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이상국 시집)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이상국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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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도 지구에서 할 만큼 했다
사람이 뭘 꼭 하자고 세상에 온 건 아니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세상을 그려낸 깊고 정갈한 화폭
1976년 『심상』으로 등단한 이후 농경적 세계관과 리얼리즘 정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다져온 이상국 시인의 신작 시집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이 출간되었다. 부드러운 서정과 정갈한 언어로 우리 시의 한 진경을 보여주었던 『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여덟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근원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적 성찰과 불교적 사유가 웅숭깊은 전통적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기승전결이 단정한 선비의 한시를 읽는 것 같”고 때로는 “견결한 정신주의자의 면모가 엿보이”(안도현, 추천사)는 시편들이 한폭 한폭 고아한 기품이 서린 수묵담채화로 가슴에 묵직하게 와닿는다. “우리가 미처 모르는 명징한 언어”를 만날 수 있고 “영원히 그리운 것을 눈앞에 불러와 마음의 평온을 얻게”(정철훈, 발문) 해주는 따뜻한 시집이다.
저자

이상국

1946년강원도양양에서태어났다.1976년『심상』에「겨울추상화」등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동해별곡』『내일로가는소』『우리는읍으로간다』『집은아직따뜻하다』『어느농사꾼의별에서』『뿔을적시며』『달은아직그달이다』,시선집『국수가먹고싶다』,문학자전『국수』,동시집『땅콩은방이두개다』등이있다.백석문학상,민족예술상,정지용문학상,박재삼문학상,강원문화예술상,현대불교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누군가있는것같다
오래된일
밤길

유월의이승
도반(道伴)
논물
누이생각
오빠생각
시아저씨
배후에대하여
나를위한변명
끝과시작

제2부
북천에두고온가을
심심하니까
장맛비가내리던저녁
물치
7번국도
동해북부선
아름다운풍속은쉽게없어지지않는다
복날생각혹은다리밑
그리운강낭콩
망연(茫然)
겨울아야진
저녁월리
다저녁때내리는눈

제3부
쓸데없는하루
마스크와보낸한철
역병이도는여름
하늘
귀를위한노래
부적의노래
오늘하루
마당의풀을뽑다
노변잡담
반지의전설
동갑(同甲)의노래
늙은처사의노래
신과싸울수는없잖아
……라고한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저녁여섯시
할리우드영화광
공장
천장지구(天長地久)

제4부
우환에게
개싸움
한동안우울했네
아프리카형수
수건에대하여
노지백우(露地白牛)
무제시초(無題詩抄)
중생에대하여
어느청소노동자에대한생각
국수법문
미황사생각
서천(西天)
별이야기
누비옷을입은시인
꿈의해석

발문|정철훈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재바른것을멀리하고허투루붓을놀리지않으며
올해도낡고오래된시공장을돌린다

이상국의시에는빛바랜풍경들이어른거린다.시인은과거의기억들을불러와쓸쓸히사라져가는것들을되살려낸다.아스라이떠오르는기억속에서시인은“시장골목뒤켠”의헌책방에서“낡고먼세계문학들”이“나를기다리고는했”던고향을그리며“쌀독군데군데강낭콩을묻어/쌀의안부를표시해”(「그리운강낭콩」)두곤하던어머니와“가을이오면//물꼬에쭈그리고앉아/밤을새우던아버지”(「논물」)를그리워한다.“면(面)이텅빈저녁으로/태평양이문지방까지차오르던농협숙직실에서/짜장면에배갈을마시던”(「물치」)지난날의추억에젖기도한다.
자연친화적인이상국의시는일견한가롭고태평한듯보인다.그러나음풍영월의풍경속에마냥머물러있는것은아니다.시인은“매일일곱명정도가산업재해”로“떨어져죽고깔려죽고불타죽고끼여죽고치여죽고부딪혀죽고터져죽는”(「……라고한다」)비참한현실을냉철하게직시한다.세상은“비부(鄙夫)들이판을치”(「동갑(同甲)의노래」)고제잇속만을챙기는“장사꾼들세상”(「복날생각혹은다리밑」)이되었다.그럼에도시인은“어떻든세상은정상이다”(「천장지구(天長地久)」)라고말하는데,불완전하고모순투성이인세상을‘정상’이라고뒤집어말함으로써부조리한세상의실체를오히려더욱극명하게드러낸다.이는“인생은진실한것도아니고/세상은정의로운것도아니”며“인생은악착같이사는것처럼보여도/허술하기이를데없는것”(「할리우드영화광」)이라는통찰력과맞닿아있다.

