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전동균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전동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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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무엇으로든 빚어질 수 있어요
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요”
삶의 안쪽을 끈덕지게 탐구하는 단단하고 맑은 시편들

섬세한 감성의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로 독자적이면서도 빼어난 서정의 세계를 펼쳐온 전동균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가 출간되었다. 전동균 시인은 198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한, 올해로 시력 30년이 넘는 중견 시인이다. 등단한 지 1년 만에 잡지사가 문을 닫는 곡절이 있었으나 이후 김기택, 장석남 시인 등과 함께 ‘시운동’ 2기 동인으로 참여하여 동시대 시인들 가운데 전통 서정의 시혼(詩魂)을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묵묵히 자신만의 단단한 시세계를 다져왔다. 젊은 나이(24세)에 등단한 뒤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을 펴냈고, 이후 꾸준한 창작 활동을 거쳐 최근 백석문학상(2014)과 윤동주서시문학상(2018)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백석문학상 수상작 『우리처럼 낯선』(창비 2014)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겸허한 마음으로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자각과 통찰의 심오한 세계를 보여준다. 차분하고 담백한 어조인 듯하면서도 강렬하고 비감한 목소리에 때로는 따뜻한 해학이 깃든 시편들이 깊은 울림 속에서 공감을 자아낸다. 윤동주서시문학상 수상작(「‘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외 6편)을 비롯하여 총 51편의 시를 수록하였다.
저자

전동균

1962년경북경주에서태어났다.중앙대문예창작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1986년『소설문학』신인상시부문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오래비어있는길』『함허동천에서서성이다』『거룩한허기』『우리처럼낯선』등이있다.백석문학상과윤동주서시문학상을받았다.

목차

제1부
약속이어긋나도
‘자정의태양’이라불리었던
예(禮)
이토록적막한
누구의것도아닌
이것
이저녁은
정오
허기의힘으로
벙어리햇볕들이지나가고
사랑혹은흑암
흰,흰,흰
밤마다먼곳들이
그러나괜찮았다

제2부
가을볕
보말죽
독바위
잊으면서잊혀지면서
거돈사지(居頓寺址)
손님
죄처럼구원처럼
춘수(春瘦)
원샷으로
아무데서나별들이
떨어지는해가공중에서잠시멈출때
한옥(韓屋)
당신이없는곳에서당신을불러도

제3부
오대산장
멧돼지는무엇일까
술을뿌리다
천둥속의눈
살아있는것보다더곧게
문밖에빈그릇을
필터까지탄
밤의파수꾼
녹지않는얼음
내대신울고웃는
마른떡

제4부
봄눈
1205호
눈은없고눈썹만까만
눈물을외롭게
이번엔뒷문으로
모래내길
내곁의먼곳
부끄럽고미안하고황홀해서
변명
검은빵
물속의기차
P
당신노래에저희목소리를

해설|최현식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그러나괜찮았다”
슬픔과고통뿐인삶을보듬는따뜻한사랑의노래

“있음과없음,삶과죽음,순간과영원,소통과불화등이항대립의실존적사건이뒤죽박죽얽힌”(최현식,해설)이번시집에는신성의세계를지향하는종교적감성이두드러진시가적지않다.시인이가톨릭신자이기는하지만그렇다고해서이시집이오로지종교적죄의식이라든가영적각성에침잠해있는것은아니다.정작시인의눈길이가닿는곳은종교의울타리를뛰어넘는‘지금-여기’의현실,어둑하고신비한삶의안쪽이다.시인은현실에대한비극적인식속에서삶과인간존재의궁극적의미와자신의정체성을끊임없이의심하고묻는다.그리고나직한목소리로속삭인다.슬픔과고통뿐인삶이라할지라도“이세상에사람으로와기쁘다고”(「떨어지는해가공중에서잠시멈출때」).
시인은보이는것보다‘보이지않는것을믿는사람’이라했다.“곁에있어도안보이는것들”(「잊으면서잊혀지면서」),쉽사리눈에띄지않는존재들의그림자를늘깊이응시하면서,불화의세계를함께견디어내며살아가는타자의고통과슬픔을외면하지않는다.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들에대한사랑과연민의마음으로시인은시가“깨진그릇같은존재들”(「1205호」)을위로하는기도가되고“슬픔을빛으로/신음을향기로내뿜는”(「춘수(春瘦)」)노래가되기를소망한다.그리하여“빛이없는찬란”(「‘자정의태양’이라불리었던」)을발견하고자세상을“더멀리,더깊이”(「물속의기차」)바라보는시인의선한눈길이더없이애틋하게우리에게다가온다.

