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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
시인은1967년인천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성균관대국문과대학원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0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알쏭달쏭소녀백과사전어깨위로떨어지는편지등이있다.
제1부모두의빗소리두겹의물방울흙을만지는시간멍비누탈지면눈썹밑그림반항죽그릇아역앵무사과정물뭉친근육거지꽃씩씩부유불타는의자제2부노인과바다빗질수제비그렇다면혼자쟁기질서리태언제나깍듯이구필(口筆)까마귀낮의노인나이도나와비슷한기도무말랭이옮긴이너에게일부분의빛이가위풀금요일레일제3부점심부셔서당신의식당물소아욱신중한리본구완기이하게날아온빛저녁의옷고무줄자국아기업은소녀둔각의바위마곡을어루만지고좋은점도있고나쁜점도있고그림제4부사려소지품어제개단역홍시증내전동그라미달력설탕물사과영양파혼자인걸못견디죠강아지아이들편지이루어지도록해설|장은정시인의말
“너는누구야아무것도아니야사라지는농담이야”이제모든말들은수수께끼처럼흩어진다소외된사람들의비극적삶을특유의시각과기법으로그려내며호평받아온이기인시인의세번째시집혼자인걸못견디죠가출간되었다.어깨위로떨어지는편지(창비2010)이후9년만에펴내는이번시집에서시인은이전의시세계와는확연히구별되는색다른화법을구사하며단순한변모를뛰어넘는시적진화의경지를선보인다.감각과의미의상투성을전복하는다각적인시각으로대상의이면에끈질기게다가가숨겨진의미를찾아내는“알쏭달쏭한언어실험”(임선기,추천사)을보여준다.낯선이미지와정밀한언어가어우러진‘초주관적인아름다움’이깃든간명한시편들이인상깊다.시인의이번시집에는스무행을넘지않는시가태반이다.그만큼최소한의정제된언어로삶의장면과시적대상의내면을세밀하게묘사하는데힘을쏟았다는것인데,특히한두문장으로이루어진짧은시를눈여겨봄직하다.이를테면“수저를떨어뜨렸나”(까마귀),“천국으로//김칫국물이떨어졌다”(점심),“누가한뿌리씩//전생의빛을뽑아간다”(파)같은단한문장의시에서“조금더안으로들어가”(흙을만지는시간)하나의사물또는일상을바라보는시인의눈매가얼마나깊고매서운지가늠해볼수있다.그런데이기인시의독자라면이번시집을여는순간당혹스러울수도있겠다.기존의언어체계나실감또는경험논리로는단어하나하나에촘촘히새겨넣은의미를알아채기가녹록지않아졌기때문이다.시인은상투적정서에서벗어나낯선시각으로세상을달리보고자한다.“발버둥팔다리를축축하게담그는포도당용액”(밑그림반항),“흰수건에서헤엄쳐나오는오리한마리”(그렇다면혼자)같은감각적이고시각적인이미지를통해사물의뒷면에숨어있는진실을밝혀내려는시인은,시는경험한것이나보이는것만을규명하는게아니라고말한다.그렇다고현실과동떨어져관념의바다를유영하는것은아니다.시인은“아무도말도없는곳에서당신을찾아내”(이루어지도록)듯시를통해끊임없이세상과소통하고자한다.그렇다면이기인의시를읽기위해서는익히알고있는언어체계를기반으로이해하기보다는‘아직없는것’혹은‘경험하지않은것’들의자리를더듬으며다르게경험해보는전복적사고가필요하다.이기인의시에는전혀별개의사물이나단어가“아무것도중요하지않”다는듯“서로에게수수께끼처럼흩어진”(탈지면눈썹)채나열되어있음을종종보게된다.“경험논리로는이해할수없는난센스”(임선기,추천사)의세계에서는‘사랑해요’를“요해랑사로읽”(노인과바다)는“엉망이필요”(옮긴이)하다는것이다.더나아가시인은“너는누구야아무것도아니야사라지는농담이야”(앵무)라는문장에서보듯우리가‘말’이라고믿었던것은어쩌면뜻도모르면서중얼거리는‘소리’에불과할지도모른다는것을일깨우기도한다.문학평론가장은정은해설에서“이기인의시들을반복해서읽고또읽는다면,삶과세계에대해우리가알고있던모든‘앎’은의문투성이가될수밖에없을것”이라고말한다.그렇다.시인은“바큇자국을물어보며돌아다니는바퀴”(모두의빗소리)처럼“아무도모르는거리까지굴러가”사물의안쪽에숨겨진“모르는말을꺼내”(강아지)어우리의의식속에“오랫동안가르치지않은말”(앵무),‘수수께끼같은언어’를쏟아넣는다.이로써우리는“감각과의미의의도적교란을통해착란을보여줌으로써규범을폭로하는난센시스트”이자“의심받지않는감각과의미가뿌리깊은착란일수있음을보여주는사실주의자”(임선기)로서이기인시인이펼쳐보이는한국시의새로운풍경을다시한번감상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