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아서 - 창비시선 438

당신을 찾아서 - 창비시선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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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벽별 중에서 가장 어둡고 슬픈 별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일에 가야 할 인간의 아름다운 길, 끝내 영원할 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며 삶을 위로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시편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 『당신을 찾아서』가 출간되었다. 시인의 열세번째 시집으로, 2020년 ‘창비시선’의 첫번째 시집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눈물의 고해성사를 통해 인간이라는 불씨, 인간이라는 새싹을 살려내”(문태준, 추천사)는 뭉클한 감동이 서린 순정한 서정 세계를 선보인다. 진솔하고 투명한 언어에 깃든 “불교적 직관과 기독교적 묵상과 도교적 달관”(이숭원, 해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정결한 시편들이 가슴을 촉촉이 적시며 잔잔하게 울린다. 모두 125편의 시를 각부에 25편씩 5부로 나누어 실었으며, 이 중 100여편이 미발표 신작시이다.
저자

정호승

1950년경남하동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다.경희대국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197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시「석굴암을오르는영희」가,1973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시「첨성대」가,1982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위령제」가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반시(反詩)’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으로『슬픔이기쁨에게』,『서울의예수』,『새벽편지』,『별들은따뜻하다』,『사랑하다가...

목차

제1부
새똥
낙인(烙印)
새똥
새똥
해우소
눈길
개똥
빗자루

출가
점안(點眼)
지옥은천국이다
눈사람
심장
당신을찾아서
겨울연밭
진흙의자
새들이마시는물을마신다
붉은새
그림자를생각하는밤
굴뚝이보고싶다
자기소개서
또다른후회
새들이첫눈위에발자국으로쓴시
창가에서

제2부
불멸
모란을위하여
눈사람의무덤
묵념
무릎을꿇는다
달팽이
새를키우는것은
걸림돌
먼지의꿈
부석사가는길
빈그릇이되기위하여
연어
백송(白松)을바라보며
밟아도아리랑
오늘의결심
마지막을위하여
그쓸쓸함에대하여
가창오리떼에게
불국사에서
목어에게
경마장에서
시각장애인이찍은사진
검은마스크
슬프고기쁜
숭례문

제3부
개미
자서전
당신
마음없는내마음
너의손을처음잡았을때
꽃이시드는동안
가섭에게

화재
실족
불청객
기차에서
숯이되라
잿더미
이슬이맺히는사람
풀잎
진흙이되기위하여
혼자건너는강
칼이있는저녁
딱따구리에게
당신의칼
우울한오피스텔
나의지갑에게
나의악마에게
겨울강에게

제4부
새벽별
별밥
사무친다는것
사랑에게
그리운그리움
촛불
곡기(穀氣)
골무
목포역
그리운불빛
기념촬영
내그림자를이끌고
눈물의집
새의그림자는날지않는다
고래라는말속에는어머니가있다
귀향
결별
섬진강에서
은행잎
덕수궁돌담길
신라에서하룻밤
누더기
광화문에서
평창동수도원
경계선

제5부
천국의감옥
면죄부
부활이후
헌옷
버스정류장
시계를볼때마다
막차
시간에게
마지막시간
삼각주에서
저녁무렵
눈물의향기
독약
유다에게
유다의유서
유다를만난저녁
기적
고해소앞에서
고해성사안내문
해미읍성회화나무의기도
상처
입적(入寂)
그럼이만안녕
장례미사
썰물

해설|이숭원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먼산에꽃은또피는데,도대체당신은어디에있는가”
등단이후47년,사랑과고통의본질을압축해낸정호승시의정수

정호승의시에는인간에대한사랑과생에대한경외심이우러난다.그의시를읽으면지나온삶을겸허한마음으로되돌아보게된다.시인은“내시의화두는고통”이라고밝힌적이있다.“살아갈수록상처는별빛처럼빛나는것”(「부석사가는길」)이고,그상처에서피어나는꽃과같은시가삶을성찰하는거름이된다고말한다.시인은“눈물마저말라”버린“목마른인생”(「새들이마시는물을마신다」)에서가장가치있는것은사랑이며,그사랑은고통을통해얻어진다고믿는다.고통은또한용서를통해치유되는것이기에,‘사랑할수없는것을사랑하고용서할수없는것을용서하는’일에진심을바쳐온시인은간절한손길로“인생이라는강”에“용서라는징검다리”(「유다를만난저녁」)를놓는다.

