술
공동체
절반만말해진거짓
진흙반죽속에서조금씩내가되어걸어
나오는진흙인간처럼
숨겨둔말
게으른시체
도둑비행
지나가나,지나가지않는
취이몽(醉以夢)
사랑
우리라서
우리
송별회
무서운슬픔
카프카의편지
나는알고있거든
흐린방의지도
옆집남자
산책자보고서
호수공원
차갑고어두운
울음을다써버린몸처럼
자작나무
하늘에서흰머리가내리는군
드레스
눈과생각의금붕어
아무렇지도않게
더많거나다른
흰나비
나비
스위치
개와산책하는비
귀가사(歸家辭)
검은고양이
호모아만스(homoamans)
마리오네뜨
더어두운색
공터에서먼창
부재중
인사동
내가계속나일때
사과

영화는밤에자는낮잠같다
대합실
이유의주인들
고맙습니다
눈사람
백마술
그림자섬
이슬픔엔규격이없다
착하고좋은사람들
몽상가
노랑에서빨강
숨,몸,꿈
지나간일
화요일의생일은화요일
달과칼
그해안부
저지르는비
얼음은깨지면서녹는다
대대적인삶
이별
내가쓰러져꿈꾸기전에

해설|김나영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나’와‘너’를아우르는‘우리’의세상은가능한가
세상의모든외로움과절망을마주하는시인의간절한부름

검은사내가내목을잘라보자기에담아간다낡은보자기곳곳에구멍이나있다//나는구멍으로먼마을의불빛을내려다보았다//어느날연인들이마을에떨어진보자기를주워구멍으로검은사내를올려다보았다//꼭한발씩내머리를나눠딛고서(「밤」전문)

2000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등단한이후감각적사유와탁월한언어감각으로서정시의새로운면모를보여주며끊임없는자기갱신을지속해온신용목시인의네번째시집『누군가가누군가를부르면내가돌아보았다』가출간되었다.“서정시의혁신”(박상수)이라는호평을받았던『아무날의도시』(문학과지성사2012)이후5년만에펴내는이시집에서시인은당대사회현실을자신의삶속에끌어들여존재와시대에대한사유의폭과감각의깊이가더욱확장된시세계를선보인다.삶에드리워진슬픔과상처를연민에찬시선으로들여다보는섬세한비유와세련된이미지,탄탄한시적구성이돋보이는견고한시편들로짜인“아름답고참혹한시집”(허수경,추천사)이다.2017년현대시작품상수상작「공동체」(외9편)를포함하여모두70편의시를부가름없이실었다.

울음속에서자신을건져내기위하여슬픔은눈물을흘려보낸다/이렇게깊다/내가저지른바다는//창밖으로손바닥을편다//후회한다는뜻은아니다/비가와서//물그림자위로희미하게묻어오는빛들을마른수건으로가만히돌려닦으면//몸의바닥을바글바글기어온빨간벌레들이눈꺼풀속에서눈을파먹고있다//슬픔은풍경의전부를사용한다(「저지르는비」전문)

시인은삶의고통속에서주로낮고그늘진곳을응시하는눈으로어두운세상을바라본다.시인은“기쁘다고말하며울고슬프다고말하며웃는사람들”(「착하고좋은사람들」)이언제나“가장소중한것을착취당하”며살아가는세상에서는“어떤비도슬픔을씻기진못하”(「후라시」)고“슬픔과몸이하나일수있다는것”(「가을과슬픔과새」)을깨닫는다.이어두운시대를어떻게살아갈것이냐는고뇌속에서시인은전망이라곤당최보이지않는‘아무날의도시’에서살아가는존재들의“사랑과슬픔과분노”(「노랑에서빨강」)를곡진한언어로기록하며삶의진실에다가가고자한다.

내가죽은자의이름을써도되겠습니까?그가죽었으니/내가그의이름을가져도되겠습니까?오늘또하나의이름을얻었으니/나의이름은갈수록늘어나서,머잖아죽음의장부를다가지고//나는천국과지옥으로불릴수도있겠습니까//(…)//인생이가능하다면,오직부르는순간에비가그치고무지개가뜨는것처럼/사랑이가능하다면,/죽은자에게나의이름을주어도되겠습니까?그가죽었으니그를내이름으로불러도되겠습니까(「공동체」부분)

시인은시대에내몰린숱한죽음들과“세상의모든외로움”(「그리고날들」)을외면하며그저묵묵히견디려하지않는다.“절반만거짓을믿으면/절반은진실이된다”(「절반만말해진거짓」)는아이러니한세상의부조리에맞서시인은“깨진유리속이면사람은한명으로도군중을만든다”(「우리모두의마술」)는믿음으로다가올미래에한줌의빛을던지며투명한세상을열기위해마음가짐을달리한다.“나는네몸이아프다/네가내몸을앓듯이”(「절반만말해진거짓」)슬픔은혼자만의것이아니기에시인은“일상이라는죽음”속에서바닥까지절망하면서도,“몸밖으로쫓겨난꿈”(「나는알고있거든」)을되살려‘나’와‘너’를아우르는‘우리’의세상을꿈꾼다.

나는저발자국이몸으로부터아주끊어져있다고믿지않습니다.몸은없는데무게만있다고믿지않습니다.그러나저발자국마다당신이서있다면,나는영원히당신을떠날수없겠지요.그래서어떤비는지워진밤을위해온다고생각하는건아닙니다.둥둥떠내려가는어둠이상갓집신발처럼우리를흩어놓는다고느끼는건아닙니다.//(…)//우리는서로가서로를기억하지않는시간속에서만잘지낼수있겠지만,/마지막으로서로를기억하는사람또한/우리라서,(「우리라서」부분)

시인은이번시집에서“차마경계지을수도없는인간이라는보편의사정을한철저한개인의반성을통해그려내는것이어떻게가능할수있는가”(김나영,해설)를여실히보여준다.여전히우리를분노하게만드는세상을향해시인은“죽을때까지걷도록선고받”(「우리」)은절망을껴안으며“미늘에걸려찢긴물고기의입으로”(「게으른시체」)말한다.“제발울지는말자”다짐하면서“목소리가사라진노래”(「목소리가사라진노래를부르고싶었지」)를부르는시인의간절한외침을우리는오래기억할것이다.그리하여깊은절망의늪속에서도‘시’가세상을더아름답게만들것이라는소망과“인간은끝나지않는다”(「우리모두의마술」)는믿음에근거하여시인이꿈꾸는새로운‘공동체’의세계가우리앞에펼쳐진다.

잤던잠을또잤다.//모래처럼하얗게쏟아지는잠이었다.//누구의이름이든/부르면,/그가나타날것같은모래밭이었다.잠은어떻게그많은모래를다옮겨왔을까?//멀리서부터모래를털며걸어오는사람을보았다./모래로부서지는이름을보았다./가까워지면,//누가누군지알수없었다.//누군가의해변이끝없이펼쳐져있었다./잤던잠을또잤다.//꿨던꿈을또꾸며파도소리를듣고있었다.파도는언제부터내몸의모래를다가져갔을까?//누군가가누군가를부르면,//내가돌아보았다.//누군가가누군가를부르지않아도/나는돌아보았다.(「모래시계」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