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대흠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대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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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은은하고도 가파른 사랑, 애잔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

전라도 사투리의 질박한 언어와 흥겨운 가락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남도 서정의 맥을 이어온 이대흠 시인이 긴 침묵 끝에 새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을 내놓았다. ‘북에 백석이 있다면 남에는 이대흠이 있다’는 찬사를 받았던 시집 『귀가 서럽다』(창비 2010)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오랜 시간 삭이고 갈무리해온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궁극적 원형,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근원적 구심력, 사라져간 시간에 대한 애착과 긍정, 누군가를 향한 은은하고도 가파른 사랑 같은 것들이 선연하게 농울”(유성호, 해설)치는 애잔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삶의 비의(秘義)와 본질에 가 닿는 사유의 깊이와 원숙한 시선이 빛나는 평온하고 따듯한 시편들이 잔잔히 가슴속으로 스며들며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다/나무는 흐른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바닥에서 별이 돋아났다//나는 너무 함부로 아름답다는 말을 해왔다//…… 그래서 당신/나는,([부춘] 전문)
저자

이대흠

전남장흥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과조선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목포대국문과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1994년『창작과비평』에?제암산을본다?외6편의시를,1999년『작가세계』에단편소설[있었다,있다]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시집『눈물속에는고래가산다』『상처가나를살린다』『물속의불』『귀가서럽다』가있다.현대시동인상,애지문학상,육사시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현재'시힘'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제1부ㆍ그말에들었다
천관(天冠)
베릿내에서는별들이뿌리를씻는다
옛날우표
그말에들었다
큰산
헐렁한봄
얼룩의얼굴
늙음에게
목련
너무꽉끼고구겨진우울을입은저물무렵

제2부ㆍ탐진시편
물의경전
창랑(滄浪)
사인
동백정아침
물은왜너에게서나에게로흘러오나
물마장골
천지동천
미끼
소를삼킨메기
보림사,얼굴없는부처
부춘
경호정

제3부ㆍ호계고모네달구장태
강진
장흥
천원집
때안쓰는살살쳐사쓴당께는
남편과나편
호계고모네달구장태
늦가을들녘
성스러운밤
똥이라는말을꽃이라는말로바꾸면
칠량에서만난옹구쟁이
한애의뿌락데기
아뿔싸

제4부ㆍ눈물별
구름사냥꾼1
아버지의지게질
아버지의벼베기
아버지의담배농사
삼우(三虞)
거울속으로온손님
구름사냥꾼4
호계(虎溪)
나다
눈물별

제5부ㆍ그대가그대로있는것만이
당신은북천에서온사람
북천의봄
북천의물
북천의수국
북천에서쓴편지
북천의여름
북천의달빛

해설|유성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시인은전라남도장흥에서태어나서울,광주,제주도등지로떠돌다이제“서러운것/바라는것/생의환희같은것이/다만여백으로기록되는”([물의경전])고향땅에다시뿌리를내렸다.시인이머무는곳은“처마에새소리걸리고/꽃향기는경전처럼고”이는곳,“하늘을들여하늘과놀고”“별자리국자로/달빛을나눠먹”([그말에들었다])기도하는곳이다.오랜견딤과위안과평화의시간이흐르는이원형적공간에서시인은”동그란무늬로익어가는”세월을지켜보며“꽃의고통과꽃의숨결로살아가는일의어려움에대해가만생각해”([베릿내에서는별들이뿌리를씻는다])보기도한다.

강으로간새들이/강을물고돌아오는저물녘에차를마신다//막돋아난개밥바라기를보며/별의뒤편그늘을생각하는동안//노을은바위에들고/바위는노을을새긴다//오랜만에바위와/놀빛처럼마주앉은그대와나는말이없고//먼데갔다온새들이/어둠에덧칠된다//참멀리갔구나싶어도/거기있고//참멀리왔구나싶어도/여기있다([천관(天冠)]전문)

자신의존재론적기원을상상하고더듬어가는시인은고향의삶이야말로두고두고되새겨야할가치라고믿는다.“겨울이가장오래머무는저큰산”([큰산])처럼다가오는궁극적원형으로서의그곳은“옹구쟁이라하먼설익은잿물은안쓰는벱”이고“얼렁뚱땅만든잿물은겉만빤지르한것”([칠량에서만난옹구쟁이])이라는세상이치가엄연하고,“물건값은따로있는게아니고쓸사람이정하는것이라는/월평할머니의경제학이통하는곳”([천원집])이다.시인은“돌아가고싶지않아서다시읽고싶은시절”([동백정아침])을불러들여호남방언의질감을고스란히살려내면서“가뭄끝오그라든물외쓴맛같은이야기”([강진])를살갑게들려준다.