인생의의미와가치,사랑과고통의본질을탐구해온시인은삶의고통과슬픔을사랑과용서와화해로승화시킨다.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을사랑하는마음을깊이간직하며아름다운세상을갈망해온그의시선은늘“인생을잃고쓰러진”(「겨울연밭」)연약한존재들에게머물며삶의그늘진구석을응시한다.시인은이제비루한삶의낮은곳에서도“먼지가밥이되는세상”(「먼지의꿈」)을꿈꾸며“푸른겨울하늘을날아/붓다를찾아가는/작은새”(「낙인(烙印)」)가되어절대적진리와의만남을갈망한다.“만나고싶었으나평생만날수없었던”(「당신을찾아서」)절대적진리의상징인‘당신’을찾아서“평생의눈물이얼어붙은/저겨울강”(「겨울강에게」)을건너는시인의열망은뜨겁다못해눈물겹다.

시인은1973년스물네살에대한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이후종심(從心)의나이에이르기까지오롯이시의외길을걸어왔다.질곡의세월을건너오는동안시인으로서의삶에늘감사해하며인간으로서가치있는삶을살고자견결한정신을가다듬으며살아온천생의시인이다.어느덧“죽음을앞둔늙은어린이”(「나의지갑에게」)가되어인생칠십의황혼길에접어든시인은이제다시시를쓸수있을지못내두렵다말하지만,“인간의더러운풍경”(「새들이첫눈위에발자국으로쓴시」)과이세계의추악한얼굴이사라지지않는한“화해하는숯의심장”에“용서의불씨를품은참숯”(「숯이되라」)과같은순결한시심(詩心)은쉽사리꺼지지않을것이다.그의시는“인간의심장을검게물들이는어둠”(「검은마스크」)을밝히는한점불빛이자삶을풍요롭게하는영혼의양식이다.


정호승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나는희망을거절한다』(창비2017)이후3년,열세번째시집을출간하셨습니다.소회를듣고싶습니다.

-아직까지시를쓸수있도록허락해주신절대자에게감사하는마음이가장큽니다.

올해로등단47주년을맞은시인께서는일상을어떻게보내시는지궁금합니다.

-꼭읽고싶었으나읽지못했던책을읽는일,책을읽으면서시를생각하고발견하는일,그리고초청받은강연을하는일등을합니다.

총125편의시편중에서100여편의미발표신작을수록하셨습니다.이번시집을엮으시면서가장중요하게생각한부분이나특징은무엇일까요?

-시집출간도신작발표의한방법입니다.인생의가장소중한가치인사랑과고통의본질을시를통해이해하는과정을제나름대로드러내려고노력했습니다.

특별히이번시집에서가장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를부탁드립니다.

-표제시「당신을찾아서」와「마지막을위하여」입니다.「당신을찾아서」는생드니성인이참수당한자신의머리를두손에들고걸어간고통이제게큰위안을주었습니다.「마지막을위하여」는현실속에서는우리가누구를용서하지못해도시를통해서는용서할수있다는것을이야기하고싶었습니다.

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등이궁금합니다.

-늘감사하는마음으로아직가슴에조금남아있는시와산문을쓸생각입니다.


[책속에서]

새벽별중에서
가장맑고밝은별은
내가사랑하는사람이다

새벽별중에서
가장어둡고슬픈별은
나를사랑하는사람이다
―「새벽별」전문

나는당신의해우소
비가오는날이든
눈이오는날이든
눈물이나고
낙엽이지는날이든
언제든지
내가슴에똥을누고
편히가시라
―「해우소」전문

진리의붓으로
자비의먹물을찍어
내어두운욕망의눈동자에
점안해주세요
점안의불빛을비추어주세요
(…)
점안의등불을환히밝혀들고
단한번이라도당신을뵙고
실컷울고나서
영원히지옥으로가겠습니다
―「점안(點眼)」부분

다행이다
내가슴에한이맺히는게아니라
이슬이맺혀서다행이다

해가지고나면
가슴에분을품지말라는
당신의말씀을늘잊지않았지만

(…)

감사하다
내가슴에분이맺히는게아니라
이슬이맺혀서감사하다
나는이슬이맺히는사람이다
―「이슬이맺히는사람」부분

혼자조용히죽을곳을찾아갔다
바다로가는오솔길을지나자
솔숲이나왔다
숲속에는수많은벌레들이기어다녔다
밤새도록등불도없이
울지는않고
벌레들의뒤를따라갔다
―「입적(入寂)」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