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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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끝나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김준성문학상 수상 시인 유병록 두번째 시집
외면할 수 없는 고통을 품고 최선으로 마련하는 따뜻한 슬픔의 자리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유병록 시인의 두번째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가 창비시선 450번으로 출간되었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삶과 죽음 사이의 균열에 숨결을 불어넣는 대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개성적인 시 세계를 보여준 첫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창비 2014)로 김준성문학상을 받았으며,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서정 시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시인으로 주목받아왔다.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슬픔과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의 흔적들을 들려주는 쓸쓸하면서도 담백한 목소리가 눅진한 감동적인 시편들을 선보인다. 특히 어린 아들을 잃은 아비의 비통한 마음이 묻어나는 시편들이 뭉클하다. 가슴을 저미는 상실의 시간 속에서 “아픈 몸으로 써 내려간 고통의 시집”이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안간힘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믿음의 시집”(박소란, 발문)이다.

*본 보도자료에는 시인과의 간단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저자

유병록

1982년충북옥천의시골마을에서태어났다.농사짓고소키우는집에서여러동물과어울려서자랐다.읍내로이사해서중고등학교를다니고서울에서대학을다니며고향과소에게서조금씩멀어졌다.201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금은경기도일산에서글을쓰고책만드는일을하며살고있다.그동안시집『목숨이두근거릴때마다』『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산문집『안...

목차

제1부
검은돌흰돌
염소계단
염소를기르는밤1
염소를기르는밤2
슬픔은
슬픔은이제
사유지
개를기르는사람
사과
이사
망설이다가
미덕
그랬을것이다

제2부
문을두드리면
측량사
질문들
불의노동
수척1
수척2
기분전환
회사에가야지
다행이다비극이다
말하지않은너의이야기가너무소란스러워
스위치
안다그리고모른다
딛고
모두헛것이지만
장담은허망하더라

제3부
너무멀다
사과
산다
너무나인간적인고통
눈물도대꾸도없이
사기
악공이떠나고
위안
간다
둔감
파도가간다

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

제4부
퇴근을하다가
우리,모여서만두빚을까요?
52수6934
지구따윈없어져도그만이지만
미지의세계
역사(驛舍)의격언
만날수없는사람
마흔이내린다
눈오는날의결심
모자
이불
우산

발문|박소란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시집은슬픔으로가득차있다.가슴안쪽에서끓어오르는슬픔의언어가“고통을연주하는음악”(「악공이떠나고」)처럼사무쳐흐른다.걷잡을수없는슬픔속에서시인은불현듯“내가더는이세상사람이아니라는느낌”(「그랬을것이다」)에사로잡히기도한다.그러나숨쉬는것조차버겁고모든게얼어버리는차가운어둠속에서도온기가스며드는순간이있다.생활인으로서감당해야할일상의무게가있다.그렇기에시인은“슬픔이휩쓸고지나간폐허”의언저리에삶의온기를불어넣으며“나를살아가게하는그저그런것들”과더불어“보잘것없는욕망의힘”(「다행이다비극이다」)으로나마묵묵히살아간다.고단한삶의깊은수렁을건너가는“불안한숨소리”와“고단한발소리”(「염소계단」)에귀를기울이고,삶과죽음의경계에서“보잘것없는인간이할수있는건/그저애쓰는일”(「안다그리고모른다」)뿐인삶의비의를되새겨보는성찰의시간을갖는다.

어린아들을먼저세상저편으로떠나보낸심정을어찌다헤아릴수있을까.시인은최근에펴낸산문집『안간힘』(미디어창비2019)에서참척의아픔과살아있음의치욕스러움을절절히토로했다.그는오늘도사무치는그리움으로“너무멀고먼”그곳,“근처까지만갔다가돌아오는”그곳,“널두고온/거기”(「너무멀다」)를서성거린다.사람들은고통의“바닥을딛고일어서라”(「딛고」)위로하지만상처가너무도크기에차마이겨낼수가없다.그러나애끊는슬픔속에서도삶은계속되고“시간이지나면/고통은잦아들”기마련,상상조차하기싫은“나의불행이/세상에처음있는일은아니라”는것을알기에시인은“잊고/다시살아가리라”(「눈물도대꾸도없이」)다짐한다.“들키고싶지않”(「슬픔은」)은슬픔을까맣게타버린“몸속깊숙한곳으로밀어두”고“아무렇지않은척”“회사에서는손인척일하”고,“술자리에서는입인척웃고떠들”고,“거리에서는평범한발인척걷”(「슬픔은이제」)는시인의뒷모습이눈물겹기도하다.

