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 (김명수 시집)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 (김명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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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존재의 집에서 걸어나와 역사의 광장에 서기까지…
언어와 세계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을 담은 단정한 시편들

시력 42년,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빛나는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김명수 시인의 열번째 시집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가 창비시선 422번째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빼어난 서정 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아동문학가로서도 탁월한 문학적 성과를 일구었다. 『곡옥』(문학과지성사 2013)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언뜻번뜻 예사롭지 않은 기상(奇想)”이 돌올한 시세계를 펼치며 “시의 으뜸가는 경지”(이종욱, 추천사)를 보여준다. 명징하고 절제된 언어에 실린 간명한 묘사와 선명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단정한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폭넓고 깊이있는 사색이 깃든 시편마다 만사만물을 포용하며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꿰뚫어보는 시적 직관력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저자

김명수

1945년경북안동에서태어났다.1977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월식]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월식』『하급반교과서』『피뢰침과심장』『침엽수지대』『바다의눈』『아기는성이없고』『가오리의심해』『수자리의노래』『곡옥』등이있다.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오늘의작가상,해양문학상,창릉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현(弦)
축(軸)
탄환
초대
소속
노을을향해
허공의입장
아이와강
거대한혹

새로운언어
7번국도
나비표본실
별들은이름이필요없는데사람들이이름을지어주었다
아셨나요,언제까지

제2부
여음(餘音)
모자
앵두
언제나다가서는질문같이
병사들병사들
라기보다
아침밥상
사랑하는가슴
구름사막
옥수수밭
금성과더불어
목련생일
꽃잎을어루만지는친구들

제3부
전쟁이그꽃을심어주었다
글자를새긴다
눈여겨나를보려했다면
달두개
아는이름들이
소리씨앗
호적
아들아,넌어떻게살래?
걸음멈춰
초보운전
바다무덤
배열
시멘트
햇잔디

제4부
미생(未生)
없습니다
잔고(殘高)
우리를너희를
포도주잔
그때가만히두었더라면
탄도미사일
지중해두만강
움직이고움켜잡는
상상이상상을초월한다면……
쇠들의행로
불암암벽에가랑비내려
빨강에게물어라
작은마을
촛불셈법
키큰떡갈나무물참나무아래지날때

해설|류신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언제어디서나들을수있습니다/나무와풀잎과이슬과바람/황무지흙먼지별빛의언어/대지와지평선새들의말//물결은뭍으로만치지않지만/바다에출렁이는물결같이/기슭에휩쓸리는파도같이/세계는그대앞에펼쳐졌건만//부서진파도는되밀려가네/허공에입맞춘타는그입술/메마른입술이입맞춘허공/병사들,병사들모든병사들//언제나무거운물음같이/원방(遠方)의어두운그림자처럼/언제나다가서는질문같이/어제도오늘도모든병사들([언제나다가서는질문같이]전문)

김명수의시는쉽게읽히지만곰곰이새길수록언어철학적사유의깊이와무게가도드라진다.문학평론가류신이해설말미에서“존재의집을꿋꿋이파수하는언어의집사”라고비유했듯이,단어하나하나에들이는정성이지극하다.특히이번시집에서눈여겨볼장시[금성과더불어]에서시인은우주적상상력을통해언어와세계의관계에대한웅숭깊은성찰을보여준다.시인은“대체로어둠속에잠겨있는”([금성과더불어])존재들을“모두다아는이름”이자“차별없는이름”([아는이름들이])으로새롭게명명함으로써존재와의온전한합일을소망하며이렇게말한다.“다가가서불러보아요!/다가가서말해보아요”([아침밥상]),그리고“당신이말해줘요/무수한공중/무수한볕/노을을향해/노을을향해”([노을을향해]).

생각이란어떤하나의실체가또다른실체속에/한순간함께현현되어나타나는것일진대/삼라만상또한/내가지금나이기에존재하는것일진대/다시그리하여/나와메마른별/황막한침묵의별이라는금성이서로그폐허에서/하나의예감을일깨운다면//삶과죽음에무관할천공의별이여/내가새롭게너를일러/이지구에서,지상에서너를일러/우리가자주일컫던샛별이라/샛별이라새롭게부를지니/거기옛날우주의영속하는시간속에/나와같은한생명이너일지도모른다는([금성과더불어]부분)

그렇다고해서시인은시작(詩作)을위해언어를제뜻대로무람없이부리지않는다.‘세계내존재’의언어를온전히받들어섬기는것이야말로시인이“언제나무거운물음같이”([언제나다가서는질문같이])붙잡고고민하는화두이기도하다.그러나‘인간언어’의한계를누구보다잘알기에시인은뭇존재들과교감하면서“어느편어느쪽에속하지않”([소속])고“소리의고향”([사랑하는가슴])에서부터자신에게밀려오는절대자유의언어를끊임없이탐구한다.이때시인의언어는“기린잠자리”([노을을향해])같은참신한발상과통찰력으로생명과영원의무한공간을더듬는‘새로운언어’로서탄생한다.