한편이번시집에는이전시집들과는다른면이눈에띈다.우선,예전의시와는대조적으로거의모든시에마침표가찍혀있다.여기서우리는시력46년에이른시인이오랜습관을묻어두고무언가시적갱신을꾀하고있음을짐작해볼수있다.또하나,“뿔은힘이세다”(「뿔」),“가을은사심이없다”(「논물」),“나의등은나의오래된배후다”(「배후에대하여」),“몸은짐승이다”(「무제시초(無題詩抄)」),“시인들의말은뱀같다”(「꿈의해석」)등이상국시인만의발화가두드러진다는점이다.발문을쓴정철훈시인은이러한문장들이“변화의세월을다견딘뒤의선언적의미가있다”고말한다.
시력46년의세월동안시인은한결같은시심을간직한채“재바른것을멀리하고허투루붓을놀리지않으며”(안도현,추천사)묵묵히시의길을걸어왔다.시인은“사람이뭘꼭하자고세상에온건아니다”(「우환에게」)라고말한다.하지만언제나새로운길을열어왔던시인은“아직정처가없는”(「꿈의해석」)영혼을달래가며“올해도낡고오래된시공장을돌”(「공장」)릴것이다.“아직오지않은나라와안살아본생”(「늙은처사의노래」)이있고,“나를위해아직불지않은바람”(「우환에게」)도있으니.평생을“말따라노래따라”“바람처럼낙타처럼”세속의공간을떠돌며“가내수공업인시공방(詩工房)의주인”(「시아저씨」)으로살아온그이야말로천생의시인일테니.그러니“나는시인이아닌이상국을상상할수없고이상국만큼자신에게딱맞는시의옷을입고있는시인을알지못한다”(발문)는정철훈시인의말이충분히공감이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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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어느덧여덟번째시집을출간하게되셨어요.소회를듣고싶습니다.
「시인의말」에적은것처럼,어느새생이바람든무처럼엉성해지고남은게시밖에없다.시력으로보면45년,적잖은세월인데여덟권의시집이게으름의증거처럼허약해보이기도하고어찌보면쓸데없이많기도하다.어쨌든시때문에좋은사람들을만났고늘좋은일들이있었다.앞으로도시에게잘보일수밖에없다.

-시인께서는일상을어떻게보내시는지궁금합니다.
요즘은코로나19로거의자가격리수준의생활을보내고있다.나이도들만큼들고사회적관계도소원하거나느슨해진사람들의경우가그러하겠지만,한편으로는온전히자신을위해서자신을무제한사용할수있다는것도더없는즐거움이라고생각한다.산책도부지런히하고평소에하고싶었던공부도열심히하고있다.

-이번시집을엮으면서가장중요하게생각하신부분이나특징은무엇인가요?
쉬운시를쓴다는말을듣기도하는데,쉽다는것과친근하다는것은다른말이다.규격화되어가는생이나제도적삶에대하여야유나조롱도해보고싶었고,비속과아름다움을함께살아내는세상을위로하고세상으로부터위로받고싶기도하다.무엇보다도독자와친근한관계를가지고싶다.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말할만한작품이없다.다만교정지를몇번다시보는과정에서「논물」「시아저씨」「물치」「늙은처사의노래」등자전적시편들과「역병이도는여름」「아프리카형수」「끝과시작」등도마음에남았다.그중물처럼나에게스며든작품은「논물」이었다.단순하고무심한작품이긴하지만그것으로산천이나농토에깃들어살던선대를위로하며보내드릴수있을것같았다

-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등이궁금합니다.
사느라고수고하는나를맘껏즐기고싶다.좋은벗들과여행도하고싶다.