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들키면잘못이되고,
슬픔을들키면슬픔이아니듯이
정현우의시는‘슬픔’으로가득차있다.“지울수없는슬픔”(?오,라는말은?)의실체가무엇인지는뚜렷하게드러나진않지만“잘못을들키면잘못이되고슬픔을들키면슬픔이아니듯이”(?슬픔을들키면슬픔이아니듯이?)라는표현에서보듯,드러나는순간사라지거나부정되고마는슬픔의존재만느껴질뿐이다.“내가태어났을때/세상의절반은/전염병에눈이없어진불구로가득했다”(?세례?)고말하는시인은심지어“본적없는장면을슬퍼”(?세례?)하기도한다.그렇듯“슬픔을가진다는것”이“인간이되기위한/경우의수”(?유리주사위?)라면“모든슬픔을한꺼번에울수는없나”(?꿈과난로?)라고되묻는시인은“말할수없는슬픔”을“말할수밖에없는슬픔”(김언,해설)으로가슴에새기며삶의고통과슬픔을참고견디어낸다.그리하여“각자의슬픔으로고여있는웅덩이와그림자일뿐”(?슬픔을들키면슬픔이아니듯이?)인삶의그늘진풍경속에도“불탄혀로슬픔을핥”는“사랑과기쁨”(?겨울의젠가?)의온기가스며들기도한다.
그런데“얼마나많은슬픔을깨뜨려야/사람이인간이될까”(?유리주사위?).시인은기존의언어로는설명할길없는내면의슬픔속에서“잘못태어난것들을떠올”(?빙점?)리며자신의기원을찾아어두컴컴한미로의세계를탐색해들어간다.“잠은둘이자는데/왜두가지성을가질수없을까”(?침례1?),“사람이죽으면여자일까남자일까”(?여자가되는방?)라는의문속에서자신의정체성을묻는시인의번민은종내그치지않는다.시인은기존의체계와언어의굴레에서벗어나“인간이가질수있는색”중에서‘나’로서“살아있으려는색”(?컬러풀?)을품고자한다.그것은시인의당면한현실이자가장절실한실존의문제이기도하다.시인은“빛을오리는검은가위질”로“여자와남자를구분하는시간”(?인면어?)의경계를허물어뜨리고문득문득“사려깊은여성이되어”(?항문이없는것들을위하여?)보기도한다.
정현우의첫시집<나는천사에게말을배웠지>는“멍든것들로가득차있”(?멍?)는혼돈의시대를살아가는젊은영혼들의상처를위로하는비가(悲歌)이자인간존재의본질과정체성에대한고해록이다.시인은이시집으로“믿지도않는신”에게드리는“죄없는기도”(?용서?)로써고해의식을마친셈이다.그러나이대로돌아서거나여기서멈춰서지는않을것이다.현실은“잘한것보다잘못한것이많아지는밤”(?여자가되는방?)처럼암울하고,고통의연속인삶은“빛이들지않는미래”(?세례?)라할지라도“위태로운것은아름답”(?항문이없는것들을위하여?)기에시인은“덫에걸린나의안쪽을오래도록들여다보”(?덫?)면서세상의가장낮은곳을향하여거룩한천사의음성으로슬픔을노래할것이다.“이름을받지못해엉킨채로서글프게떠도는허공의회로들과한몸이되어쓰고,서로를태우고살아갈것이다.”(이병률,추천사)
정현우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첫번째시집을출간한소회를듣고싶습니다.
만지지못하는사람과존재들을시속으로모두불러낼수있어서기뻤고,정말다시만날수있을것같아서뭉클합니다.
―문학과음악두분야에서활발히활동하고계신것으로알고있습니다.평소시를쓰는일상은어떤지궁금합니다.
‘시인의악기상점’이라는팀에서보컬을담당하고있는데요,시가안써지면음악으로음악이안써지면시로이동하며살고있습니다.요즘엔시인의정체성이강하다보니작곡능력을잃어버린것같아요.이참에작곡은저의다른팀원에게맡길까고민하고있습니다.(웃음)
―첫시집을엮으며가장중요하게생각한부분이나특징은무엇인가요?
호명받지못하고소외받는존재들을대신해말해주고싶었어요.무엇보다가난에편을들어주고싶었던마음이강했고,가난했던유년시절을지나오면서느꼈던감정과환상들이시로태어난것같습니다.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처음에시작하는「세례」라는시와마지막「후쿠시마」라는시입니다.지금사회는정서적으로나육체적으로헐벗은상태잖아요.인간의가장강한무기는눈물이라고생각해요.돌이나나무가아닌,인간이니까수많은감정들을느낄수있잖아요.힘들때는죽을힘을다해슬퍼했으면좋겠어요.종교적인의미를초월해지금상황이빨리씻겨내려가길바라는마음,이겨내길바라는마음입니다.무엇보다많이뭉클해지는세상이오면좋겠어요.
―앞으로의계획이궁금합니다.
시를오래도록쓰고싶은사람이되고싶어요.지금잠시멈춰있는음반작업도열심히하게될것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