에저또라는말우쿠리라는말/눈효마라는말숭다롱이란말/무슨말이냐고요/해마말입니다/햇살알갱이분홍가슴파랑새/내성천(乃城川)금모래흰수마자말입니다/소나무말장수하늘소/녹고있는빙하빙산/원자력발전소사용후핵연료/악마가되기싫던오갈데없는그들/입봉해진그들의언어입니다/(…)/귀기울여봐요/선시표라는말가스리라는말/라옹세라는말휴미쓰라는말/그렇게말해요말없는그들/에저또라고숭다리라고/가스리라고라옹세라고/같이말해봐요그렇게말해봐요([새로운언어]부분)

세상을바라보는시선은따듯하기그지없으나시인은당대의어두운현실을냉철히응시하며비판적인식을드러내기도한다.“무기는영원히잠들지않”([지중해두만강])는세계도처에서발생하는분쟁과갈등의희생자인약소자들,확고한‘신념’때문이아니라“내가지금군인이기에”어쩔수없이“돌진하고파괴하고불을지”를수밖에없는‘병사들’의입을빌려시인은“이념이나정치,세계질서따위/그걸왜물어봐요?”([병사들병사들])되묻는다.그리고“전쟁을막아낼힘이있다면/아마도그힘은나무들이지녔으리”([탄도미사일])라는상상을초월하는상상속에서“또다른나”와“또다른너”([아셨나요,언제까지])가“모든어둠품어안은하나가되”([금성과더불어])는세상을그려본다.

이슬람과기독교사이/흰백합피었어요/푸른풀밭펼쳐져/맑은시내흘러가요/꾸란과성경사이/들려오는노랫소리/아이들이즐겁게공놀이를즐겨요/허리에폭탄감은소년병사아니에요/덧니가정겨운소년소녀들이에요/초승달과십자가사이/양들과흰구름/오색칠색무지개가피어났어요/이승과저승에다리를놓아/눈부신빛깔을펼쳐놓아요/상투적풍경이라말하지마시길/익숙한광경이라타박하지말아요/익숙한광경이낯설었지요/달리무슨말할수있겠어요([상상이상상을초월한다면……]부분)

시인은맹목적인이데올로기의깃발이펄럭이는시대,“여전히증오의꿈과/피의난취에서깨어나지않았고/전쟁의번갯불과살인의소음에지쳐있”([없습니다])는세계의한복판에서“순결한세계의순간들”([금성과더불어])이숨쉬는참다운시대가도래하기를꿈꾼다.이를테면단지색채일뿐인“빨간풍선같은빨강”이“태양불피혁명/이념/흥분광기(狂氣)방화”의의미로서가아니라“볼그레하다/발가우리하다/발긋하다/발그스레하다와같은”([빨강에게물어라])다양한이름으로불리기를바라며“맑은영혼들이다가가고싶은곳”([작은마을])이되살아나기를희망하는것이다.그리하여시인은“별이빛날때쇠붙이는불타리라”(시인의말)는믿음을간직하고서“또하나의싱싱한폐”([7번국도])를떠올리며오늘도내일도역사의광장에오롯이서있을것이다.

하나가열이되고열이백되고/백이천이만이십만백만되고천만되는/다시천만백만이이윽고하나되는/덧셈도뺄셈도곱셈도나눗셈도아닌이것/그어느교과서셈법책에없는/하늘의별하나가깜빡거리자/열개의별이같이깜빡이고/열개의별이백개가천개가만개가십만개가/일제히반짝이고/백만개가천만개가일제히반짝이고/다시천만개의별이백만개로십만개로만개로천개로/이윽고하나로타올라찬란하게반짝이는/덧셈도뺄셈도곱셈도나눗셈도아닌이것/그어느교과서셈법책에없는/(…)/이것은순결/위대한인간의순결이라네/그대가슴조차열어젖히는/이것은가슴과가슴의간곡한연대/인간이내디딘장엄한행렬/서기2016년인간의역사/12월위대한인간의역사([촛불셈법]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