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가리, 호랑이 (이정훈 시집)

쏘가리, 호랑이 (이정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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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떤 쏘가리가 머물던 자리는 하도 아늑해 내가 들어가 눕고 싶더군”
오염된 세계에 던지는 통쾌하고 힘찬 목소리
*창비는 올해부터 첫 시집의 시인들에 한해 초판 한정으로 어나더커버를 제작, 공급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본 보도자료에는 시인과의 간단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정훈 시인의 첫 시집 『쏘가리, 호랑이』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등단 당시 “언어의 구체성과 밀도를 획득”하면서 “요즘 우리 시단에서 보기 힘든 신화적 상상력의 눈부신 질주를 보여준다”는 심사평과 함께 그해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서 가장 주목받았으며, ‘20년차 화물 트레일러 운전기사’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등단 7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신인답지 않은 시적 경륜과 탄탄한 내공이 오롯이 엿보이는 묵직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통찰하는 독특한 서정과 “다채로운 음률의 광채로 눈부신” 언어가 “통쾌하고 전율적”(고형렬, 추천사)인 시편들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

이정훈

1967년강원도평창에서태어났다.2013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12+시인’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마지막에대하여
사슴이달린다
잔월(殘月)
하루
우화
저녁의푸른유리
모시는글
바위나리
돌나리
푸른달아래
이취(泥醉)

제2부

없는이야기
해와물고기
쏘가리,호랑이
청어
족두리도적
무릉(武陵)에서
콧등바위,쏘가리와나와
맹랑천렵도(孟浪川獵圖)

제3부
겨울밤
밤나무집가계(家系)
근황
그때가옛날
강원리발관
별들의고향
복숭아나무아래
삽삭코
수미산엘레지
소설(小雪)

산업전사위령탑
아이고

제4부
오버런
아이슬란드
3축내린다
대전으로간다
안진터널지나가다
수리와닭
일죽휴게소
심장을데리고
빵꾸를때운다
용치는남자
어떤법

제5부
목련한대가리
묵계
양배추에대한몽상
잊거나잊히거나
49
무엇으로사는가
석유가나온다
햇까이

해설|황규관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강물속의범’을찾는예리한시선과저릿한상상력
얼룩같은삶에새숨결을불어넣는시인의등장

이정훈의시는힘차다.“저물밖인간의나라를파묻어버”(「쏘가리,호랑이」)리는대자연의생명력이넘쳐흐른다.고향의산과강을넘고건너“시인의영혼에아로새겨진지난시간의무늬들”(황규관,해설)은애잔한감성을자아내기도한다.과거의경험과기억을더듬어가는시인에게시는귀향과도같다.그러나단지회상에그치는것이아니라“바위에문질러도지워지지않는기억”(「49」)을돌이키며현재의자신을과거의시간으로이끌어간다.끊일듯끊일듯이어지는흐릿한풍경속에서시인은“세상의얼룩한점”(「푸른달아래」)같은자신의삶에새로운숨결을불어넣으며비로소“좌향(坐向)한번틀지않고수십대를버티는일가붙이들”(「쏘가리,호랑이」)의가족사를깨닫는다.(시인은한인터뷰에서자신의가족사를“좌절과패배의끈질긴족보”라말한바있다.)

이정훈시인은화물트레일러운전기사,노동자다.4부에실린시들은“깜깜한시간속을주어도목적어도없이”(「양배추에대한몽상」)떠도는노동현장에서길어올린것이다.그렇다고노동현실을격정적으로비판하거나목소리를드높이는노동시의모습은아니다.황규관은해설에서“아직사회적노동현실과내밀하게연결된것으로는보이지않는다”고지적했지만,시인은오히려섣부른노동시를경계하는듯하다.시인은다만생업인운전경험에서우러나온시들에서“비눗방울부푸는것도꿈이라여기던시절”(「빵꾸를때운다」)을되새기며노동하는삶의단면과노동자들의일상을섬세한관찰력과핍진한묘사와비유로써선명하게보여준다.시인은노동자들이삶에지칠수록희망을잃지않고“바닥이바닥을밀어빛과어둠이교대하는곳”(「아이슬란드」)으로나아가기를바란다.

이정훈의시에는자기목소리가뚜렷하다.마흔이넘은나이에등단하여이제첫시집을펴내는신인이지만신인이라는말이무색할만큼“삼백만킬로미터를지나”(「일죽휴게소」)온삶의연륜에서배어나오는원숙함이고스란히느껴진다.시상을전개해나가는힘이넘치며,단어하나를선택하는데에도공력을들인흔적이역력하다.요즘의젊은시와는결이확실히다르다.“좋은것을찾아더멀리헤매는사람의운명”(「마지막에대하여」)인듯시인이된화물차운전사,그의목적지는어디일까.“저녁이되면온몸가득불을밝힌”(「용치는남자」)한마리‘용’을끌고달리는국도위에서또어떤시가탄생할지자못기대된다.

[이정훈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2013년한국일보등단후출간하는첫시집입니다.소회를듣고싶습니다.
삼십대후반에시를쓰기시작했습니다.햇수로십오년이다되어갑니다.중견은못되었고중년은되었습니다.그래도머리한번쓸어줍니다.한계절을책으로소일하며유폐되는꿈이코로나바이러스를빌려실현될줄몰랐습니다.『눈먼자들의도시』에서『죽음의한연구』를다시읽는『데카메론』이오래가지않길바랄뿐입니다.

-등단당시화물차운전사라는이력이주목을받았습니다.‘길위의노동자’로서시를쓰는일은어떤지궁금합니다.
한평쯤되는공간에앉아핸들한개와페달세개를밀고당기면살게됩니다.둥근핸들은무엇을올려놓느냐에따라식탁도되고책상도됩니다.몸과의식이생계쪽으로,혹은반대쪽으로돌아갈때마다바깥은달라집니다.이편차속에서시의연료는무한정타오릅니다.운전하길잘했다생각합니다.

-첫시집을엮으며가장중요하게생각한부분이나특징은무엇인가요?
줄것은주고,받을것받자는자본주의적원리에충실했습니다.산과강물,짐승,물고기,그리고사람들에게진빚을이제야갚습니다.그들은동료였고부모형제,애인이었으며한시대였습니다.원수갚듯쓰기도했고제사상의축문,장례식의기도였으며말문이터지지않은아이의재잘거림같은것이었습니다.받을것을미리받았으니,드디어탕감입니다.모호한몇구절을약간의이자로얹어둡니다.어디로가든,그무엇도저를붙잡을수없을겁니다.

-이번시집에서가장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해주세요.
「쏘가리,호랑이」를꼽지않을수없습니다.애증이교차합니다.제손으로옮겼으니제작품이라고말해야겠지만세계를한줄로움켜쥐지도,도끼로후려패듯쓰지도못했습니다.다만굶주린사람이그렇듯입안의것을뱉지않으려애쓴기억은있습니다.

-앞으로의계획이궁금합니다.
갈대의유일한계획은흔들리는것입니다.‘획’이라는글자는‘휙’이나‘확’과닮았지만몹시매몰차보입니다.계획같은걸따로생각해본적없습니다.끝없이기대하고동경하길바라고있습니다.손발과머리가어디에있는지다잊은것처럼,한층치열하게무계획적으로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