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백무산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백무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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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말, 세상의 독촉과 맞서는 시인 백무산의 신작 시집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백무산 시인의 신작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가 출간되었다. 백석문학상 수상작 『폐허를 인양하다』(창비 201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열번째 시집이다.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던 시인은 그동안 끊임없는 시적 갱신과 변모를 거쳐 노동시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 10여년간에 펴낸 세권의 시집(『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이 모두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노동하는 삶의 가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웅숭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친다. 치열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시대상을 침통한 눈으로 응시하는 고백록”(고영직, 해설)과도 같은 묵직한 시편들이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백무산

1955년경북영천에서태어나1984년『민중시』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만국의노동자여』『동트는미포만의새벽을딛고』『인간의시간』『길은광야의것이다』『초심』『길밖의길』『거대한일상』『그모든가장자리』『폐허를인양하다』등이있다.이산문학상,만해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오장환문학상,임화문학예술상,대산문학상,백석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외상장부
회령
통일이가로막아
이유
눈이부셔
사막의소년병사
히말라야에서
늑대를기다리는시간
기억의주형
축의시간
인간형성
오프로
교차신호등
인월장에서

제2부
잘가셨는지요
무무소유
조문
세워진길
그때가좋았지
수의
과잉풍경
소를끌고
겨울비
무게
그들등쌀에
모과
차가운신발
변명
정지의힘

제3부
평범한일상

공유지
몸의명상
버러지만들기
봄날에꽃을들고
사람의말
감각의기억
재앙의환대
카운트다운
나에게이르는길
내가어디까지인지
미각권력
밥이끓는동안

제4부
새의운명
사랑혹은불가능
풀의바다
안락사
시계
드론
광장이사라졌다
지구평면설
교환가치
리바이어던
누구였을까
외계인
도마
설산의바람

해설|고영직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노동현실뿐만아니라자본주의사회에대한근원적비판이나생태문제등으로시세계의폭을넓혀온시인은이번시집에서특히‘시간’에대한남다른통찰과전복적사고를보여준다.시인은‘혁명의시간’에대한깊은사유를통해‘정지의힘’을예찬하면서이‘정지의힘’이야말로“무엇을하지않을자유”와“무엇이되지않을자유”(「정지의힘」)를찾는길이라고역설한다.이는삶의과정은없고오로지목표만존재하는삶에서벗어나인간이자연으로부터분리되기이전의감각,‘인간의시간’으로회귀하는길이다.그것은또단순한회귀가아니라“모든건완성된것에서시작”되어“카운트다운될뿐”(「카운트다운」),자본의폭력에얽매여끝없이반복되는일상에대한저항이기도하다.

모든것을“이식하고교환하고대신”(「교환가치」)하는자본주의논리에길들여진삶에대한회의가깊어질수록시인은“풍경을풍경으로이해했던”(「감각의기억」)‘저너머’의세계,근본으로돌아가고자하는열망을내비친다.그렇다고‘지금-여기’의현실,“민주화되었으니흔들지말”고“개소리하지말”라는“이한심한시절”(「겨울비」)을외면하는것은아니다.허울뿐인“민주주의는질척질척하고가진자들은야비하고/권력은추악”(「사막의소년병사」)한현실을정면으로직시하며,“누군가의작은기쁨을위해/누군가를벼랑으로밀어붙여야하”는“잔혹한일상”(「평범한일상」)에서과연무엇이인간적인삶인지되묻고,여전히버려지고쓰레기가되는사회적약자들의비참한삶을냉엄하게바라본다.

우리사회가“오래전에낡은체제를혁명하고/또혁명에혁명을거듭”(「히말라야에서」)하여많은진보를이루긴했으나현실은여전히암울하고,사회적불평등과부조리또한변함없다.힘있는자들이오히려“작고바닥을기고발톱도없는”힘없는자들의저항의공간인광장의소유권을주장하고나서는가하면,심지어“약자의울분을모방한자들이/광장을먹고튀”(「광장이사라졌다」)는세상이되어버렸다.그러나시인은좌절하지않는다.“망가진뒤에야간신히새잎이열”(「재앙의환대」)린다는믿음이있기에비록실패의기록일지라도세상을바꾸려는결연한의지를다진다.이렇듯삶에밀착되어다가올시대를예감하는백무산의시는“현란하고뒤틀린언어들을비집고나오는사람의말”(신철규,추천사)이다.그렇기에그의시는늘우리곁에서희망의노래로빛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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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폐허를인양하다』(창비2015)이후5년,열번째신작시집을출간하셨습니다.소회를듣고싶습니다.

외부의평가가아니라스스로만족할수있는시집이되기를기대하고원고정리를시작했습니다.나는내시의독자가되지못했습니다.두번다시펼쳐읽지못했죠.지금까지내시집을지인들에게내가먼저보내는일이거의없었습니다.이번엔다를줄알았는데,처음기대와는조금멀어진느낌입니다.

꾸준한필력을유지하시는시인께서는일상을어떻게보내시는지궁금합니다.

저는문학과관련된외부활동이나직업을가진일이거의없었습니다.주위로부터자극이나요구를받는일도좀체없습니다.초기부터지금까지그점은달라진점이없습니다.그런데문학과멀어져본적도없습니다.읽는일말고는따로한일이없다고할수있습니다.일상은답답하게살고있는평범한이들과다를바없습니다.아직도관심가는곳이너무많아나도모르게엉뚱한곳에가있는데그게일상이돼버렸어요.

‘시인의말’에서“여전히나는첫시집을내던그곳과다름없는공간에머물러있다”는말씀이인상깊었습니다.이번시집을엮으시면서가장중요하게생각한부분이나특징은무엇일까요?

우리가사는세상은같은공간이지만매우다른세상입니다.기층민들은어디로이동할수도없는존재라는것을새삼깨닫습니다.다만지층이쌓여갈뿐이지요.그러나소외되고폐기될뿐어떠한의미도존중도없는그지층은죽음의재에가깝습니다.그래서소모적인일상이지배하게됩니다.자기존중이없는,스스로를소외하는지친삶이있을뿐입니다.현실정치는항상그런곳에기생하고그러한현실을재생산합니다.문학(인)이그러한제도권정당정치에자신의정치적의지를위임하고,수동적으로동원되는일은문학정신에도어긋난다는생각이었습니다.우리는피가흐르는몸을가진존재로서구체적현실을살아가는인간이라는자각을불러오고,다른정치,새로운정치를상상할수있도록하는것이문학의역할이기도하다는생각때문입니다.

특별히이번시집에서가장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이시집에실리지않은시한편이있습니다.오래전에써두었던시였는데부족한후반부를보강하고수정해서시집파일에담아둔시였습니다.그런데출판사에보내기전,앨런긴즈버그의시집을읽게되었습니다.그시집의맨마지막시「실재의배후에서」라는시를읽는순간깜짝놀랐습니다.그전에읽은적이없는시였는데,내가쓴시‘어루만지네’와너무닮아있었습니다.설정과전개와마무리까지비슷했습니다.시인의행적을보니내가살아온환경과도닮은점이많았습니다.결국그시를폐기했습니다.그땐별로소중하게여기지는않았는데,실을수없게되면서애착이남습니다.차들이다니는길가운데핀꽃한송이가꽃잎이다뜯겨나가고상처투성이가되었지만그래도꽃이라는이름의위엄을잃지않고멀쩡한나를도리어위로하던순간을담았는데,시집의서시로제격이었다는생각도들었습니다.그꽃을보면서우리시대문학이위의를잃어버렸다는생각이들었던거죠.

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등이궁금합니다.

별수없는삶을살아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