장흥에서조금살다보면누구든지/장흥사람들이장흥을/자응이라부른다는것을알게된다//하지만자응을알게되었다고해서/장흥사람이되는것은아니다//장흥사는사람과/자응사람은다르다//자응장에가서/칠거리본전통이나지전머리를/바지자락으로쓸어본사람이라야겨우/물짠자응사람이된다//(…)//장흥에서자응으로가는데는/십년이족히걸리고/자응에서또자앙,장으로가는데는/다시몇십년이걸린다([장흥]부분)

경이롭게소멸해가는시간속에서삶의이면을두루투시해온시인은한편으로돌아가신아버지를새삼떠올려이제는“보이지않아서더분명해진당신의얼굴”([삼우(三虞)])을그리며가슴에사무치는회억에젖는다.“무논의논둑한번제대로밟아보지못”하고“구름처럼살다가평생동안/구름하나잡지못한”([구름사냥꾼1])아버지,“틈만나면구들을지고집을지”키다가“그무거운짐을끝까지부려놓지않고종갓집을평생지다선산을짊어지러무덤에누”([아버지의벼베기])운아버지.그러나“그말씀이별빛으로남”([구름사냥꾼4])은아버지.어쩐지뒷전으로물러나삶의뒤안길에만계셨을법한아버지에대한생생한기억들이가슴을울린다.

아버지는어머니가평생흘려모아말린별씨를들고/어느날훌쩍하늘밭으로가버리셨다//서쪽하늘에움돋는눈물별//구석에버려진조각비누같던한생이/문득아주버려진날([눈물별]전문)

시인은“누군가를오래그리다보면문득그의얼굴이얼룩속에서살아난다”([얼룩의얼굴])는것을안다.“사무쳐잊히지않는이름”“애써지우려하면오히려음각으로새겨지는그이름”([목련])을그리워하는마음이아니라면그런일이가능하기나할까.그런데“사랑을할줄만알아서/무엇이든다주고/자신마저남기지않”([당신은북천에서온사람])은채사라져간‘당신’은시인이그토록그리워했던이이기도하고,어쩌면시인자신인지도모르겠다.“그대가/그대로있는것만이사랑”([북천의봄])이고,“꽃의말과새의말과사람의말이/구분되지않는”([북천의물])곳,삶의근원적성소(聖所)‘북천’에서시인은“얼고녹고부서지고타버려도/사라지지않을”웅숭깊은“사랑의말”([북천에서쓴편지])을노래한다.

달이빛나서북천이밝습니다/북천이밝아서당신이보입니다/나를보고웃는낯빛이고요합니다//단하나의사랑을지어달로띄워올립니다([북천의달빛]전문)

어느덧지천명의나이에등단25년을맞은시인은“먼지하나에도한우주가들어있을것같다는생각”([너무꽉끼고구겨진우울을입은저물무렵])을간직하는사람이다.특히이번시집에서는“말이지닌본디의것을살리는데애를썼다”(시인의말)고한다.“시적?인간적국량(局量)을극점까지끌어올린”(유성호,해설)이번시집이일궈낸시적성취는실로풍성하다.그러므로“뿌리가살아있는시를쓰기위해치열했을시인의모습이뭉클겹쳐”지는“이시집의탄생을오래축하하게되리라”(함민복,추천사)는말이비단입에발린인사치레만은아닐것이다.

눈이먼것이아니라/눈이가려봅니다//귀가먼것이아니라/귀도제생각이있어서/제가듣고싶은것만듣습니다//다내것이라여겼던손발인데/손은손대로하고싶은것하게하고/발도제뜻대로하라고그냥둡니다//내맘대로이리저리부리면/말을듣지않습니다//눈이보여준것만보고/귀가들려준것만듣고삽니다//다만꽃이지는소리를/눈으로듣습니다//눈으로듣고귀로보고/손으로는마음을만집니다//발은또천리밖을다녀와/걸음이무겁습니다([늙음에게]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