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강은교 시집)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강은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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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린 서로 그리운 별,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
못 만져본 슬픔을 그려내는 깊고 투명한 노래
강은교의 시세계를 응축한 아름다운 결정체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지 52년, 여전히 맑고 고운 시심(詩心)과 섬세한 감수성을 간직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여주는 강은교 시인의 신작 시집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가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한국가톨릭문학상과 구상문학상 수상작 『바리연가집』(실천문학사 2014)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열네번째 시집으로, 신비롭고 매혹적인 보석 같은 70편의 시를 봄·여름·가을·겨울 편으로 나누어 실었다. 절망과 비애, 허무와 고독의 늪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간구하는 생명의 시편들이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말미에 실린 산문 「다이달로스의 미로(迷路)」는 한평생 시를 쓰며 살아온 시인의 경륜과 시력(詩歷) 반세기가 넘는 연륜이 선명하게 묻어나는 글이다. ‘시 쓰기’의 본질에 대한 명징한 고찰이 호소력 있게 와닿는다.

한편, 시인은 2012년 ‘70년대’ 동인(김형영, 윤후명, 정희성 등)이 39년 만에 다시 모여 ‘고래’라는 새 이름으로 동인 활동을 재개한 뒤 지금까지 다섯권의 합동 시집을 출간하는 뜨거운 창작열을 보여주기도 했다.
저자

강은교

1945년함경남도홍원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문과와같은학교대학원국문과를졸업하고,1968년『사상계』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허무집』『풀잎』『빈자일기』『소리집』『붉은강』『오늘도너를기다린다』『벽속의편지』『어느별에서의하루』『등불하나가걸어오네』『시간은주머니에은빛별하나넣고다녔다』『초록거미의사랑』『네가떠난후에너를얻었다』『바리연가집』,시산문집『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무명시인에게보내는편지』등이있다.한국문학작가상,현대문학상,정지용문학상,유심작품상,박두진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구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ㆍ봄편
봄기차
아직도못가본곳이있다
등꽃,범어사
핼쑥한달
시든양파를위한찬미가
못하나
이세상의시간은
시골보리밥집
마당
아야아,렌마스비호수
내가나에게보낸초대장
꽃그림지붕아래
돌사람
덧창-무덤마을에서
그소녀
내고향홍원풍산리혹은하얀댓돌
문신하는소녀

벚꽃세그루
그리운것은

제2부ㆍ여름편-운조의현(絃)
첫째노래운조를찾아서
둘째노래아주아주작은창
셋째노래연꽃미용실
넷째노래거기
다섯째노래복숭아밭에서노는가족
여섯째노래명순양의결혼식
일곱째노래우표
여덟째노래팔월에너는-해원상생굿시를위하여
아홉째노래틈
열째노래바람속에서의식사
열한째노래아라홍련,저물녘의연못
열두째노래라일락핀동네
열셋째노래그가문득뒤돌아본다-반구대에서

제3부ㆍ가을편
시월,궁남지
청계폭포
우리들의미포식당
사이에
발목,기타기타아
푸르스름한치마-나눔의집에서
초록머리카락의아이
만도리(萬道裏)국숫집또는낯선길에서
잡풀을뽑는다
영원에대한세개의율(律)
가족사진
한용운옛집
가을비,흰,어느날오전11시
무좀시집
꿈은자갈위에뒹굴다
먼곳
한밤에마당으로나가
바늘꽃기침소리-DMZ를위하여
가끔여기가
웰컴투우다다

제4부ㆍ겨울편-고모또는당고마기고모
고모,모자가게에가다
당고마기고모의구름무늬블라우스
흐른다
가득하네
의자두개
애끓는
손톱꽃
고모의단추또는빨래
당고마기고모네소파위를나는파리
작은새를안고가는당고마기고모
누가문을두드리네
흘러라,고모여
고모의구불구불한머리카락
당고마기고모가봄바다를이고가네
아름다운시간
당고마기고모의대바늘
새벽예배를드리러가는고모

시인의산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파격적인형식과무가를활용한독특한음악성
소외된존재를따뜻하게보듬는위로의숨결

‘강은교의시세계를응축한결정체’라이를만한이번시집은우선형식면에서주목할만하다.시인은모든시의제목을작품뒤에붙이는파격을선보이는데,제목에대한편견이나선입견없이열린시각으로자유롭게작품을읽기를바란의도가엿보인다.시각적효과를주는시행의배열도파격적이며,무가의형식을빌려음악성이두드러지는점도돋보인다.형식실험을시도하며끊임없이시세계를벼리는시인의열정이독자에게도뜨겁게가닿을것이다.
이시집은또한삶의비애속에서허덕이는여린존재들의내면에서흘러나오는‘소리’들로가득하다.특히2부와4부에서는“어찌찾으리이까어찌찾으리이까/뼈마디도시려워서살마디도시려워서”(「거기」),“게누가날찾는가/천리아비인가/만리어미인가”(「그가문득뒤돌아본다」)같은황천무가(黃泉巫歌)의구슬픈가락이사무치게흐른다.“빨래흐르는소리”며“그림자여무는소리”(「연꽃미용실」),삶의미세한떨림과기척속에서“심장을두드리는은수저소리도아득히/뼈마디살마디이불터는소리도아득히”(「명순양의결혼식」)들려온다.연민의손길로“아직도못만져본슬픔”을어루만지고“아직도못다들은비명”(「아직도못가본곳이있다」)에귀를기울이는시인은주술적인언어를살려세상만물에“정념의소리길”(시인의산문)을열고서생명과평화를희구하는애끓는탄식의저소리,“죽음사이를지나가며소리지르는”(「아름다운시간」)‘아야아’를끊임없이반복한다.
사랑과생명의근원으로서여성의삶을노래해왔던시인은‘바리,유화,희명,운조’같은인물을호명했다.이번시집에는‘피붙이’같은‘운조’외에“세상을잡으려고흘러”(「흘러라,고모여」)가는‘당고마기고모’가새롭게등장한다.설화의주인공이거나역사적인물이거나가상의인물인이들은한결같이작고낮고쓸쓸한존재이다.시인은이들의목소리를빌려“시드는것들의위대함”과“지는것들의황홀함”(「시월,궁남지」)을노래하며소외된존재들의아픔과슬픔을쓰다듬는다.시인자신은“삶이죽음이되던,또는죽음이삶이되던순간”(「코」)의세월을살아오는동안“늙고늙었으나”비로소“장대하게장대하게펄럭이리”(「청계폭포」)라는믿음에기대어“기쁨과감사의성소/황홀과불멸의성소/은총과행복의성소”(「복숭아밭에서노는가족」)에가녀린영혼들의상처를아물리는맑은등불을내건다.
반세기가넘는세월을오롯이시의외길을걸어온시인은아직도“너를찾아네속으로,나를찾아내속으로여행중,순례중”(시인의산문)이다.어느자리에선가“제대로써보고싶다는문학의꿈은여전히현재진행형”이라고말했던시인은이제“세상에서가장부드러운여행”(「봄기차」)을떠날채비를차린다.죽음과허무의세계를건너사랑의기도로세상의모든존재들을품어안는따사로운생명의세계를향해나아간다.그곳은아마도“자유리평화읍자비군은총동”(「라일락핀동네」)일것이고,그곳에서마침내“시의몸에핏줄을통하게하는”(시인의산문)그리운‘애인’을만날것이다.그리고저물녘,“부활의동굴”(「명순양의결혼식」)속에서들려오는“희망의연둣빛목소리하나”(『벽속의편지』개정판「다시,시인의말」),맑고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