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우리의시는다르다고되풀이하는시
이토록읽기전으로다시는돌아갈수없는시
일상의사건들을소재로하면서평범한일상어를날것그대로시어로삼는황인찬의시는늘새롭고희귀한시적경험을선사한다.감각의폭과사유의깊이가더욱도드라진이번시집은더욱그러하다.특히김동명(「내마음」),김소월(「산유화」),윤동주(「쉽게씌어진시」),황지우(「새들도세상을떠나는구나」)의시와대중가요,동요등을끌어들여패러디한작품들이눈길을끄는데,시속에숨어있는시구나노랫말을찾아읽는재미가색다르다.치밀하게짜인단어와구의반복적표현,대화체의적절한구사도눈여겨볼만하다.
시인은고백하듯이시를쓴다.세상을앞에두고늘“어떻게말을꺼내”고“어떻게말해야”(「불가능한경이」)할지끊임없이고민한다.시인은“당신이생각할수있는모든좋은것이이시에담겨영영이시로부터탈출하지못한다면좋겠다”고말한다.“그것을미래라고부를수있다면”(「그것은가벼운절망이다지루함의하느님이다」)영영탈출하지못할그오래된미래속에서,그리고“이제영원히조용하고텅빈”세상속에서“고독을견뎌”(「부곡」)내며아직도착하지않은사랑을되풀이하려는것같다.
시집을펴내며시인은“나는증오하는것에대해서만생각할수있고,의심스러운것에대해서만말할수있다”(시인의말)고고백한다.그렇다고세상에대한증오와의심의감정만이드러나는것은아니다.시인은서로의슬픔과아픔에대해말하고,“생물들이죽고사는것”(「영원한자연」)과반복되는삶을생각하고,“아름답고평화로운일상”(「물가에발을담갔는데…」)을이야기하며소박하고진실한순간의실체를찾아간다.“놀거다놀고,먹을거다먹고,/그다음에사랑하는시”(「레몬그라스,똠얌꿍의재료」)들이투명하게빛나는이시집이다가올2020년대의시단을이끌어갈것이라기대한다.
책속에서
여러생각이마구뒤섞이곤합니다
요새는꿈에서본것을정말로봤다고믿기도하고,죽이고싶은사람을진심으로사랑한다고생각하기도했어요
나는생각이많고,착각이많고,역사가깊군요
―「무대의생령」부분
나는이이야기의주인공은아니다
나는그저마을어귀의그루터기에앉아사람들을향해욕을하거나소리지르는사람
내게무슨놀랍거나슬픈사연이있는것은아니다인적드문날혼자물소리를듣는다거나다른이들모르게무슨일을하는것도아니다
내가마을어귀의그루터기에앉아사람들을향해욕을하거나소리지르는사람이된것은
이야기가시작되는순간부터였다
내역할은이야기를반전시키는의외의목격자같은것이고
그이후로나는나오지않는다
―「사랑을위한되풀이」부분
아,시계속이렇게쓰면
좋은시인못되는데,나도아는데……
착한사람되라고엄마가말했는데듣고도그냥흘리는것처럼
좋은시인이되면뭐좋은일이라도있다는것처럼
좋은시인못되는게무슨자랑이라도된다는것처럼
그렇게놀기만하면훌륭한사람못된다그렇게놀기만하면소가되어버린다던엄마의말처럼
좋은시인못되면
소라도되어야지
―「요가학원」부분
당신이생각할수있는모든좋은것이이시에담겨영영이시로부터탈출하지못한다면좋겠다
그것을미래라고부를수있다면
그것이손에만져지는돌이라면좋겠다
그돌을먼바다에던질수있으면좋겠다
바닷속깊은곳을향해느리게침잠하는그것을사랑이라부른다면
이시에는사랑이없다면좋겠다
―「그것은가벼운절망이다지루함의하느님이다」부분
향긋한파같은레몬그라스
쑥갓을닮은고수
이시는겨울에생각하는여름밤에대한시,
출출한밤이오면생각나는시
똠은끓이고,얌은새콤하고,입맛없을때아주좋은시,
놀거다놀고,먹을거다먹고,
그다음에사랑하는시
―「레몬그라스,똠얌꿍의재료」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