전동균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5년만의신작시집입니다.주로어떻게지내셨는지,시쓰는일외에또어떤일들을하면서지내셨는지요?
:집은서울이고학교는부산에있어서,경부선을오르내리며지내고있습니다.평일에는강의를하고주말에는제가좋아하는산행도가끔하면서요.지난5년은제게변화가많은시간이었어요.대학구조조정으로학과가통폐합되었고,가까운친구와친지의죽음을겪기도했어요.

―처음시를쓰게된계기는무엇이었나요?
:정확히는모르겠어요.고등학교때문예반활동을했고,대학도문창과로진학을하긴했지만……이번시집‘시인의말’에경주대능원고분동네얘길했는데요.천마총이발굴되기전의수풀우거진큰무덤들사이에사람의마을이있었어요.그곳에서자란게제시의모태가아닌가,하는생각이문득들더군요.큰한옥의텅빈마당,한낮에흙담을타고기어가는구렁이,저물녘의박쥐들,거지에게도밥상을차려주던어른들,무덤위로떠오르는달빛과짐승울음소리……특별한경험들이었어요.지금은천마총이발굴되면서철거당해사라진곳이죠.

―등단이후첫시집이나오기까지꽤시간이걸렸는데,그동안어떻게보내셨는지,또그시간이삶이나시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궁금합니다.
:등단후젊은시인그룹인‘시운동’2기동인으로참여해활동하면서작품발표도꽤했는데,한동안은시를안쓰기도했어요.젊을때다보니직장생활과제내면과의갈등이심했어요.빨리늙고싶었죠.그런시간들을통해사회화과정을거친셈인데,방송·광고분야일을하다보니자본주의속성,또말의이중성같은걸체험하기도했습니다.이런경험을통해시에서는가급적말을아껴야한다는생각을하게되었어요.

―이번시집에서가장얘기하고싶은주제는무엇인가요?
:교정지를보면서돌이켜보니,결국존재에대한성찰과질문을하고싶었던것같아요.또이것을관념이아닌일상과현실속서정의언어로담아내고싶었던것같습니다.대학시절은사이신구상시인은‘문학은실존의고투’라고말씀하시기도했죠.또,가톨릭에서는“교회는이세상속에서이세상너머로열려있어야한다”고말하는데,저는‘교회’라는말을‘문학’이란말로바꾸어도무방하다고생각해요.

―특히애착이가는작품이있다면말씀해주세요.
:3부의오대산시편들의시를쓸때가기억에남아요.몇년전겨울방학때오대산월정사객사에서두어달지냈어요.이틀에한번씩은강원도의눈과바람을맞으며이곳저곳의산을오르곤했죠.뭔가가슴에끓어오르는건있었는데당시에는시를한편도못썼어요.몇달지난어느여름날갑자기시가나오더군요.

―앞으로의계획은어떠한가요?
:특별한계획은없어요.경부선오르내리며밥벌이를계속해야지요.곧여름방학인데,시집출간기념으로파로호에밤낚시나갈까해요.파로호일대가예전과는많이달라졌지만아직야생의숨결이남아있는곳이고,깜깜한밤에별보면서낚시하는맛이좋거든요.고기는잘안잡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