삶이지속되는한고통과슬픔은멈추지않을것이다.슬픔을외면할수없다면그고통의자리에서안간힘으로살아갈도리밖에없다.문득“나는살아있구나깨닫다가//참을수없이수치스러워지”(「불의노동」)는비애감속에서시인은“슬픔이/인간을/집어삼킬/수”(「수척1」)도있지만“인간이/슬픔을/집어삼키며/견딜/수/있다는/사실”(「수척2」)을깨닫는다.“도무지믿을수없는현실”에서오로지“사라지지않는것은믿음뿐”(「사과」)이기에시인은“온기라고는없는서러운바닥”(「이불」)에서도가슴을쥐어뜯는고통의삶을일으켜세우는생명같은시를쓴다.“붙잡을게없을때/오른손으로왼손을쥐고왼손으로오른손을쥐고/기도”(「위안」)하고,“흐느낄만한곳에서흐느”끼고“웃을만한곳에서웃”(「산다」)으며산다.그리고우리는‘목숨이두근거릴때마다’그의시쓰기가굳건하게지속되리라는것을믿는다.그의시가누군가의슬픔을다독이고울음의자리를내어주기도할것을안다.그렇기에단두문장의‘시인의말’이더욱절실하게마음을두드린다.“쓰겠습니다.살아가겠습니다.”

유병록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시집『목숨이두근거릴때마다』(창비2014)이후6년만에시집이출간되었습니다.그사이산문집『안간힘』(미디어창비2019)도있었는데요.소회를듣고싶습니다.

첫시집을낼때와는느낌이많이다릅니다.처음시집을낼때는걱정도많이되고기대도많이하고그랬는데요,이번시집을준비하는동안에는차분한마음으로지냈습니다.전에는시를쓰고시집을내는일이대단한일이라는생각이마음한편에있었는데,지금은시를쓰고시집을내는일이참소중하다는느낌이큽니다.자주넘어졌지만쓰러지지는않고여기까지와서다행이라는안도감이듭니다.

―편집자로도일을하고계신것으로알고있습니다.일을하며동시에시를쓰는일상은어떠한지궁금합니다.

시인으로10년정도를살았고,비슷한기간동안편집자로일했습니다.평일에는일하면서지내고주말은글을쓰면서보내는데요,둘사이가그렇게나쁘지는않은것같습니다.아무래도책을만드는편집자라는직업과시를쓰는일이어느정도가까운거리에있기때문이기도할텐데,서로긍정적인영향을주기도합니다.편집자로서책을만들면서경험하고느끼는점들이시가되기도하고,시를읽고쓰는일이책을만들때아이디어를제공해주기도합니다.다만두가지를하는것만으로도벅차서,그밖의일들에대해서는관심을줄이려고노력하는편입니다.

―“쓰겠습니다.살아가겠습니다.”단두줄의시인의말이인상적입니다.이번시집을엮으면서가장중요하게생각하신부분이나특징은무엇인가요?

첫시집을내고나서두번째시집을내기까지쉽지않은시간을보냈습니다.그시간동안주변에계신분들이저에대해많이걱정하셨습니다.제가글쓰는일을그만두는건아닐까,제가살아가는일을힘겨워하지는않을까,걱정해주셨습니다.물론그러한마음이없지않았습니다.하지만그분들의격려덕분에쓰러지지않고견딜수있었습니다.시집을통해서그분들께감사인사를전하고싶었습니다.훌륭한글을쓰지는못하고훌륭하게살아가지는못하더라도,글을쓰는일을지속하면서살아가는일의의미를소중하게여기겠다는다짐을말씀드리고싶었습니다.‘시인의말’에짧게담았는데,시집전체가그다짐의말이라고해도무방하겠다싶습니다.시집제목과달리‘다짐’을하고말았습니다.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표제작「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는가까운지인의결혼을축하하기위해쓴시입니다.그동안여러번축시를부탁받았지만매번거절했습니다.시는누군가의기쁨을축하하기보다는슬픔을위로하기위한것이라고,내면에서우러나올때만쓰는것이라고믿었기때문입니다.그생각을버린것은아니지만,전보다는관대하게생각하게되었습니다.시는누군가를축하하기위해서,누군가의부탁을받고서도쓸수있다는생각을했습니다.제가‘시’를너무한정된의미로받아들였던것이아닌가되돌아보기도했고요.그래서축시를쓰는일에흔쾌히응했고,「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를쓰면서시란무엇인지에대해다시한번생각해볼수있었는데,시집제목으로까지삼게되었습니다.

―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등이궁금합니다.

『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를준비하면서앞으로글을어떻게써야할지,그리고어떻게살아가야할지에대한질문을자주하게되었습니다.시집출간을삶의분기점으로삼으려는마음에서비롯된것같습니다.하지만시집을준비하는동안에는그런고민을뒤로미뤄두었습니다.시집에마음을쏟고싶었습니다.이제시집이출간되었으니본격적으로고민해보려합니다.아직구체적인계획은없지만,다만새로운방향으로나아가고싶다는마음이큽니다.전보다자유롭고새로운글을썼으면하는바람입니다.삶에서는지금보다나은사람이되었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